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북을 보다가 만달레이에 아주 재미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무에(뱀) 파고다였는데 3마리의 뱀이 부처상을 지키고 있다고 하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무척 흥미로웠다. 원래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면 뱀 사원은 가지 않는게 일반적인가 본데 나는 일부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덕분에 오토바이 가격이 조금 올라가긴 했다.
마하무니 파고다를 벗어나 넓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미얀마에서 봤던 도로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으로 기억될 정도로 무척 넓고 잘 닦여 있었다. 뱀사원은 정말 멀기는 먼게 맞는지 오토바이만 타고 1시간은 넘게 달렸던거 같다. 하지만 이 아저씨는 뱀사원의 정확한 위치를 몰라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오토바이는 작은 길로 들어섰고, 미얀마의 완전한 시골길로 들어섰다. 참 신기했던 것은 만달레이가 바로 옆인 그 거대한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났는데 이렇게 시골풍경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어쨋든 이런 작은 도로를 지나니 우리나라의 어느 시골스러운 것처럼 느껴지는 곳을 오토바이는 열심히 달렸다.
이제는 아예 오지마을이라도 찾아가는 듯 더욱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역시 예상대로 이 아저씨는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틈나는데로 사람들에게 물어서 찾아갔는데 한 10번도 더 물어본 것 같았다.
뱀사원은 12시에 맞춰서 가야 뱀들의 목욕씬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미 그 시각을 훌쩍 넘긴 뒤였다. 마음은 조급해지기는 했지만 사실 이런 풍경을 보는 것도 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만달레이만 하더라도 매연과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였는데 이런 정반대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뱀사원에 도착했다. 헤매였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만달레이에서 멀기는 멀었다. 곧바로 오토바이 드라이버와 함께 사원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에 들어가서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살펴보니 헉소리가 날만큼 거대한 뱀의 몸통이 보였다. 부처상 옆이 있다고 하길래 크기는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손으로 만져봤다.
이정도면 영화 '아나콘다'에 나오는 뱀의 새끼와 맞먹는 수준이 아닌가? 뱀이 노려보니 살짝 무서워져서 옆으로 비켜섰다. 내가 옆에 서자 뱀은 스르륵 바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이 뱀은 목욕을 마친 상태인 것 같았다. 뱀사원은 매일 낮 12시만 되면 뱀을 목욕시키고, 먹이를 준다고 하는데 그 의식이 끝나면 이렇게 부처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내려오니 더 거대해 보이긴 했다. 아마 뱀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기겁하기 딱 좋은 장면일 것이다.
뱀이 내려오면 사람들은 일제히 달려들어서는 수건으로 뱀을 닦는다. 이것도 역시 일종의 의식으로 뱀을 닦는 행위를 통해 소원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까닭이다.
꼬마야 위험해! 역시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뱀을 만지작거리면서 놀았다.
사실 뱀이 자유의지에 의해서 부처상으로 돌아가는지는 확실치 않은게 이 아저씨가 계속 뱀의 방향을 바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갖다 놓는 그런 수준은 아니고 다른 방향으로 갈 때마다 옆으로 이동시켜주는 그런 정도였다. 어쨋든 뱀이 목욕 후에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한 장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저 부처상이 자신의 집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면 저런 현상이 나올 수 없을텐데 말이다.
동영상으로 뱀이 부처상으로 돌아가는 신기한 장면을 찍어봤다.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다른 2마리의 뱀도 목욜을 마치고 슬그머니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머지 2마리의 뱀도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그런 뱀보다 훨씬 크긴 했지만 첫번째 뱀에 비하면 많이 작았다.
이 뱀들도 역시 부처상으로 향했다. 뱀만 생각하면 징그럽고 무섭지만 너무 신기한 장면이라 흥미롭게 지켜봤다.
모든 의식이 끝난 후에는 뱀의 목욕탕을 청소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뱀사원은 아주 신기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3마리의 뱀 중 한마리가 죽으면 어디선가 다른 뱀이 나타나 그 죽은 뱀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항상 3마리의 뱀이 부처상을 지키고 있다는 것인데 미얀마 사람들은 이 뱀들을 죽은 사람이 환생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뱀은 혹시 죽었던 그 뱀일까?
뱀사원답게 뱀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한편 부처상 앞에는 사람들이 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물지 않는 뱀은 확실해 보였다.
뱀이 다 올라간 뒤에는 사람들이 돈을 던지기도 했다. 아무튼 참 신기한 곳이었다.
뱀사원의 경우는 론리플래닛에 나와있지 않아서 그런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별로 없었던 곳이었다. 또 만달레이에서 멀기도 해서 일종의 주변도시 투어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만났던 외국인들에게 이 뱀사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보여주니 뱀의 크기를 보고 무척 놀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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