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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와 에노시마를 여행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에노덴이다. 에노덴은 가마쿠라에서 후지사와까지 약 10km남짓한 지역을 연결하는 열차인데 운행한지 무려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오래된 열차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다.


보통은 가마쿠라에서 에노시마를 가는데 나는 아침에 쇼난 모노레일을 타고 에노시마에 온 뒤라 가마쿠라로 돌아갈 때 에노덴을 이용하게 되었다. 에노덴 에노시마역은 다리를 건너와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인다. 건물 사이에 숨어있는 역이 참 신기했다.


목적지는 가마쿠라, 종착역이었다.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발권기를 이용해서 열차표를 구입하면 된다. 가마쿠라까지는 250엔이다.


에노덴 모형도 전시되어 있었다.


옆에 계신 아주머니께 물어 가마쿠라로 가는 방향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반대쪽으로 갔다. 일본에서 전철을 탈 때면 이상하게도 물어보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아담한 에노덴 열차가 역내로 들어왔다. 딱 봐도 오래된 열차임을 알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낡아 보이지도 않았다. 정말 100년이나 달린 열차인가 싶을 정도로 현역으로 뛴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에노덴 열차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로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는 창가쪽과 철로를 볼 수 있는 뒤쪽이다. 그러니까 가마쿠라행 열차를 타면 오른쪽에 앉아야 바다를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알 턱이 없었던 나는 그냥 대충 자리에 앉아 바깥을 보기 시작했다. 그나마 바다를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이동하긴 했는데 나중에는 거리가 보이는 맨 뒷자리가 탐났다.


오전에 탔던 모노레일과는 달리 에노덴은 살짝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심지어 반대편에 열차가 오면 멈춰선 뒤 먼저 보내야 움직일 수 있다. 그래도 이 느린 열차가 매력덩어리인 것은 바다를 볼 수 있고, 건물 사이로 움직이는 열차라 주변을 구경하기엔 무척 좋다. 오랜 세월과 함께 달린 탓에 뭔가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다.

작은 간이역도 지나고, 몇 개의 마을도 지나치니 어느덧 가마쿠라역에 도착했다. 단순히 이동수단으로 에노덴을 타는 게 아니라 중간에 정차역에서 내려서 여행도 하면 좋을 텐데 시간이 별로 없었다. 가마쿠라로 이동해서 얼마나 머물러야 할지 그리고 나리타 공항까지는 어떻게 가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하느라 에노덴을 제대로 즐길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게 참 아쉬웠다.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타던 열차가 바로 이 에노덴이라 만화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많다. 만화를 따라 여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니 그러지 못했다. 또 가마쿠라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가마쿠라 대불을 보지 못한 것도 좀 아쉽다. 그만큼 가마쿠라는 매력 있는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


에노덴은 승객을 내려다 준 후 다시 승객을 태워 후지사와로 달리기 시작했다. 철로가 하나뿐이라 잠시도 정차할 수 없는 매우 바쁜 열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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