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남가좌2동에는 독특한 카페가 있다. 2층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의 원래 용도는 바로 정당사무실. 으레 정당사무실이라고 생각하면 정치인들과 정당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아주 딱딱하다 못해 칙칙함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카페 길’로 탈바꿈해 지역 공동체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려한 장식이 갖춰진 여느 체인점식 카페는 아니지만 제법 카페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당사무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아마 독특한 컨셉의 카페로만 생각했을 거다. 다른 카페와는 달리 방송녹음실, 세미나실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시민카페 길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지난 총선에서 625표차로 낙선한 김영호 서대문(을) 위원장. 지난 총선은 물론, 지지난 총선에도 패해 사실상 원외에만 머물고 있는 정치인이다.
나는 이전에도 정치인은 많이 만나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박성효 전 대전시장, 문재인 국회의원,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대게 여러 블로거와 함께 만나는 간담회식 자리였는데 이번에는 조금 소소한 만남이었다. 지난주 김영호 위원장과 만날 기회가 있어 시민 카페도 구경할 겸 몇 마디 나누고 왔다.
블로그에서 정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으니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단 총선에 낙선했는데 더 열심히 지역을 위해 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원래 정치라는 게 조직력 싸움인데 이 사람은 아예 정당사무실을 없앴다. 그리고선 카페를 만들었다. 그냥 보기 좋으라고 정당사무실 겸 카페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진짜 카페다.
왜 카페를 택했냐고 하니 정당사무실이라는 '딱딱함'이 싫어서라 한다. 자신인 총선에서 낙선했다 하더라도 지역에서 계속 살고 있는 주민인데 정치를 한답시고 지역 주민과 거리 두기는 싫었던 거다. 아마 카페를 운영하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아마 전국에서 정당사무실을 카페로 바꾼 사례는 제가 최초일 거예요. 혹여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업자등록까지 한 경우는 없을 겁니다.”
이 한 마디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하긴 정당사무실이었다면 내가 찾아갈 일도 없었을터.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모르겠으나,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서대문구 사무실로 활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당사무실로 다시 용도 변경하려면 카페를 폐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영호 위원장은 정치인이 선거 때만 되면 하는 ‘보여주기’식 선거운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당연하다. 선거 때만 되면 시장에 나타나 생선 사고, 과일 사고, 떡볶이 먹고. 정말 욕먹기 딱 좋다. 사실 거기서부터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시작된다.
그래서 평소에 잘해야 한다. 지역 사람인 자신도 선거 때 시장에 찾아가면 상인들이 욕을 했다고 한다.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매일, 1년 내내 지역 시장을 찾아가 장을 봤더니 이제는 아무도 욕을 안 한다고 한다. 조금은 진정성이 느껴졌던 것이 아닐까?
굳이 여행 블로그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625표차로 낙선한 정치인을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게 없다. 중국 전문가라서도 아니고, 전 국회위원 아들이라서도 아니다. 정치인에게 바라는 건 최소한의 진정성인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사람에게는 그게 엿보였다고 해야 할까.
정치적인 이야기도 많이 오고갔지만 그건 아마 다른 분이 앞으로 소개하실 것 같고,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시민카페 길이 조금 더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문화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적은 서대문구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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