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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또 새로운 여행자를 만났다. 어차피 한인게스트 하우스이니 한국인이 많은게 사실이지만 어찌하다보니 혼자 유럽 돌고 말레이시아 잠깐 스탑오버해서 여행하려고 하던 희정누나와 만났다. 우리는 이미 쿠알라룸푸르를 몇 바퀴 돌았고, 희정누나는 처음 온 것이라 같이 안 가본 곳을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정한 곳은 동남아 최대 힌두교 성지라고 하던 바투동굴이었다. 


바투동굴을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차이나타운으로 갔는데 싱가폴 차이나타운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분명 우리는 MRT역에 써 있는 차이나타운이라는 곳에서 내렸는데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이 어디있는지 사람들에게 물어서 찾아 가야 했다. 


사람들에게 물어서 도착한 차이나타운은 그냥 중국 사람들이 많은 시장처럼 보이기만 했다. 우리가 정확히 돌아다닌지는 모르겠지만 큼지막한 거리들은 전부 시장이었고, 우리를 꼬시기 위해 아저씨들이 접근했다. 상당히 많은 점포들이 들어서 있었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꽤나 복잡해 보였다. 



그냥 막연하게 차이나타운의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진짜 시장인 센트럴마켓에 도착했다. 센트럴마켓이라고 해서 일반적인 시장으로 생각했는데 건물 내부에 상점이 있었던 곳이었다.  빵도 팔고, 기념품도 팔고, 장난감도 팔고 다양한 것을 팔았는데 내부는 넓어서 돌아다닐만 했다. 

여기서 승우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는지 구입하고 싶어 했다. 아저씨는 처음 가격은 50링깃이었다가 점점 싸지곤 했는데 나중에는 반 값 이상으로 싸지는 것이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사려고 했는데 어떤 포장도 없이 그냥 그림만 준다고 하길래 보관은 어떻게 하냐고 하니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결국 안 산다고 하니 아저씨는 얼른 다른 곳으로 가라고 신경질을 부렸다. 

이곳에서는 기념품 가게가 많아서 그런지 희정누나도 마음에 드는 것을 구입하려고 했다.  우리는 옆에서 깎는 것을 도와줬다. 나도 가만히 구경을 하다 보니 말레이시아 관련 기념품 중에 유독 많은 건 역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모형이었다. 이 때만 하더라도 기념품을 사고 싶다라는 생각이 없어서 그런지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작은것 하나 정도는 사도 괜찮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센트럴 마켓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곳에서 11번 버스를 타고 교외지역으로 가면 인도를 제외한 힌두교 최대성지인 바투케이브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버스부터 찾았는데 이상하게 11번 버스만 보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참 이상한게 사람들한테 지리를 물어보면 항상 "go straight"로 대답해주고, 바투동굴을 가려면 11번 타는거 맞냐고 물어보면 다른 버스를 타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센트럴 마켓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니 11번 버스가 보였고 바투동굴 가냐고 물어보니 얼른 타라고 했다.  


버스는 상당히 낡았다. 말레이시아 및 동남아의 대부분 버스에는 운전사와 표를 끊어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는데 이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에 올라타 앉아 있으면 알아서 다가와 어디 갈거냐고 물어보는데 바투동굴이라고 했더니 2링깃이라고 해서 돈을 지불하고 허름한 종이 한장을 건네받으면 끝이었다.


바투동굴까지는 꽤 멀었다. 쿠알라룸푸르의 시내를 벗어나 외곽쪽으로 가니 높은 빌딩은 전혀 보이지 않고 무척이나 한적한 곳이 나타났다. 간간히 집이 보이기도 하고 이슬람사원이 보이기도 하는데 쿠알라룸푸르의 큰 도시 외각이라고 보기엔 너무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몇 시간을 벗어나 시골 마을 부근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 후 멀리서 커다란 동상이 보이고, 동굴이 보였다. 버스에서 표를 끊어주던 아저씨가 여기가 바투동굴이라고 알려주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저 커다란 동상과 산 중간에 구멍이 보이는 동굴이 너무 궁금해져서 얼른 달려갔다. 


가까이 가보니 거대한 상에 압도당했다. 어떻게 이런 커다란 상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거대했고, 한 눈에 봐도 이 곳이 심상치 않은 장소임에 틀림 없어 보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 한번 찍어야했다. 거대한 상과 함께 희정누나와 사진도 찍었다. 이곳에 오니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고, 바투 동굴과 함께 거대한 상과 사진 찍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바투 동굴로 올라가려면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계단 하나하나 숫자가 써있었다. 올라가면서 숫자 세는 재미도 없게 만들어버리다니 센스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헥헥 거리며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일부러 계단이 몇 개인지 세보지 않아도  되니까 써 놓은게 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갔을 무렵 원숭이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원숭이들의 손에는 하나씩 먹을 것을 들고 있었고, 아니면 쓰레기더미 속에서 봉지를 핥아가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바투동굴에서 살고 있는 야생 원숭이인 듯 했다.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이 원숭이들은 꼬리가 무척이나 길었다는 특징이 있었다.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었지만 이 원숭이들 생각보다 성질이 고약해서 혼났다.  


멀리서만  원숭이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원숭아 놀자"라고 외쳤지만 냉담한 원숭이들이었다. 


계단 끝까지 올라가니 바투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꽤 거대한 동굴이라 안에는 기념품가게 및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가게들도 있었다. 동굴 안 쪽으로는 굉장히 넓은 공간이 있었고 또 어디론가 거대한 구멍이 있었는데 가보니 그곳이 끝이었다. 그냥 사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스러울 정도로 그게 전부였던 것이다. 


다만 그 옆 절벽에는 관광객들은 신기하게 쳐다보는 원숭이 수 십 마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먹을 것을 달라고  빤히 쳐다보는 원숭이들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사진을찍어댔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문득 여기가 힌두교 아니라 혹시 원숭이 사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원숭이들이 많았고 이녀석들 우리가 먹이를 주기를 기다리며 사람과 원숭이들과의 대치가 지속되었다. 


누군가가 음료수병을 일부러 바닥에 놓았는데 한 원숭이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얼른 집어 가지고 갔다. 뚜껑을 어떻게 열지 몰라 밟기도 하고 물어뜯기도 하며 먹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무척 웃겼다. 바투동굴에 와서 계속 원숭이들만 사진 찍고있었고, 우리는 본래 목적지가 힌두교 사원이었다는 것을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 

바투동굴을 나올 때 다른 샛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또 다른 관광지였는데 여기는 헬멧에 라이트를 달고 들어가는 곳이었고 입장료가 35링깃이었다. 우리는 관심이 별로 없었고, 특별한 곳은 아닐거라는 느낌에 들어가지 않았다. 


바투 동굴에 와서 기억나는건 원숭이뿐이니 내 머리속에는 온통 원숭이 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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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어플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 출시로 인해 기존 동남아 배낭여행 글을 전부 수정, 재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가다듬기 때문에 약간의 분위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07년도 사진과 글이라 많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어플을 위해 대대적으로 수정을 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유저분들은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운(http://durl.kr/2u2u8) 받으시면 쉽게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