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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은 다들 지쳐서 그런가 잠이 들었지만 나는 억지로 잠이 들려고 해도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5시간정도를 날았을까...
드디어 세부에 도착했다는 안내 멘트가 들려왔고 벌써부터 더운 열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막탄 세부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절차를 마친후 공항밖으로 나오자마자 우리는 외쳤다.
"으아~~ 덥다!!"

공항은 에어컨때문에 그나마 덥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공항밖으로 빠져나오니 사우나에 온 것처럼 찝찝한 느낌과 더불어 더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 시각이 새벽 1시 반정도였다. 새벽에도 이렇게 더운데 대낮에는 얼마나 더울까 벌써부터 걱정이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우리를 기다려야할 현지 관계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거 필리핀에서 미아되는거 아니야?  30분정도 기다렸을까.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현지 Volunteer관계자들이 왔다. 그 때는 정신도 없어서 누가 누구인지도 기억은 못했지만 우리를 보며 환하며 맞이했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봉고차로 우리의 짐을 실었다.
우리의 짐만 해도 엄청나게 많았다. 각종 악기(기타, 바이올린, 장구, 괭과리, 대금 등), 우리 먹을 음식(김치, 라면 등), 그리고 현지 아이들에게 기증할 기증품들을 가지고 왔는데 이것만 9박스나 되었다. 거기다가 우리 개인 물품까지 합친다면 이동하는 동안 이 짐들에 둘러싸여있었던 것이다.


봉고에 올라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에어컨바람이 너무나도 좋았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추웠는데 여기서 찬바람을 맞으면서 좋아하고 있다니 이상한 순간이었다. 새벽이라서 그런가 도로와 거리는 무척이나 한산한 모습이었다. 도로에 차가 거의가 없을정도였다. 내가 이런 낯선 땅에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우리 팀원 모두 새로운 환경에 흥분되어있던 상태였다.
아직 우리 팀원끼리 내에서도 친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창밖을 바라보며 신나있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이상한 펜션 ^^


새벽 2시정도쯤에 도착한 듯 하다. 우리는 새벽에 도착했기 때문에 여기서 하루밤을 묵고 다음날 올랑고섬으로 출발을 한다. 필리핀의 밤 무척이나 후덥지근했지만 역시 기분이 들떠 있었다.


바로 앞에는 식당으로 보이는데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 곳이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사람들과 손도 흔들었다.


펜션은 그냥 뭐 침대 두개가 덩그러니 놓여져있고 작은 에어컨과 작은 텔레비젼이 있었다. 뭐 그냥그랬지만 에어컨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첫날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


돌이켜보면 올랑고에서 10일을 보냈던 나로서 이 때의 단 하루밤은 완전 호텔이었던 것이다. 샤워시설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TV도 있고, 게다가 침대에서 잤으니 말이다. 우리는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서 땀에 범벅이 되어있던 옷을 벗고 샤워도 했다.

목이 너무 말라 물을 먹고 싶었지만 물을 어디서 얻는지 알 수가 없어 그냥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세부에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흥분되었던 마음은 조금 눌러버리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집에 나와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팀원들과 만나 인사도 나누고, 필리핀행 비행기에 올라타서 5시간 날라와서 도착, 현지 관계자와 만나 이 곳 펜션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기를 쓰다가 너무 지쳐서 대강대강 써버리고 잠이 들었다. 시계는 없었지만 대강 4시가량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