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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JR패스를 무사히 받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써먹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런 교통패스로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도 있고, 일본 여행도 아직 어색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JR패스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 과연 이 패스가 얼마나 유용한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결론은 무지막지하게 이동했던 큐슈일주에 JR패스가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던 여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침에 이니그마님(http://www.gloriousld.com)이 전자상가로 일을 보러 가는 동안 나는 하카타역으로 가서 키타큐슈 열차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처음 JR패스를 이용해서 열차를 예매하는 순간인데 어차피 앞으로는 계속 혼자 다닐 예정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빨리 경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JR을 탈 수 있는 하카타역으로 갔다. 하카타역은 현재 한참 공사중이어서 더 복잡해 보이기는 했는데 여기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중심 상권인 텐진을 위협하는 수준이 될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여기에서 처음에 궁금했던 사실은 바로 후쿠오카의 지명이었다. 왜 도시의 이름은 후쿠오카인데 역의 이름은 하카타일까? 물론 나도 여행을 하기 직전에 가이드북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후쿠오카와 하카타는 다른 지역을가리키는 지명이었다. 즉, 과거 후쿠오카성이 있던 지금의 오호리 공원 주변인 후쿠오카와 지금의 하카타역과 텐진이 있는 하카타가 합쳐지게 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에는 무사들의 도시였던 후쿠오카는 행정의 명칭에 쓰이고 있고, 상인들의 도시였던 하카타는 그와 관련된 역, 항구, 음식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후쿠오카가 정식 명칭이니 많이 사용하기는 했지만 큐슈지역에서 지내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하카타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JR 열차표를 예매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다. 일본에서 8번째로 큰 도시인 후쿠오카에서 한글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한글이 아닌 영어도 병행표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열차표를 어디서 예매하는지 헤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는 창구로 이동해서 JR패스를 보여주면서 원하는 열차표를 예약하겠다고 말을 하면 된다. 일본이 아무리 영어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JR직원들은 대부분 가능하기 때문에 큰 염려를 할 필요가 없다. 혹시 걱정이 된다면 이곳에서 열차 시간표를 얻을 수 있으니 시간표를 보면서 설명하면 된다. 나의 경우 여행을 하면서 어느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에 들러 시간표를 얻고, 그 시간표를 가지고 다니면서 다음 일정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일본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지독하게 느껴질 정도로 철저한 대중교통의 시간이었다. 일본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툭하면 연착되는 KTX에 비해서 정시도착, 정시출발이 신기할 정도였다. 심지어 버스도 마찬가지였는데 미야자키를 여행할 때도 아주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고 출발하곤 했다. 물론 일본의 대중교통에는 단점이 있었으니 하카타처럼 자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는 곳이라면 상관없지만, 시골마을의 경우라면 철저한 시간 때문인지 버스나 기차가 자주 없었다. 따라서 정확한 시간에 맞춰서 버스나 기차를 타지 않는다면 1시간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큐슈여행을 하는 동안 땀나도록 무지하게 뛰어다녔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잠시 후 JR직원은 나에게 고쿠라(키타큐슈의 중심지) 열차표를 건네줬다. JR패스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정말 손쉽게 열차표를 예매할 수 있는 것이다. 열차의 경우 지정석과 비지정석이 있는데 꼭 지정석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JR패스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열차에 올라탈 수 있다. 


일본에 처음 도착했을 때 유난히 얼굴에 붉은 볼터치 화장을 한 여자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이는 JR직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화장법인지 모르겠는데 흔히 생각하는 일본식의 진한 화장법과는 묘하게 대조적으로 보여 신기했다. 

다시 호텔로 돌아가 배낭을 챙긴 뒤 하카타역으로 돌아왔을 때는 겨우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고쿠라로 가는 열차표는 1시로 예매했으니 앞으로 거의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열차 시간표를 다시 살펴보니 12시 20분에 고쿠라로 가는 열차가 있었다. 이에 우리는 망설임도 없이 열차표를 변경하자고 했고, 이니그마님은 이 열차표를 변경하러 갔다. 


잠시 후 변경된 열차표를 가지고 온 이니그마님과 들어가기로 했는데 일본인들을 살펴보니 표를 투입구에 집어 넣고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투입구에 넣어봤는데 들어갈 수 없었다. 알고보니 JR패스는 투입구에 넣을 필요가 없었고, 보통 좌측이나 우측에 서있는 직원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통과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JR패스로 여행을 하다보면 뭔가 특혜를 받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항상 지나가면서 패스권을 보여주기만 하면 통과하라고 안내를 해주기 때문이다. 


시간을 앞당겨 열차표를 끊었기 때문에 올라가자마자 열차에 올라탈 준비를 해야 했다. 무거운 짐을 이끌고 우리가 탈 플랫폼 앞에 섰는데 갑자기 잊은게 생각났다. 


일본의 열차 여행이라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에끼벤(도시락)이었다. 열차에 올라타기 전에 각 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있는 에끼벤을 꼭 구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