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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의 중심가만 따지고 보면 걸어 다니기 힘든 곳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술탄 왕궁과 물의 궁전까지 걸어 다니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술탄 왕궁을 거쳐 물의 궁전을 걸어 갔고, 돌아갈 때도 걸어서 갈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점심에 게스트하우스를 옮길 생각이라 12시 전까지 가야 했던 것이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있는 곳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걷는 것도 문제지만 헤매다가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걸어서 갈 수는 있지만 술탄 왕궁보다 물의 궁전은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더 멀리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리를 걸었다.


족자카르타는 여행하는 즐거움을 더해 주는 분위기였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베짝은 물론이고, 오토바이나 마차도 차와 뒤섞여 도로를 점령한다. 미얀마 여행을 하면서 마차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족자카르타처럼 큰 도로가 있는 곳에서 보는 마차는 조금 의외라고 느꼈다.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곳이 바로 족자카르타라서 그런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꼭 관광객을 위한 교통수단이 아니고, 그냥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 이런 마차와 베짝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걷다 오토바이를 타던지 베짝을 타던지 뭔가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제 시간에 소스로위자얀 거리까지 갈 수 없을거라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베짝 아저씨들이 접근할 때면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으레 혼자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 베짝 아저씨는 내쪽으로 접근해서 말을 건다.


"자네, 베짝을 탈 생각은 없는가?" 땀을 뻘뻘 흘리던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평상시처럼 거부하려다가 대화를 이어갔다. 얼먀나는 나의 물음에 15000 루피아를 불렀는데 바로 비싸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잠시도 망설임 없이 가격을 10000 루피아로 깎아버렸다. 조금 더 깎을 생각으로 흥정을 했는데 아저씨는 소스로위자얀까지는 거리가 멀다면서 쉽게 응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7000 루피아로 깎아버렸다.

7000 루피아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이라 생각되어 만족스러웠다. 아무튼 흥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아저씨에게 사진 한번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미소를 지으며 모델이 되어줬다.


그리고 처음 베짝을 탄 기념으로 아저씨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다. 아저씨는 내가 올라타자 뒤에서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평상시 나는 이런 종류의 인력거는 힘들어 하는 사람이 옆에서 보여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베짝은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프로니까. 사실 페달을 밟아도 일반 사람처럼 헥헥 거리지 않았다.

포장된 도로를 달리니 생각보다는 승차감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꽤 좋았던 점은 정면이 그대로 보이니 앉아서 거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멀리 또 다른 베짝이 보인다. 이렇게 도로에 베짝이 돌아다니면 교통체증을 유발할 법도 한데 오토바이나 마차나 베짝이나 다 어울어져서 잘 움직인다. 생각해보니 한 도로에서 이렇게 많은 교통수단을 보기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낡고 낡은 베짝에 손님이라도 태우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빈 채로 돌아다니고 있다. 족자카르타에는 베짝이 너무 많다. 이렇게 많으니 손님이 없는 것은 당연했고, 여행자들은 더 좋은 차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되었다. 게다가 배낭여행자들이 많은 이곳에서 관광상품도 아닌 베짝을 굳이 타고 다니는 사람도 흔치 않다. 대부분은 걸어다닌다. 베짝이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리 대비 가격도 저렴한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이렇게 어정쩡한 거리를 이동하거나 호기심에 타보는 그런 정도라고 할까?


재밌는 점은 이런 베짝도 번호판이 있다는 것이다.


근데 나도 사람인지라 베짝을 타며 거리를 구경하는 것은 좋았지만 뒤에서 페달을 밟는 아저씨가 안쓰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가까울 줄 알았던 소스로위자얀이 너무 멀어서 7000 루피아로 깎았던 내가 너무 나쁜놈 같았다. 어차피 나에겐 7000이나 10000이나 큰 차이는 없는데도 굳이 조금 더 깎았어야 했나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 소스로위자얀에 무사히 도착한 후 나는 지갑에서 10000 루피아를 꺼내 아저씨에게 드렸다.

"아저씨, 텐 사우전드로 드릴게요!"

내가 10000 루피아를 줄지 예상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짝 미소를 머금은 채 고맙다고하니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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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2용 2011.11.25 16:23 신고

    인도네시아의 화폐단위의 개념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잘 하셨어요 ^^ THX~*

    • BlogIcon 바람처럼~ 2011.11.25 22:48 신고

      인도네시아에서 보통 밥 한끼 먹는데 만이나 만오천 루피아 정도 했는데요.
      우리나라 돈으로 만 루피아는 1200원 정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따지자면 1200원은 큰 돈은 아닐 수 있지만 배낭여행자에게는 밥 한끼 가격이니 크죠. ^^

  2. 박순태 2011.11.25 16:53 신고

    베짝이란 교통수단이 수동으로 해야된다는 점이 힘들어보여 이용하기 꺼려져다는 말에 너무도 공감도 가면서 인간적이라 마음이 흐믓해요. 그런점 때문에 읽기가 지루하지 않고 편안한거 같아요.

    • BlogIcon 바람처럼~ 2011.11.25 22:49 신고

      앗... 너무 감사드려요.
      실제로 저런 인력거를 타면 마음이 많이 불편하거든요.
      근데 저 아저씨 무척 친절하게 느껴져서 돈을 더 줘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 BlogIcon 잉여토기 2011.11.27 00:10 신고

    이거 이름이 베짝이군요.
    옛날에 국어시간에 배운 김첨지의 인력거가 생각 나네요.
    "이년아,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 BlogIcon 바람처럼~ 2011.11.28 02:33 신고

      간혹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인력거를 볼 수 있지요.
      너무 관광화되지 않는다면 역시 한번은 타봐야 할거 같아요.
      그래야 이분들도 돈을 벌테니까요.

  4. BlogIcon Nevaeh 2012.04.27 18:31 신고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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