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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Pastel먹고, 피자까지 먹으니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우리는 캐서린네 집에서 좀 쉬기로 했다. 카미긴 여행이 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까닭은 캐서린을 비롯해서 캐서린네 가족들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TV를 같이 보다가 캐서린이 가지고 온 사진과 지역 신문을 봤는데 신문에 캐서린이 실려있었다. 지역에서 좀 유명한 인물인가? 얘기를 들어보니 캐서린도 캐서린네 어머니도 학교 선생님이었고, 아버지는 공무원이었다.

원래는 이 날 캐서린네 아버지가 산을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일정은 취소되었다. 짧게 머물렀던 우리는 시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대신 우리는 캐서린네 학교를 찾아갔다.


학교 건물만 있는 삭막한 우리나라 학교와는 다른 넓은 교정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캐서린의 교실도 가보니 우리나라 학교처럼 뒤에 학생들의 사진도 붙어있고, 각자의 꿈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다짐도 써있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학생들이 캐서린한테 문자도 보내고, 자신의 고민거리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학생과 선생님이 아니라 그냥 친한 친구나, 언니정도라고 느낄 정도였다.


학교를 빠져나와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조용한 마을의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길을 걷다가 교회 옆에 있는 놀이터에 잠시 쉬었는데 아무래도 잠을 많이 못 잤던 탓에 장우형은 무척 피곤하다고 했다.


캐서린네 집으로 다시 돌아오자마자 캐서린과 동생이 같이 놀러가자고 했다. 놀러가자고 한 곳은 예전에 살았던 집이라고 했는데 무척 친하다고 했다. 가자마자 또 먹을 것을 건내주는데 바로 구운 바나나였다. 예전 라오스에서 이미 먹어봤었는데 맛은 고구마와 무척 비슷하다.

사실 우리는 1박 2일의 일정으로 놀러온 건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대해주는 이 곳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다. 아마도 일반적인 여행으로 왔다면 이런 대접은 받기 힘들었을 거다.


다시 캐서린네 집으로 돌아온 후 나와 캐서린은 저녁거리를 사러 중심부로 갔다. 웰라를 타고 갈거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걷고 싶다고 했다. 나는 내려막길을 걸으면서 주위 모습을 좀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미긴의 중심부까지 걸어 내려오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시장으로 가서 먹을거리를 샀다. 그러는 도중 캐서린의 학생들도 만났는데 그 때마다 캐서린에게 무슨 말을 했다. 나는 무슨 말을 했냐고 물어보니까 내가 남자친구냐고 물어본거라고 한다.


어딜가도 재밌었던 역시 시장이다. 캐서린이 시장에서 무언가를 사고 있을 때 나는 과일쪽에 시선이 갔다. 갑자기 먹고 싶어진 망고와 파인애플이 눈에 띄어 이것 저것 물어보며 봉지에 들은 파인애플 3개와 망고 5개를 사버렸다.



캐서린은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생선을 샀다. 내가 생선 종류를 잘 몰라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맛있는 생선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야채와 생선을 다 사고난 후 우리는 웰라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캐서린네 아버지께서 직접 요리를 하러 들어가셨다. 굉장히 무뚝뚝해 보이시는데 의외로 인자하신 모습에 깜짝 놀랐다. 요리도 직접한다는 것에 놀라 캐서린에게 슬쩍 물어보니 자주 하신다고 한다. 그 동안 내가 사온 망고를 잘라서 먹기도 했다.

조금 뒤에 손님인 우리를 위한 저녁이 준비 되었다. 필리핀에서는 손님이 오면 꼭 손님을 위한 식사가 먼저 제공이 된다. 자리가 넓지 않아 전부 식사를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사왔던 치킨, 생선 요리 등을 먹었었다. 생선과 관련된 굉장히 독특한 요리를 먹었던 것 같은데 뭐를 먹었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난다.

저녁을 먹은 뒤 우리는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너무나 잘 대해줬던 캐서린네 가족이 무척 고마웠다. 캐서린의 어머니는 또 놀러오라는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즐거웠던 카미긴 여행은 캐서린네 가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쉬웠던 마음을 달래며 사진을 같이 찍었다.

캐서린네 학교 학생들이 집에 놀러왔고, 우리는 같이 항구로 향했다. 저 조그만 웰라에 나와 장우형, 그리고 캐서린네 학생 3명이나 같이 탔다. 항구에 도착해서 돌아가는 배 1000페소(약 3만원)을 내고 산 뒤 조금 기다렸다. 정말 짧은 1박 2일간의 일정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의 친절함에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또 허름한 배에 12시간동안 몸을 맡겨야 했다.


12시간 뒤 우리는 부시시한 채로 세부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