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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잇신지를 나와 이제는 츠텐카쿠가 있는 신세카이로 향했다. 걷다보면 멀리서 투박하게 보이는 철탑, 츠텐카쿠가 보이니 신세카이까지 찾아 가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가니 신세카이에 도착했다.


전날에는 이게 무슨 탑인지도 모르고 쳐다봤던 츠텐카쿠인데 낮에 보니 조금 새롭게 느껴졌다. 비록 모양새는 세련되지 않았지만 나름 오사카의 명물답게 카메라 세례를 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투박하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오사카의 시내를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어 여행자라면 한 번 들러볼만한 곳이다. 대낮에 전망대를 올라가는 것은 좀 내키지 않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츠텐카쿠는 전망대를 보지 않는 것은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막상 달리 할 일도 없는데 전망대 구경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츠텐카쿠 전망대로 바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마침 점심때라서 허기를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조금 걸으니 익숙한 거리가 나타났다. 전날 밤에 여기를 돌아다녔던 곳이라 조금씩 거리와 가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반대편에서 바라 본 츠텐카쿠는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서 그런지 훨씬 근사해 보였다. 이정도면 세련된 건물이 아니라고 놀리기 힘들어 보인다.


난 점심 먹을 곳을 물색했다. 그러나 신세카이에서는 마땅히 내가 먹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꼬치튀김(쿠시카츠)와도 연관이 있는데 그건 다름이 아니라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꼬치튀김 가게만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꼬치튀김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지만 사방에는 같은 메뉴뿐이니 좀처럼 괜찮은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라멘집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움켜잡으며 신세카이를 한 바퀴 돌았다. 사람들이 가득한 메인 거리를 걸으니 도톤보리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인상적인 커다란 간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꼬치튀김을 손에 쥐고 있는 아이나 커다란 복어 간판은 신세카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이쪽에는 다른 지방에서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나 보다. 아무리 봐도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츠텐카쿠를 찍는 모습은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내 앞에는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는데 그저 풋풋하게 보였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배고픔에 신세카이를 돌았건만 적당한 식당을 찾지 못했다. 그냥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조용한 식당을 원할 뿐인데 여기는 전부 시끌벅적하고,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난 어제 여기에서 꼬치튀김을 먹었는데 아무리 맛있더라고 해도 또 먹고 싶지는 않았다.


츠텐카쿠 바로 옆에는 원조 꼬치튀김 전문점 다루마가 있었는데 대낮인데도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신세카이에만 3군데 있다고 하던데 여기가 본점인가 보다. 분명 맛있긴 했지만 이렇게 긴 줄을 보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앞에는 외국인들이 가게의 다루마의 아저씨가 재미있다고 여겼는지 똑같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표정이 참 웃겼다.


그러다가 다루마 바로 옆에 있던 로쿠라는 스시집이 보였다. 저녁은 아니었지만 점심으로 스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에 온 이후로 아직 스시를 먹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만으로도 군침을 절로 흘릴 정도였다. 결정을 했으니 곧장 가게로 들어갔다.


내부는 다른 스시집과 다를 바가 없지만 생각보다는 한산했다. 그래도 조용해서 좋았고, 일단 혼자서 앉아도 어색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내가 앉은 쪽은 거의 끝쪽이었는데 옆에는 어느 여자 분이 나와 비슷하게 들어와 주문을 하고 있었고, 다른 쪽은 대낮부터 술을 한잔 걸치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메뉴판을 보고 무얼 먹을까 고민을 했지만 무슨 말인지 몰라 주문조차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영어 메뉴판이 있었다. 하지만 영어 메뉴판이라고 하더라도 생선의 이름만 보고 주문하기는 쉽지 않았다. 옆에 계신 여자 분이 나를 보고는 도와주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점심 특선(1500엔)으로 골랐다.

점심이 나오기 전까지 옆의 여자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이모뻘로 보였는데 휴일이었음에도 일을 하는 도중에 먹는 점심이라고 했다. 내가 일본어를 모르는 것처럼 비록 한국어를 잘 몰랐지만 나에게 뭔가 대화를 계속 시도했다. 심지어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한국어로 말을 하기도 했다.

나에게 일본 배우를 아냐고 물어봤는데 딱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일본 사람을 만나면 항상 우려먹을 수 있는 드라마 ‘트릭’의 나카마 유키에 정도밖에 없었는데 확실히 유명하긴 유명한지 이름을 대자 무척 좋아했다. 난 한술 더 떠서 “돈토코이!”(트릭의 남자 주인공은 겁이 무척 많은데 항상 남들 앞에서는 당당한척 외치는 말, 뜻은 덤벼라!)라고 말을 하니 완전 빵 터졌다.


점심 특선은 8개의 스시와 몇 개의 반찬이 같이 나왔다. 이정도면 가격대비 무난해 보였다. 일본에서 제대로 된 스시를 한 번 먹어본 이후로 처음으로 스시가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적이 있었다. 그만큼 맛에 반했었는데 이곳은 어떨지 젓가락을 들어 시식을 해봤다.


예쁜 빛깔과 균형 잡힌 스시가 참 먹음직스러웠다.


무슨 생선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나씩 들어 맛을 음미하는 것처럼 천천히 씹었다. 부드러운 연어, 쫄깃한 문어, 달콤한 계란까지 다 맛있었다. 점심으로 스시를 선택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내가 스시를 다 먹으니 옆에서 여자 분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맛있어요?”라고 한국어로 얘기했다. 아까처럼 한국어 회화를 찾아 나에게 말을 건 모양이다. 난 화답하는 것처럼 일본어로 맛있었다고 얘기했다. 당시 분위기는 서로 농담도 주고받았는데 확실히 새로운 사람과 만나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라도 즐겁기 마련이다. 사실 그게 여행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곳의 스시도 참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