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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양말 네 켤레와 여분의 옷 한 벌을 넣었다. 여행에서 카메라는 빠질 수 없는 법이니 굳이 점검할 필요도 없이 잘 챙겼다. 아, 그리고 며칠 전에 샀던 가이드북 가지고 가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근데 이상했다. 더이상 챙길 짐이 없었던 것이다. 여지껏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짐이 없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적잖아 당황했다. 그동안 내가 들고 다녔던 70리터짜리 배낭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었던거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나는데 어떤 긴장감도, 설렘도 느겨지지 않았다. 참 이상했다. 이제는 두근거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더 어색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강 고수부지에 나들이 가는 느낌처럼 가벼운 마음도 처음이었다. 아마도 가까운 일본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 가장 큰 이유같다.

이번 여행지는 오사카, 일본 제 2의 도시이자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익숙한 타코야끼(문어빵)이나 오코노미야끼도 오사카 부의 음식이라고 하니 출발 전부터 먹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했다.


지하철을 타고 김포 공항에 금방 도착했다. 김포 공항이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출국을 할 때마다 늦는 사태가 발생해 이번에는 특히 일찍 나왔다. 물론 그때문에 무려 출국 2시간 15분 전에 도착했고, 딱히 할 게 없던 난 지루한 기다림을 이어갔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갔을 때 이후 처음 김포 공항을 왔는데도 별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1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체크인을 하기 위해 대한 항공 카운터로 향했다. 잠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옆에 있는 셀프 체크인을 보고는 굳이 여기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차피 난 짐이 없었으니까 카운터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탑승권을 받는 것뿐이다. 몸도 가벼운 마당에 체크인 하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릴 이유 또한 없었다.


막상 셀프 체크인 앞으로 가니 예전에 내가 이걸 해봤는지 가물가물해 약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옆에 계신 직원 분의 도움으로 아주 쉽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대한 항공 버튼을 누르고, 내가 탈 항공편을 입력하면 여권을 스캔하는 화면으로 넘어간다. 이게 끝이다. 이후에 좌석을 정하는 화면이 나오는데 난 그냥 원래대로 뒀다.


아주 손쉽게 탑승권을 손에 넣었다. 짐이 있는 이용객은 셀프 체크인을 통해 탑승권을 받고, 따로 짐을 부칠 수도 있다.


탑승권을 받았으니 곧바로 출국하러 이동했다. 출국장을 거친 후 내가 탈 항공기가 있는 36번 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다. 면세점에서 쇼핑할 것도 없어서 그런지 남들처럼 바쁘게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주변에는 한국 사람보다 여행을 마친 후 돌아가는 일본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일본이 아니라면 내가 국적기를 타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2박 3일이라는 아주 짧은 일정이기 때문에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국적기가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번 후쿠오카를 여행했을 때는 비행기가 뜨자마자 내린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오사카는 그정도는 아니었다. 아무튼 이렇게 또 일본으로 향한다. 난 도시보다는 배낭여행 할 수 있는 곳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일본은 항상 나중으로 미루곤 했는데 이젠 벌써 3번째 일본행이었다. 물론 여전히 높은 엔고는 부담스럽다.


기내식도 나왔다. 근데 여태까지 여러 기내식을 먹어봤지만 시리얼은 처음 본다. 빵도 몇 번 먹어봤고, 기내식이 아예 없는 저가 항공도 자주 타봤는데 시리얼은 정말 의외였다. 일단 주는 거니까 시리얼도 먹고, 빵도 먹고, 파인애플 조각도 먹어뒀다. 배고팠으니까.

착륙할 때는 참 요란했다. 다른 때보다 충격이 좀 느껴졌다. 이제 입국을 하기 위해 셔틀 트레인을 타고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뒤늦게 알았지만 셔틀 트레인 밖에 보이는 어떤 여자가 바로 김하늘이었던 것이다. 한국도 아니고 오사카에서 연예인을 볼 줄이야! 내가 연예인을 봤다고 열광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서 연예인을 봤다는 신기함과 오사카에는 무슨 일로 왔을까 궁금하기는 했다.

입국 심사대 앞으로 갔는데 줄이 상당히 길고, 오래 걸렸다. 예상대로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그때 저 멀리 김하늘과 장근석이 입국 심사장으로 걸어왔다. 다들 시끄럽게 떠들지는 않아도 여기 연예인이 왔나 서로 수근거릴 정도로 관심이 쏠렸다. 난 바로 코앞에서 김하늘과 마주칠 정도로 가까웠던 적도 있다.

아무튼 지루할 정도로 오래 걸렸던 입국 심사를 마치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정말 TV에서 보는 것처럼 공항에는 열렬한 팬들이 가득할까? 얼른 밖으로 나가봤는데 정말로 연예인을 보기 위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장근석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이 가득했다. 근데 좀 의외였던 것은 전부 가이드 라인 안에 옹기종기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질서 문제나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했나 보다.


5분 정도 뒤에 김하늘과 장근석이 나왔는데 공항 안은 삽시간에 팬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했다. 근데 참 순식간이었다. 기다리던 팬들이 있어 좀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팬미팅을 할 수도 없는지라 그들은 공항을 빠져 나갔다.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난 곧바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공항을 빠져 나갔다.


출발 직전에 가이드북을 한 번 보기는 했기 때문에 간사이 지방에 JR노선과 지하철, 그리고 수 많은 사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니 더 복잡해 보였다. 어지럽게 그려진 노선표는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일단 침착하게 표를 끊고는 난카이 선을 타고 이동했다. 원래는 다른 곳을 갔다가 돈다바야시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생각이 바뀌어 바로 가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돈다바야시로 가는 사철은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아 찾는데 꽤 힘들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전철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여행자에게는 이마저도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설렘이 없었다고는 하나 여행은 여행인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