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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Windhoek)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였다. 어둠이 깊게 내려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빈트후크는 내가 지금껏 보아왔던 아프리카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물론 짐바브웨도, 보츠와나도 큰 빌딩과 넓은 도로가 인상적이었지만 빈트후크는 훨씬 더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숙소까지 걸었는데 아무리 처음 찾아가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배낭을 메고 엄청나게 돌아간 탓에 거의 1시간이나 걸렸다. 어차피 남는 침대도 없었지만 보츠와나부터 물가가 급격하게 올라가 텐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캠핑장이 아니라 좁은 마당 같은 곳에 텐트를 쳤다. 숙소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대게 아프리카에서 만난 배낭여행자는 자전거를 타고 있거나, 트레킹을 하고 있거나 했으니까. 사실 이렇게 많은 여행자를 한꺼번에 본 것도 오랜만이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밖으로 나가려는데 숙소 직원이 나를 제지했다. 빈트후크는 위험한 도시니 배낭도 놓고 가라고 말이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해가 떠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밤에는 물론 낮에도 여행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일종의 경고를 하는 셈인데, 처음에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전날 내가 배낭을 메고 어두운 골목을 혼자 1시간 동안 걸었던 건 위험한 짓이었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며칠 지내보니 빈트후크가 워낙 조그만 도시라 위험하다는 생각은 사그라졌지만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치기는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특히 자동차의 창을 부수고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은 꽤 유명하다.

 

아무튼 빈트후크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며칠간 지냈다. 하루는 숙소에서 아침을 먹다가 ‘프리 워킹투어’를 한다고 하길래 세수도 하지 않은 채로 따라 나갔다. 이런 작은 도시에 워킹투어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가이드는 정말로 돈을 받지 않았다. 유럽을 비롯한 어느 나라에서나 프리 워킹투어를 하게 되면 수고비 명목으로 팁을 주기 때문이다.

 

1시간 반 동안 이루어진 워킹투어는 나름 알찼다.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나미비아라 그런지 다이아몬드 세공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을 견학하기도 하고, 교회와 국회의사당, 박물관 등을 돌았다.

 

워킹투어는 나를 포함해 네덜란드인, 미국인 이렇게 딱 3명이 함께 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던 미국인은 2년 넘게 장기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고, 네덜란드인은 마틴은 남아공에서 시작해 나미비아만 2주간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마틴과는 워킹투어를 마치고 같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한참 떨었고,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도 같이 맥주를 여러 병 마셨다. 나이는 어렸지만 생각이 깊고,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며칠 뒤 잠비아에서 만났던 영국인 니콜라를 다시 만났다. 애초에 나미비아를 여행할 계획이니 차를 빌려서 같이 여행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얘기했었고, 그래서 나는 이틀 정도 더 기다린 것이다. 여기에 마틴도 합류할 계획이었으나 아쉽게도 떠나기 전날 아버지와 미리 약속한 다른 일정이 확정되었다며 떠났다.

 

나미비아를 렌터카로 여행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기대감을 부풀어 오르게 하기 충분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2주간 렌터카로 여행해 보니 처음 기대했던 것만큼의 즐겁지 않았고, 더 심각했던 문제는 나미비아 물가가 너무 비쌌다. 하루하루 돈 걱정을 하는 나를 보게 됐다. 아무튼 그때는 렌터카 가격이 얼마인지, 앞으로 여행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떠났다.

 

처음 목적지로 삼은 곳은 워터버그 플래토 국립공원(Waterberg Plateau National Park)였다. 수도 빈트후크에서 출발하는 거라 당연히 잘 닦여진 B1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워터버그 플래토 국립공원 방향으로 틀었다. 간혹 잘못된 길을 선택하긴 했지만 여행 초반이라 이런 것도 즐기며 갔다. 멀리서 워터버그 플래토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멀리서 봐야 평평한 지형 플래토(고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나미비아의 전체 도로 중 비포장도로가 90%라고 하던데 워터버그 플래토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비포장도로다.

 

달리는 도중 거미처럼 생긴 곤충이 돌아다니길래 차를 세우고 확인해봤다. 메뚜기라고 하기엔 날개가 없는데다가 너무 컸고, 거미라고 하기엔 생김새가 완전히 달랐다. 이 난생 처음 보는 곤충은 무슨 이유인지 서로를 잡아 먹고 있었다.

 

나미비아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건 렌터카 여행을 시작하자 알게 되었다. 뭐든지 비싼데 뭐든지 열악했다. 심지어 매일 텐트를 치고 지냈는데도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보다 몇 배 더 썼다. 슬펐다.

 

이날도 어쩔 수 없이 캠핑장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는데 식당은 우리 같은 배낭여행자가 아닌 가족 단위 여행자 혹은 짧은 단기 여행자를 위한 비싼 부페만 제공하고 있었다. 다른 메뉴가 없다고 했지만 다행히 센스가 있던 주방장은 우리를 위해 요리를 제공해줬다. 그리고 이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사파리를 여행하는 것을 이곳에서는 ‘게임 드라이브(Game Drive)’라고 한다면 야생 동물 고기를 먹는 걸 ‘게임 스테이크(Game Steak)’라 불렀다. 이날 내가 먹은 건 쿠두(영양의 일종) 고기였다.

 

니콜라는 새벽에 게임 드라이브를 하러 떠났고, 나는 이곳에서 야생 동물을 보기 위한 게임 드라이브는 매력이 없을 거라 판단해 산책로만 걷기로 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걷기 시작했는데 오르는 도중 해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나저나 말이 산책로지 커다란 바위가 가득해 결코 편하지 않았다. 오르는 동안 살짝 숨도 차고, 땀도 흘렸다.

 

정상에 올랐다. 바람이 시원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벽 날씨가 무척 추웠는데 오르는 동안 땀이 날 정도로 몸이 데워진 상태였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니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니 시원했고, 해가 떠서 춥지 않은 바람이 땀을 식혀줘 시원했다.

 

정상이 평평한 고원(플래토)의 옆면을 볼 수 있다.

 

한참을 앉아 멍 때리다가 내려왔다. 역시 오를 때는 힘들어도 내려오는 건 순식간이다. 캠핑장으로 가기 전에 새를 볼 수 있다는 장소를 찾아 걸었는데 새는커녕 벌레 한 마리 구경 하지 못했다. 물론 이곳에는 새가 엄청나게 많다. 캠핑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독특하게 지저귀는 작은 새가 여기저기를 날아다니고, 참새처럼 작은 새는 도로에 옹기종기 앉아 있기도 했다.

 

커다란 눈망울을 가지고 있던 이 귀여운 동물은 사람을 보자 굳었다. 경계하는 눈빛이 가득했다. 한 발짝 다가서자 깜짝 놀라며 달아났다.

 

이 주변의 경치가 얼마나 독특한지는 정상에 올라가서 봐도 알 수 있다. 지평선이 보이는 평지 벽처럼 높게 솟아오른 고원이 가로막고 있다.

 

게임 드라이브를 하고 있는 니콜라를 기다리는 동안 신기한 무리를 만났다. 역시 처음 보는 동물이라 이름을 몰랐는데 나중에 캠핑장 직원으로부터 몽구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십 마리가 캠핑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곤충을 찾는 것인지 땅을 파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 중에는 새끼 몽구스도 많았는데 간혹 무리에서 떨어지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몽구스는 무서운 살모사도 잡아 먹는다던데 실제로 봤을 때는 무척 귀여웠다.

 

오후가 되어서야 우리는 에토샤 국립공원(Etosha National Park)으로 출발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에토샤 국립공원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했는데 여행 초반이라 그런지 많이 느긋했다.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교통표지판이랄까?

 

물론 인적이 드문 도로이기는 하지만 사람보다 커다란 개미집을 보고 놀랐다. 가까이에서 보니 내 키의 두 배는 될 것 같다. 이런 게 달라도 너무 다른 아프리카 스케일인가.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오치와롱고(Otjiwarongo)에서 잠깐 멈췄다. 늦게 출발한 탓에 벌써 점심 시간이었던 거다. 돈을 아끼기 위해 마트에서 가장 만만한 치킨 몇 조각을 점심으로 샀다. 그리고는 조금 달리다가 가끔 나오는 나무 아래 마련된 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원하는 곳에 언제든 가고, 아무데서나 쉬는 이런 게 로드트립의 매력이 아닌가.

 

북쪽으로 조금 더 달리다 보면 에토샤 국립공원 가기 전 마지막 도시 오우쵸(Outjo)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도 역시 작은 도시라 한적함을 자랑하는데, 중심지에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 여행자가 많이 올 것 같지 않지만 뭔가 얻어갈 만한 게 있을지 몰라 들어가봤다.

 

예상외로 규모가 커서 놀랐다. 따로 주변 지역에 대한 것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미비아 지도를 무료로 얻을 수 있고, 기념품이나 카페도 무척 저렴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깔끔한 도시 분위기와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보니 몇 년 전에 있었던 호주가 생각났다. 내 의견에 니콜라는 미국이라고 하긴 했지만 확실히 기존에 여행하던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빈트후크에서 벗어날 때부터 그랬지만 도로에는 차가 별로 없다.

 

에토샤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캠핑장에서 멈췄다. 오늘 에토샤 국립공원을 갈 수도 있었지만 해가 지기 직전이라 다음날 아침에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늦게 국립공원을 들어간다 해도 우리 차로는 밤에 달릴 수 없을 뿐더러, 입장료도 하루 더 내야 했다.

 

나미비아를 여행하면서 여러 이유로 화가 나는 부분이 많았는데 여행 초반이었던 이날도 니콜라는 폭발했다. 나미비아 물가가 비싼 것도 이해하고, 배낭여행자가 여행하기 힘든 것도 이해하겠는데,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저녁은 오로지 비싼 음식밖에 없었다. 아니 어떤 배낭여행자가 매일 3만원짜리 부페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융통성을 발휘해 메인 메뉴나 일부만 먹을 수 없겠냐고 물어봤지만 그들의 대답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무슨 이런 나라가 다 있냐며 화를 냈지만, 나미비아는 그런 나라였다. 여태까지 6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지만 나미비아만큼 배낭여행하기 어려운 나라는 드물었다. 결국 우리는 남은 빵쪼가리를 먹으며 허기를 때웠다. 멀리서 돈 많은 여행자를 위한 공연을 지켜보며.

 

다음날 이른 새벽에 텐트를 접고 에토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사실 난 에토샤를 가기 전에는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 그냥 다른 사파리와 별반 다르지 않겠거니, 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에토샤를 여행해보니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절대 하루 만에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에토샤를 여행하는 방법은 주로 차를 타고 워터홀(Water Hole)이라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못이나 사람이 만든 인공 못을 따라 둘러보는 거다. 아무래도 동물들은 물을 마시러 못으로 오니깐 이곳에서 동물을 보기가 쉽다. 며칠 전에 먹었던 쿠두(Kudu)도 직접 볼 수 있었다. 쿠두의 경우 숫컷은 뿔이 있지만 암컷은 뿔이 없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본 얼룩말. 여기서도 흔하디 흔한 동물이다.

 

커다란 뿔을 가지고 있는 겜스복(Gemsbok)도 에토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물 중 하나다.

 

조그만 자칼은 종종 걸음으로 못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야생 동물이 가득한 곳이라 할지라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사자나 표범 등의 맹수가 가장 인기가 많고, 그 다음으로는 코끼리나 코뿔소 정도다. 아무래도 개체수가 많지 않아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뿔이 있고 갈기가 있어 보기로는 이 지역 대장인 것 같은데 당연히 무리 지어 생활하는 초식 동물이다. 사실 검색을 해보기 전까지만 해도 와일드비스트(Wildbeest)가 한국어로 뭔지도 몰랐다. 당연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야생동물인데다가 동물원에서도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어로는 ‘누’라고 부른다.

 

우리는 다시 달리다가 동물을 발견했을 때마다 멈췄다. 멀리서 기린 두 마리가 보였다.

 

우리나라 말로는 영양이라고 부르는 스프링복(Springbok) 역시 에토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 중 하나다. 언뜻 보면 비슷하게 생겼지만 뿔이 일자이고 몸집이 조금 더 작은 동물은 스틴복(Steenbok)이라 부른다. 

 

에토샤는 나미비아의 대표 관광지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렌터카로 돌아보면 굳이 돈을 주고 게임 드라이브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 확실히 게임 드라이브를 하게 되면 무전으로 서로 연락을 하게 되고, 현지 가이드에 의해 남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동물을 볼 수 있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사자를 보지 못한 이유도 사실 이런 게임 드라이브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에토샤는 그만큼 넓었다. 하루를 보낼 할랄리(Halali)에 도착했을 때는 기진맥진할 정도로 지쳐있었다. 할랄리 캠핑장은 텐트를 치기 적합하지 않은 딱딱하고 메마른 땅이었다.

 

할랄리 캠핑장 근처에는 인공 못이 하나 있다. 여기는 사람들이 앉아서 동물이 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도록 잘 만들어놨다. 어쩐지 야생 동물이 아닌 동물원에 있는 동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혹은 야외 공연장에 있거나.

 

숨을 죽이며 어떤 동물이 나타날까 기대하고 있는데 그 보기 힘들다는 코뿔소가 등장했다. 코뿔소 몇 마리는 물을 마신 후 주변을 걷다가 다시 물을 마셨다.

 

뜨거웠던 태양은 마지막까지 빛을 발하다 구름 속으로,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

 

대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여행자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어차피 많이 어두워 사진 찍기는 어려웠는지 코뿔소 몇 마리가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모습을 관찰하기만 했다.

 

에토샤 국립공원 2일차, 여전히 갈 길은 멀었다.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날씨까지 더워 금세 피로함을 느꼈다. 달리는 도중 머리만 있는 동물을 발견해 급히 멈췄다. 자세히 보니 새 종류인데 목이 길어 초원에서는 머리 부분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거다.


여행의 방법은 전날과 다르지 않았다. 달리고 인공 못에서 멈춰서 동물을 관찰한 뒤 다시 달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맹수는 구경도 못했다.

 

가장 큰 새지만 날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한 타조가 길 바로 옆에 모여 있었다. 타조 역시 사람이 다가가면 도망치기 때문에 멀리서 사진을 찍었다. 처음 본 타조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행동도 좀 유별나 보였다.

 

못에서 물을 마시는 동물들은 언제 위험이 다가 올지 몰라서인지 항상 주변을 살폈다.

 

과거엔 호수였으나 지금은 물이 말라 그저 건조한 지대인 이곳을 팬(Pan)이라 부른다. 하얀 대지가 끝 없이 펼쳐져 있고 파란 하늘이 그 위를 덮고 있다.

 

기린은 나무 위에 있는 잎만 먹는 줄 알았는데 바닥에 있는 풀도 먹더라. 자세가 참 불편해 보였다.

 

나무토니(Namutoni)는 국립공원의 동쪽 끝에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독일 식민지 시절에 세워진 성이 있고, 작은 역사 박물관이 있다. 관리는 잘 되고 있지 않지만 역사 박물관을 들어가 보니 에토샤 국립공원이 과거에는 엄청나게 거대했다는 것을 지도로 볼 수 있고, 세계대전 이후 폐쇄된 이 지역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개방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새가 내 눈 앞에 있는 나무에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움직이지 않아 무척 신기했다.

 

나무토니 성 주변을 걷다가 누군가가 코끼리가 나타났다는 말에 얼른 가봤다. 여기도 할랄리처럼 인공 못이 있어 동물이 물을 마시러 찾아 오는데 이날은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등장했던 것이다. 코끼리는 물을 마신 후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코를 이용해 바닥에 있는 풀을 뜯고 입에 가져다 먹기 시작했다.

 

사실 야생 동물을 보는 건 좋긴 한데 이틀이 넘어가니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얼룩말은 당연했고, 기린이나 누를 계속해서 보니 아무래도 신비감이 떨어졌다. 그렇게 원하고 원한 사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기린이 한 마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러 마리가 몰려 있었다.

 

에토샤 3일차에는 나무토니를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에토샤 국립공원이 워낙 넓기도 하고 계속해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피곤했다.

 

마지막 날에도 사자는 보이지 않았다. 중간에 다른 여행자에게 물어 보니 그들 역시 사자를 못 봤다고 한다. 우리만 운이 안 좋았던 게 아닌가 보다. 마지막 날까지 얼룩말 엉덩이만 쳐다보다 에토샤 국립공원 일정을 마무리했다.

 

에토샤 국립공원을 떠나 우리는 북쪽, 그리고 서쪽으로 계속 이동했다. 나미비아 로드트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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