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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수단은 건너뛰어 가야 하는 나라로 여겨진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수단을 여행했던 사람은 드물었는데 그 이유로는 척박한 자연환경과 편의 시설, 그리고 마땅히 갈만한 여행지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비자를 받아가면서 수단을 여행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점도 무척 크다. 보통 항공편을 이용해 수단을 지나가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데 나는 육로 여행을 고집했기 때문에 수단 비자를 받고, 수단을 여행했다.


아무래도 미국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인지 대외적으로 보면 수단은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다. 게다가 막연하게 위험한 나라로 여겨질 정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수단을 여행하면서 어디를 가나 안전했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즐거웠다. 그래서 내가 수단을 평가할 때는 이렇게 말한다. 


믿을 건 사람 밖에 없는 나라, 수단



기본정보
국명 : 수단 공화국
수도 : 하르툼(Khartoum)
인구 : 4,000만명
언어 : 아랍어
정부 : 연방제 공화국
통화 : 수단 파운드(SDD)
종교 : 이슬람교
시차 : –7시간



주관적 정보

물가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공시 환율로 환전을 한다면 이집트에 비해 물가가 비싼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여행했던 나는 이집트 아스완에서 환전을 꽤 많이 해서 갔는데 이집트보다 거의 두 배로 느껴지는 물가에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수단은 암시장 환율과 공시 환율과의 차이가 있었다. 어쩐지 버스터미널에서 공시 환율보다 높게 쳐주더라. 다만 수단에서는 술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딱히 관광지라고 할만한 곳이 없어 돈을 많이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


환율

내가 여행할 당시 1파운드에 185원으로 계산했다. 예상과는 달리 수단에 ATM은 있으나 우리가 소지한 카드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미리 환전을 해서 가는 게 무척 중요하고, 별도 비상금으로 달러를 가지고 가야 한다.


치안

내전과 학살 그리고 미국에게 테러지원국가로 찍혀 있어 위험한 나라로 인식되나 실제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에 속한다. 특히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나일강을 따라 여행하면 대부분 평온한 지역에서 친절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수단의 서쪽이나 남수단 부근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곳이라 피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절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도시마다 여행자를 감시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러니까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여기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제지를 한다. 때로는 돌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니 사진 찍을 때는 주의를 하고,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나면 조용히 알았다고 하면서 카메라를 집어넣는 게 좋다. 그런데 그렇게 제지할 때 왜 사진 찍는 걸 막냐며 자신은 찍고 싶다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어 좀 웃겼다.


기타

치안과는 별개로 워낙 열악한 지역이라 숙소, 전기, 인터넷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싸구려 숙소는 대부분 야외에 그물 침대만 놓여져 있는 곳이 많으며 와이파이는 당연히 안 된다. 유심을 구입해도 인터넷 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역이 지저분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너무 더러웠다. 가령 숙소 화장실이나 샤워장은 아무리 배낭여행을 오래 했던 나도 참기 힘들었다.


여행시기

10월이지만 나라 전체가 사막성 기후로 정말 덥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일교차가 있는 곳이 있어 옷이 필요하다.


여행매력도

볼거리 ★☆☆☆☆

친절도 ★★★★★

편의성 ★☆☆☆☆



여행루트

나는 아프리카를 북에서 남으로 여행했기 때문에 이집트 아스완에서 국경을 넘어 와디할파, 동골라, 하르툼으로 이동하며 여행을 했다. 따라서 여기서도 북에서 남으로 순서대로 소개한다. 수단에서 딱히 여행지라고 할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빠르게 이동하는 편이지만 메로이(Meroe) 피라미드나 카살라(Kassala)를 이동한다면 미리 루트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하르툼을 거점으로 삼고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루트] 알렉산드리아 → 카이로 → 룩소르 → 아스완 → 와디할파
[여행루트] 와디할파 → 동골라 → 카리마 → 하르툼
[여행루트] 하르툼 → 메로이 → 메테마 → 곤다르 → 악숨 → 메켈레



거주지 등록 문제

불안하면 하는 게 좋다. 여행자들 사이에서 거주지등록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거주지등록은 수단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하르툼 공항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하는 것으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40달러 정도를 내야 한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거주지등록을 하지 않았고, 국경에서도 별 문제 없이 빠져나갔다. 그런데 나는 붙잡혔다. 당시 같이 여행하던 일본인 여권에는 거주지등록이 있었는데 나는 없었으니 걸리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거의 2시간 동안 왜 거주지등록을 안 했냐, 여기에 돈을 내라 등의 말을 했지만 당시 정말 돈이 없었고, 무엇보다 입국하는 순간부터 거주지등록에 관해서 말해준 경우가 한 번도 없어 오히려 짜증이 났다. 거주지등록과 비슷한 것은 입국할 때 한 번, 카리마에서 한 번 했기 때문에 하르툼에서 또 해야 한다는 정보는 다른 여행자에게 들어 알게 됐었다. 어차피 수단에서는 ATM을 쓸 수도 없고,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따지자 2시간 만에 도장을 찍어줬다.



음식

기본적으로 중동과 음식 문화가 무척 비슷하다. 대신 이집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코샤리 대신 풀이라는 수단 음식이 보였다.


풀(Fuul)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수단(에티오피아에서도 가끔 보인다)에서만 봤다. 풀은 콩으로 만든 음식으로 보통 빵으로 찍어 먹는다. 그냥 보기에는 거부감이 들지 몰라도 먹어보면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 풀


차이

터키나 이집트에서 자주 마시던 그 차이다.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거리에서 차이를 팔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쪼그려 앉아 차이를 마시는 것도 수단 여행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말을 하지 않으면 설탕을 왕창 넣으니 꼭 미리 말하자.


▲ 차이



와디할파(Wadi Halfa)

와디할파는 이집트에서 국경을 넘으면 만나는 도시다. 따라서 여행자는 아주 잠깐 들리는 곳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사실 수단에서 여행할 만한 곳이 많지 않지만 와디할파는 국경이라 더 없다고 보면 된다. 수단에서 처음으로 발을 디딘 곳이자 앞으로 어떤 느낌일지 파악했다. 국경을 넘을 때 하늘을 보니 별이 무지하게 많았다.


가는 방법

이집트 아스완에서 국경을 넘을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예전부터 알려진 배를 타고 나세르 호수를 건너가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버스를 타는 거다. 배는 내가 타보지 않았으나 250파운드였고, 버스는 180~150파운드였다. 버스 가격은 흥정을 해서인지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배는 오후 2시에 출발하고, 버스는 새벽 5시에 출발(금요일 제외) 한다. 다만 버스를 타러 이른 새벽에 갔지만 실제로는 6시 반에 출발했다. 버스에 온갖 전자제품이나 보따리 같은 짐이 가득 실려 정말 힘들었다. 국경 역시 혼돈이라 입국 심사 후 국경을 넘는데 한참 걸렸다. 수단 와디할파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8시를 넘었다.


숙소

사실대로 말하자면 수단의 호텔은 기대하면 안 된다. 특히 와디할파에 있는 숙소는 이름만 호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침대만 놓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묵었던 곳은 클레오파트라 호텔이었는데 베드버그가 있을 것 같아 뭔가 찝찝했다. 다른 호텔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 이름은 그럴 듯 했던 클레오파트라 호텔


먹을거리

작은 마을이라 돌아다니며 아무 거나 먹었다. 특이하게도 돌 위에 고기를 구워 파는 요리가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아침에 모스크 주변에서 차이와 도넛을 판다. 



동골라(Dongola)

볼거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로지 남쪽으로 내려오던 도중 나름 큰 도시라 여겨 내렸다. 배낭을 메고 몇 시간 동안 숙소를 찾아다녔는데 당시 무슨 축제가 있다고 해서 남는 방이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걸어서 동골라를 다 본 것 같다.


숙소

동골라에서 지내지는 않았지만 시장 한복판에 싸구려 숙소가 몇 군데 있었다.


▲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찾아간 동골라의 싸구려 숙소



카리마(Karima)

그나마 카리마 지역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피라미드가 있고, 제벨바르칼이라는 특이한 돌산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흥미로운 곳은 아니다.


볼거리

제벨바르칼이라는 돌산은 높이 387m에 불과하지만 주변이 평지인 데다 사막이라 유난히 눈에 띈다. 당연히 올라가 볼 생각이었으나 근처에 있던 경찰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돈을 내라고 해서 그냥 안 간다고 했다.


▲ 제벨바르칼(Jebel Barkal)


숙소

걸어 다니며 숙소를 찾아봤는데 적당한 곳이 없었다. 대부분 너무 더럽거나 야외에 그물 침대만 놓고 운영하는 수준이었다. 한참 걷다 찾은 곳이 호텔 알 나세르(Hotel Al Nasser)였다. 물론 이름만 호텔이고 다른 나라의 여관보다 못한 수준인데 나는 이 정도면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체크인했다. 영어 사용은 어렵지만 친절했고, 체류허가(카리마에 도착하면 체류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를 받아야 한다며 열심히 안내해줬다. 지저분한 싱글룸은 60파운드였다.


하르툼으로 이동하기

공터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버스 회사가 있다. 내가 선택한 버스는 카보쉬 익스프레스로 100파운드였다. 새벽 6시 반에 출발(실제로는 7시 반)해서 1시 반쯤에 하르툼에 도착했다.


▲ 수단의 버스



메로이 피라미드(Meroe)

수단에도 피라미드가 있다. 어쩌면 거의 유일한 수단의 관광지라 할 수 있는 곳은 메로이(보통 메로에라고 부르지만 현지에서는 메로이로 발음)인 것 같다. 고대 쿠시 왕국의 피라미드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사막 한 가운데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가는 방법

수단을 여행하는 동안 관광지다운 곳을 한 번도 가지 않아 뭐라도 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런 이유로 찾아갔는데 사람들이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엄청 헤맸다. 그것도 1박 2일 동안이나. 그 이유는 카리마 옆에 있는 동네 지명이 메로웨(Merowe)이기 때문인데 내가 아무리 아랍어를 보여주고, 이 길이 아니라고 해도 다들 메로웨 방향으로 가는 방법만 알려줬다. 결국 사막 한 가운데서 텐트를 치고 자야 했다. 


사실 제대로만 간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르툼에서 바흐리(Bahri)로 가서 앗바라흐(Atbarah)행 버스를 타면 된다. '메로이'라고 하면 이상한 곳을 알려줄 테니 차라리 앗바라흐로 간다고 말하는 게 낫다.


▲ 바흐리


볼거리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생각하고 갔다가 관광객은 전혀 없는 황량한 사막만 보게 될 것이다. 어떻게 이런 열악한 곳에 피라미드가 있는지, 그런데도 입장료는 받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근처에 마을도 없고, 식당도 없고, 슈퍼도 없다. 그냥 사막이다. 심지어 버스를 타고 이곳을 지나갈 때도 피라미드를 보고 내린다고 말을 하니까 내려줬다. 입장료는 50파운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망설이니까 30파운드로 깎아줬다. 그런데 기대가 크지 않아서 그랬는지 나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곳은 그늘이 전혀 없는 사막이라 무척 덥고 주변에 편의 시설은 하나도 없으니 준비를 단단히 하고 오는 게 좋다. 물도 꼭 있어야 한다. 


▲ 메로이 피라미드


▲ 사막이라 발은 푹푹 빠지는데 무지하게 덥다



하르툼(Khartoum)

수단의 수도이자 청나일과 백나일이 만나 나일강이 되는 지점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나름 높은 건물이 있는 대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도시 역시 여행자가 볼만한 것은 거의 없다.


숙소

하르툼 유스호스텔에서 묵었다. 유스호스텔이 있다는 게 신기했지만 이내 실망하게 됐다. 겉모습은 정말 그럴 듯했으나 내부는 너무 더러웠다. 청소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곳이 싸기 때문에 간혹 이곳에서 외국인 여행자를 만난다. 공항 근처에 있다. 


▲ 하르툼 유스호스텔


먹을거리

유스호스텔 기준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괜찮은 식당이 제법 많은 스트리트 1(Street 1)에 갈 수 있다. 평소 수단을 여행하는 동안 볼 수 없는 깔끔한 식당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에티오피아 비자 받기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가면 도착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육로로 이동할 경우 미리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하르툼에 있는 에티오피아 대사관에 가면 쉽게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수단] 하르툼에서 에티오피아 비자 받기


에티오피아로 국경넘기

미나 베리 버스 스테이션(Mina al-Berri Bus Station)에 가서 갈라밧(Gallabat)행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아침 7시 30분에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시에 출발하지 않는다. 145파운드였다.


▲ 미나 베리 버스 스테이션



수단에서 만난 사람들

수단에서 기억나는 것은 역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여행자에게 호의적이었으며 미소를 보냈다.




여행기

여행 417일차, 믿을 건 사람 밖에 없는 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