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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렀던 꼬꼬마 시절에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갔다. 원래 수학여행은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운데다가 그때는 너무 어렸다. 그러니 경주에 대해 기억나는 게 거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경주 뿐만 아니라 수학여행으로 갔던 설악산,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수학여행의 추억을 곱씹기에는 너무 늦게 경주를 다시 찾았다. 찬란한 역사의 도시 경주를 언제든지 찾아 갈 수 있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혼자 여행을 온 것도 아니었고, 여행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찾아왔다는 게 중요한 거다. 그랬다. 나는 이제 기억도 거의 가물가물한 경주의 불국사 앞에 도착했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그런가 불국사는 너무 한산했다.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날씨까지 흐리면서 쌀쌀하니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보다는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형형색상의 단풍을 보고 싶어서 온 이유도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단풍은 예쁘지도 않고, 말라 비틀어진 낙엽이 보였다. 다른 것보다 단풍은 좀 아쉽긴 하네.


정말 기억이 나는지 아니면 TV에서 많이 본 까닭인지 불국사가 많이 친숙해 보였다. 불국사는 신라, 아니 세계의 자랑인 문화유산이다. 실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갑자기 흐린 하늘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햇빛도 점차 따가울 정도로 변하게 되었는데 경주 불국사에서 사진 찍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맑은 날씨였다.


에밀레종으로 유명한 성덕대왕신종이다.


물론 단풍이 많이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극락전 뒤편에는 단풍이 제법 예쁘게 물들었다.


한켠에 자리잡은 신라시대 화장실 유구는 오랜 세월의 흔적인데도 마냥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이곳을 지나치면 꼭 화장실에 앉는 포즈로 사진을 찍곤 했다.


불국사는 점차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한산했던 아침과는 정말 대조적으로 단체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가는가 하면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가족들까지 다양한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대웅전, 관음전, 비로전 등을 천천히 둘러봤다. 사실 자세하게 살펴본 것은 아니고, 그냥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천천히 걷다가 앞의 설명을 읽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불국사 사리탑인데 통일신라의 팔각당형과 벗어나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측한다고 한다. 근데 나는 사리탑보다 지붕 위에 있는 기와에 관심이 저절로 갔다. 당겨서 찍어보니 깡통 로봇의 얼굴을 연상하게 할만큼 재밌게 보였던 것이다.


과연 먼지가 가득 쌓인 앨범에서 불국사에서 찍은 사진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사진이나 앨범이 아직도 남아있기나 할까? 그런 궁금증을 품다가 결론은 그래나 저래나 현재의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사진도 나중에는 빛바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찾은 불국사니까 사진은 남겨야 한다. 의무감일지도 모르겠다.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 더 많은 사람들이 불국사로 들어왔다. 아마 그 많은 사람중에는 나처럼 꼬꼬마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가 다시 찾아온 이들도 많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