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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실망스러웠던 한국 전망대를 뒤로 하고, 대마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망대 중 하나인 에보시타케 전망대로 향했다. 대마도에는 해안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러 곳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 바로 에보시타케 전망대였다.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라니 일단 에보시타케 전망대는 기대해 볼만한 장소 같았다.  


에보시타케 전망대는 보통 남과 북으로 나뉘는 대마도의 중앙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와타즈미 신사를 지나 산의 정상을 향해 조금만 오르다 보면 에보시타케 전망대 이정표를 찾을 수 있는데 여기에서부터 차에서 내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정상에는 볼품없어 보이는 전망대가 있지만 막상 올라가서 보면 360도로 펼쳐진 리아스식 해안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 남해처럼 해안선이 복잡해 바다가 들어오고 나오는 부분에 따라서 굴곡진 해안의 모습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지형이 산으로 이루어진 대마도에서는 볼록하게 튀어나온 산이 바다 위에 떠있는 재미있는 모습인데 흡사 필리핀 보홀에 있는 쵸콜릿힐을 연상케 했다. 전망대에 올라가자마자 쵸콜릿힐이 바로 떠올랐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다만 3월 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칼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갈 정도로 추웠고, 또한 비까지 내려 날씨가 매우 안 좋은 상황이었다. 푸른 빛이 감돌지 않은 헐벗은 산의 모습이나 흐릿한 하늘은 잠깐 이곳을 머누는 여행자에게 아쉬움을 선사해줬다. 날씨만 조금 더 좋았더라면 훨씬 멋진 풍경을 보고, 사진도 잘 나왔을텐데 이날만큼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에보시타케 전망대는 10명 남짓한 사람이 올라가면 꽉 차는 아담한 규모였지만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누군가는 볼 게 없다면서 10분만에 사진만 찍고 내려올 수도 있지만 일단 시원한 풍경과 함께 맑은 공기를 마시면 쉽게 발걸음을 돌리기가 어렵다.

가이드님이 대마도는 9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개발제한 및 군사지역이라 다른 어떤 곳보다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하셨다. 실제로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오르면서 평소와는 다른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이렇게 숲을 오르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아름답게 펼쳐진 자연을 보고 느끼고 있는 지금, 자연스럽게 삼림욕을 즐기는 것이이었다.

전망대의 가운데에는 영어, 중국어, 일어, 한국어로 적힌 안내판이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음성이 나온다. 처음 눌러봤을 때는 소리가 나와 깜짝 놀랐다. 그런데 대마도를 여행하면 주요 관광지에 이런 음성지원을 하는 안내 기계가 자주 보이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느꼈다. 사실 소소하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이지만 적은 수의 여행자라도 배려한다는 느낌이 들어 인상적이었다.


저 멀리 외딴 곳에 가옥이 몇 채 보였다. 집이 몇 채가 있는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동네 같았다. 아니 어쩌면 마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그들만의 아주 작은 터전 같았다. 대마도는 워낙 인구가 없고, 시골이라 어딜가도 한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는데 몇 가구밖에 없어 보이는 저 아래는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360도로 탁 트인 공간에서 볼 수 있는 리아스식 해안선과 볼록하게 튀어나온 산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소만의 절경이었다. 에보시타케 전망대가 왜 인기가 많은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이렇게 탁 트인 전망대도 많지 않은데다가 가볍게 올라 무수히 많은 섬이 멋진 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올라왔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 된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던 도중 하늘을 바라보니 매로 보이던 새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 날개를 펴고 하늘에 떠있는 그 새는 이 주변을 한참동안 맴돌았다.

안녕!


*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파노라마로 촬영한 사진(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여행은 쓰시마시, 여행박사, 시그마 협찬과 도움으로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