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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배를 타고 터키로 돌아왔다. 이전보다 더 허름한 배였는데 고작 며칠 사이 100달러나 더 비싸진 건 분명 사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앉을 자리조차 없이 가득했던 시리아 난민을 보고 어느 정도 수긍을 했다. 터키로 돌아온 건 레바논에서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더는 이동할 수 있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무작정 터키의 동쪽으로 향했다. 동쪽 끝에 있는 항구에서 어디론가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추측만으로 히치하이킹을 했다. 그렇게 여행자도 없는 어느 항구 도시에 도착했다. 낯선 동네를 걷다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이집트로 가는 배는 이제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만 전해 들었다.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육로로 이동할 수 없다는 허탈함에 광장에서 한참 동안 멍 때렸다. 광장에 자리 잡고 있던 노점에서 ‘고등어케밥’을 하나 달라고 하며 몇 마디 나누었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고등어케밥은 여태껏 내가 터키에서 먹었던 것 중 가장 싸고, 가장 맛있었다는 건 기억이 난다. 이스켄데룬에서 내가 가진 기억이다.

이스켄데룬(iskenderun)은 이번 튀르키예 동남부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곳이기도 하다. 

빠른 구조와 복구가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