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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에서 태국 여행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방콕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여행자의 심리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시위 현장을 보도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정말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이럴 때 어떤 말을 해주는 게 가장 좋을지 생각해봤는데 어느 블로그에서 정답을 발견했다.

남의 안전을 내가 장담할 수는 없다.


아무리 내가 안전하다고 말해도 방콕 시위가 과격해지면 위험할 수도 있고, 위험하다고 말해도 딱히 별 다른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반정부 시위가 한창일 때 여행을 다녀왔고, 심지어 시위 현장 한복판에서 구경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는 편이지만, 안전에 대해서 확신하는 태도는 옳지 않은 것 같다.

반정부 시위의 원인
나 역시 태국의 역사나 정치에 대해 그리 많이 아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현재 반정부 시위의 주체는 민주당으로 흔히 말하는 ‘옐로우셔츠’다. 작년 11월경부터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현재 집권당인 푸어 타이당 ‘레드셔츠’가 부정부패로 인해 물러난 탁신 전 총리를 사면하려 했기 때문이다. 현 잉락 총리는 그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이다. 아무튼 권력을 쥐고 있고, 탁신을 사면하려고 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민주당이 옳고, 푸어 타이당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태국 정치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탁신 세력은 부정부패가 있었지만 서민을 위한 정치를 폈기 때문이라 그런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다. 민주당은 중산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민인 서민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시위를 하면서 요구사항 중에 ‘국왕이 총리 임명’이라는 다소 어이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조기 총선을 하더라도 민주당이 이길 수 없어 현재는 총선 연기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군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듯하다. 아직까지 군부의 힘이 강한 태국이라 여러 번 쿠데타가 일어났다. 

물론 태국은 입헌군주제이지만 국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살아있는 부처’로 불릴 정도로 태국 국민에게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도 다양한 업적을 쌓았다. 근대화시대에 태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쿠데타가 일어났지만 국왕이 인정하지 않으면 쿠데타는 실패다. 과거 쿠데타 세력이 시민과 유혈충돌이 일어나자 국왕이 그들을 불러 꾸짖었던 것으로 그들은 망명했고, 결과적으로 쿠데타가 실패했던 사례가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무분별한 보도로 인해 여행자는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어떤 블로그를 들어가 보니 시위대가 공항을 점령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태국을 여행할 수 있는지, 아니면 조금 미뤄야 할지 여행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내가 안전을 담보할 순 없지만 대신 여행자를 위해 몇 가지 도움은 줄 수 있다.


1. 시위 현장보다 경찰과 대치할 때 조심해야
개인적으로 시위 현장을 구경해 본 결과 위험하단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시위 현장에서 시위 용품을 파는 사람들도 많았고, 공짜로 밥도 주는 모습도 특이했다. 물론 야당의 대표인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연설을 하는 자리라서 별다른 과격한 모습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연설을 하는 중에 호루라기를 너무 불어 시끄러웠다. 

반정부 시위라고 해도 민주당에서는 늘 평화적인 시위라고 주장하는 편이니 안전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여행이 어려운 건 아니라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위현장도 가급적이면 안 가는 게 좋지만 특히 경찰과 대치중일 때는 무조건 피하는 편이 좋다. 특히 거리로 나서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면 아무리 평화 시위라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2. 방콕이 아닌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
치앙마이에서도 시위가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긴 했지만 방콕에 비하면 무척 안전하다. 반정부 시위 때문에 방콕이 아닌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까지 취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태국은 말레이시아 국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안전하고 여행하기 좋은 편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휴양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한다.


3. 반정부 시위 소식을 수시로 체크

TV나 신문에서 방콕 시위 소식을 접하면 아주 방콕이 난장판인 줄 알겠다. 좀 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여행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찾자. 가령 현지에서 직접 전해주는 시위 소식이나 여행자의 경험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민주기념탑, 짜뚜짝 시장, 전승기념탑, 시암, 수쿰빗 등이다. BTS나 MRT와 같은 대중교통은 정상 운행하고 있지만 시위대가 거리로 나설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여행하던 12월에도 반정부 시위 중이었고 사상자도 있었지만, 밤에 찾아간 민주기념탑(카오산로드에서 워낙 가깝기 때문에)을 제외하고는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가 안전했다고 남의 안전까지 장담할 수는 없고, 상황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태국은 2월 2일 조기 총선을 할 예정에 있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등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총선이나 그 이후 반정부 시위는 더 과격해 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항상 여행자 자신은 외국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조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