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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을 타고 이동하던 도중이나 앙코르유적 곳곳을 둘러보다가 유적지 입구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엄청난 많은 아이들의 환대(?)를 받게 된다. 최소 10명쯤 되는 어린 아이들이 몰려와서는 각각 3명씩 사람을 맡아 말을 건다. 그것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은 아주 쉽게 알아채고 말이다. 그리고는 입을 연다.

"언니 이뿌다~ 언니 이뿌다~"
"3개에 1달러야!"


어딜 가나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지 못했는데 이 아이들은 우리가 한국 사람임을 곧바로 알아챈다는게 신기했다. 하지만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게 재미있었지만 이내 끈질기게 달라붙는 아이들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애처로운 표정으로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데 이 아이들을 뿌리치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게다가 안 산다고 완강하게 버티니까 울먹거리는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계속해서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내가 가난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 사주는건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잖아 10명이라는 인원이 달려와 사달라고 한다면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아마 한명을 사주게 되면 전부 다 사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건을 사달라는 아이들을 대면했다는 것이 내 기분이 안 좋았던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돈만 아는 아이들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내가 필리핀에 갔었을 때 그곳 아이들도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즐거운 분위기였다. 집에서 만든 것을 가지고 왔는지 조개 껍데기 팔찌나 목걸이를 선물로 주기도 했고, 알아볼 수 없는 글씨를 쓴 편지를 주기도 했다. 내가 만났던 아이들은 대게 주는 것을 더 좋아했는데 반해 여기 아이들은 받는 것을 원했다. 아마 필리핀에서 경험했던 아이들과 캄보디아의 아이들의 돈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교차되어 보였기 때문에 더욱 슬펐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필리핀의 도시에서는 구걸하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아이들이 아니라 시골 마을의 아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야 어찌되었든 갑작스럽게 당하는 일이라 미안했지만 모두 구입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애처롭게 외치는 아이들을 뿌리치는게 정말 쉽지만은 않다. 팔찌가 3개에 1달러였는데 잠시 후 4개에 1달러 그리고 5개에 1달러라며 더 좋은 조건으로 조르는데 가만히 보고 있는 내가 미안해졌다. 이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처음에는 울먹거리듯이 외치며 사달라고 조르는데 옆에 따라오는 아이를 쳐다보니 거의 로봇처럼 앞만 바라보며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앙코르 유적을 돌아다니면 항상 어느 곳이나 입구 쪽에 아이들이 있었다. 앙코르 유적 안에는 경찰이 있기 때문인지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나 보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도 사실 우리를 계속 쫓아오다가 식당에 들어가자 식당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중이었다. 

보기에는 정말 평범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분명 착한 아이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중에는 우리를 속이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세워놓으려고 하자 이곳에 세워놓으면 돈 내야 한다고 했다. 내가 말도 안된다고 속지 않으니까 이곳에 세워놓으면 안전하지 않으니 자기네 가게 앞에다 세워 놓으라고 한다. 대충 짐작하겠지만 우리 가게와서 콜라 한잔이라도 마시고 가라는 얘기였다.


이 아이는 정말 한적한 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무슨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는지 궁금해서 접근 했는데 우리가 가까이 온 것을 알자마자 뒤에 있던 하얀 비닐봉지에서 엽서를 꺼내더니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힘들기도 했지만, 어린 아이들이 이렇게 물건을 팔아야 한다니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아마도 가난한 나라이고, 앙코르 유적에 나타나는 수많은 외국인들 때문에 아이들이 변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아마 이 아이들의 꿈은 그냥 돈이 아닐까? 돈이 없어도 행복했던 다른 나라들이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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