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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호주로 가던 날, 이제는 진짜 혼자가 되었다. 나랑 같이 졸업했던 동생들은 이미 다른 나라로 갔거나 한국으로 돌아갔다. 나만 필리핀에서 2주 더 머무는 바람에 혼자 움직이게 되었다. 어차피 같이 움직이더라도 나와는 매우 다른 계획들이었다.

나? 그냥 뭐... 호주가서 한번 생각해보지.

이정도는 되야 진짜 모험이지라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당시에는 살짝 미친게 분명했다.


이제 거의다 남아있지 않은 나의 지인들이 나의 생존을 염려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공항까지 엄청나게 막혀서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다른 사람들은 전부 학원 친구들이랑 같이 공항으로로 들어왔거나 아니면 마중나와서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뭐... 혼자도 괜찮다. 앞으로도 계속 혼자일텐니깐.


나 는 애초에 캐세이 퍼시픽으로 세부와 호주가 묶어져있는 비행기표를 같이 사버렸다. 가격은 따로 사는 것보다 확실히 저렴했지만 세부에서 호주로 바로 날아가는게 아니라 홍콩으로 가야했다. 그리고 홍콩에서 또 호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즉 세부에서 호주까지 만 하루가 걸리는 일정이었다.


홍 콩은 금방 도착했다. 기내식 한번 먹으니까 도착한 정도? 홍콩은 공항만 무지하게 다녀서 그런가 인천공항보다 더 익숙했다. 밖을 못나가긴 했지만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오기전 스탑오버를 통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따지면 홍콩은 공항 5번 방문만에 밖을 나가볼 수 있었다.


홍콩 공항이 익숙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대기 9시간 동안 엄청나게 무료했던 것이다. 또 너무 배고팠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오로지 직불카드 한 장. 과연 이걸로 뭔가 구입이 가능할까?

그렇게 망설이기만 하다가 결국 참기로 했다. 뱃속은 꼬르르륵, 저녁이 되니 공항은 무척이나 추웠다. 반바지에 반팔차림으로 돌아다니던 나는 완전 춥고 배고픈 거지신세로 전락했다. 시계를 바라보니 7시, 비행기 이륙시간은 12시로 아직 멀었다.

그러던 와중에 뒤쪽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한국 사람이세요?"

얘기를 들어보니 자신도 혼자 있다면서 같이 있자고 했다. 나보다는 동생이었는데 세부에서 학원을 다녔다고 한다. 뭐라도 마시자고 하길래 나는 돈이 한푼도 없다고 했다. 나 좀 불쌍했나? 동생이 나한테 햄버거라도 사주겠다고 했다. 평상시라면 거절이라도 하겠지만 지금 때가 어느 땐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햄버거도 허겁지겁 먹고, 콜라도 마시니 진짜 살것 같았다. 한끼 굶었다고 죽을것 같았던 기분이 들 줄이야. 그렇게 남은 대기시간은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케언즈라고 떠서 깜짝 놀랐는데 브리즈번으로 가는 비행기가 맞다. 다만 케언즈를 들렸다가 간다고 한다. -_-;


우와~ 12시 비행기에 올라타니 벌써 기운이 쫘악 빠진다. 이륙한다는 안내방송은 들렸던거 같은데 내 정신은 온데간데 없었다.


눈 떠보니 필리핀 상공이었다. 내가 있었던 곳을 다시 지나간다.

다시 또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 비행기를 이렇게 오래 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비행기 위에서 아침을 보내본 적도 처음이었다.


창 밖을 바라보니 구름이 신기하게 떠있었다. 이미 호주 근처로 훌쩍 와버렸던 것이다. 비행기는 케언즈 국제 공항에 착륙을 했다. 원래 이 곳은 예상도 못했던 곳인데 케언즈로 불쑥 와버렸다. 안내방송에서는 2시간 뒤에 다시 출발한다고 한다. 케언즈는 내가 듣기로도 꽤 유명했는데 공항은 무척 작아보였다.


다시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나의 목적지인 브리즈번으로 향했다.


브리즈번에 거의 도착을 했다. 과연 이 곳은 어떤 곳일까? 아직까지 나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마냥 설레이기만 했다.


호주 땅덩어리가 보였는데 사람이 사는 곳일까? 아무리봐도 도시 같은 곳은 보이지도 않았다. 호주가 워낙 넓다보니 밖을 봐도 도시가 안 보인다.

드디어 브리즈번 공항에 무사히 착륙을 했다. 창문으로 보이는 건물과 공항이 확실히 허름했던 세부 공항과는 틀렸다. 입국 수속은 문제 없이 통과 되었다. 내가 호주에 갔을 당시 인도에서 테러가 발생했는데 입국할 때 질문은 인도에 다녀온 적이 있냐였다. 없다고 하니 바로 통과되었다.


브리즈번 공항에서 잠시 헤맨 뒤 우선 ATM에 가서 200달러를 뽑았다. 이게 한국 돈으로 20만원이지만 얼마나 빨리 쓰게될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우선은 시티 센터로 향했다.


드디어 브리즈번 시티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나는 아무것도 없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국제미아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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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모과 2009.09.28 21:20 신고

    탐험 정신이 없었으면 ..거지 신세로 전락하는 ..겸손함을 어떻게 체험했겠어요?
    멋있어요. 젊음과 열정이....^^

  3. BlogIcon 바람노래 2009.09.28 22:26 신고

    제친구는 워킹다녀왔는데...그냥저냥 갔다왔더군요.
    가난하게 시작해서 가난하게 끝내기.ㅡㅜ
    그나저나 여행가고 싶잖아요!!!ㅋ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28 23:42 신고

      저의 경우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가난하게 시작해서 그렇다고 부유하지도 않았던 평민? ㅋㅋㅋ
      저도 여행가고 싶어져요 ㅠ_ㅠ

  4. BlogIcon 악랄가츠 2009.09.29 05:30 신고

    하하~! 한쿡사람의 정~!
    햄버거와 콜라 대목에서 훈훈해지네요~! ㅎㅎ
    이거 마치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
    롤플레잉같애요~! ㅋㅋㅋ
    고고!

  5. BlogIcon 사이팔사 2009.09.29 10:54 신고

    젊으실때는 많이 다녀보시는거 이상 없지요....
    너무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29 22:25 신고

      감사합니다
      근데 한국 오니 영어공부 ㅠ_ㅠ
      오늘따라 많이 갑갑하네요~
      이럴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고 ㅋㅋ
      아자아자! 힘내야죠!

  6. BlogIcon pop-up 2009.09.29 12:04 신고

    '너무 배가 고팠다...ㅠ'
    싼거라도 먹어야되더라구요. 굶으면 정말 힘들어요.

    이번엔 호주군요, 기대기대합니다!

  7. BlogIcon 둥이 아빠 2009.09.29 13:04 신고

    국제미아.. 왠지 .. 기대가 되는데요...

  8. BlogIcon 이름이동기 2009.09.29 16:26 신고

    호주 이야기의 시작이군요 ! 기대됩니다 ^^

  9. BlogIcon 블루버스 2009.09.29 16:54 신고

    재미난 여행기 기대됩니다.
    전 호주 한번도 안가봤는데 부럽습니다.ㅋㅋ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29 22:27 신고

      저도 호주를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요 도시는 이번에 가봤어요 ^^;
      나중에 가실 때 참고하실 수 있도록 소개해드릴께요~

  10. BlogIcon 테리우스원 2009.09.29 16:57 신고

    대책은 없었지만 내용은 알차길
    즐거운 오후 시간이 되시고 기쁨이 가득하시길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11. BlogIcon 드자이너김군 2009.09.29 18:14 신고

    드디어~~ 호주 이야기가 시작되는건가요~
    저는 브리즈번은 한번도 못갔는데~ 넘흐 기대됩니다 +_+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29 22:29 신고

      브리즈번에서는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제 첫 출발지라서 그런가 고향같은 느낌? ^^
      브리즈번이 3번째로 큰 도시인데 사실 작긴 작더라고요~

  12. BlogIcon markjuhn 2009.09.29 18:34 신고

    ㅎㅎ 얘기가 재미있게 진행되는군요. 다음 회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13. BlogIcon 라오니스 2009.09.29 19:26 신고

    정말 장거리, 장시간 여행길이군요...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이어질지.. 기대되는데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ㅎㅎ

  14. BlogIcon petite 2009.09.30 16:52 신고

    가끔은 말이죠...이런 무모할정도의 도전이 참....부러울때가 있어요
    아직 한국 밖으로는 한번도 못 나가본 저로서는 말이죠..)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30 23:00 신고

      돌이켜보면 추억이고 재밌었던 일이지만
      당시에는 제가 생각해도 좀 미친거 같더라고요 ㅋㅋㅋ
      돈 없고, 계획도 없고, 무슨 일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으니까요~

  15. BlogIcon 소나기♪ 2009.09.30 19:29 신고

    뱅기가 너무 많이 서다가다 하는군요.ㅎ
    어쨋뜬 처음 도착하는 그 느낌은 상당히 재미있죠.^^

  16. 바보 2009.09.30 23:11 신고

    호주의 도시들은 생각보다 작지요.
    저도 처음에는 택시도 타고, 버스도 탔지만,
    너무나도 작아서 나중에는 시내정도라면
    걸어다니던가, 자전거를 빌려 탔지요.
    면적에 비해서 인구가 워낙 적은 나라라서...

    • BlogIcon 바람처럼~ 2009.09.30 23:42 신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
      제가 대중교통을 이용해본적은 멜번 밖에 없었고 -_-
      택시도 나중에 이야기를 올릴 예정이지만
      아웃백에서 차퍼진 후 어쩔 수 없이 탔던거였죠
      시드니는 그래도 크긴 큰데...
      다른 도시는 유명세에 비해서 규모가 무척 작더라고요~

  17. BlogIcon 보링보링 2009.10.04 20:39 신고

    ㅎㅎ제친구 남자친구도 브리즈번에서 생활했었는데.....
    에고..전 언제가보려나...항상 여행기를 보면 부러울뿐이에요~ㅎㅎ

  18. elekim83 2010.05.16 15:49 신고

    트레인역에서 브리즈번공항을 찍은 사진의 뷰가 저랑 같아서 놀랬어여..ㅋ

  19. BlogIcon 사파효 2010.07.08 08:43 신고

    오빠가 브리즈번에 살고 있는데 .. 저는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요..?
    혼자서 이렇게 다니시는 거 부럽네영

  20. 달링 하바 2010.07.08 13:47 신고

    케세이 기내식 먹을나하죠 좋은 시리즈 타면 게임,영화,음악감상 다할수있던데 ㅋ
    홍콩에서 스탑오버 할수 있는 장점도 있고요

  21. BlogIcon 픽팍 2010.11.03 17:43 신고

    악 ㅋㅋ 저도 비행기 안에서 기억이 새록새록 ㅋㅋㅋ
    스파이더맨3만 4번은 본 듯 ㅋㅋㅋ 근데 졸다 말다 봐서
    처음부터 끝까지는 한 번도 못 보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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