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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큰힐이 사실 크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호주 아웃백에서는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어렵사리 도착한 브로큰힐, 우리의 원래 목적은 장을 보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아웃백에서 차가 퍼지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브로큰힐은 사우스 브로큰힐과 노스 브로큰힐, 웨스트 브로큰힐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지만 크게 위쪽과 아래쪽으로 갈라져 있었는데 차가 없던 우리로써는 그냥 걸어다녀야 했다.


언제 견인차가 도착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멀리 이동하지는 않고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왔다. 아웃백 한 가운데서구출된 우리들과 차는 정비소에 무사히 도착을 했고, 최소 3시간 뒤에 오라는 말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시간도 때워야 했고 배고프다는 생각에 뭐 좀 먹으러 움직였다.


브로큰힐은 생각보다 크긴 했지만 역시나 아웃백의 도시라서 그런가 한산했다.


호주의 대표적인 슈퍼마켓 콜스(구멍가게가 아님)를 발견하고 물건을 살까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차가 없는 상태에서 물건을 사면 들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장을 보기로 했다. 콜스를 나와 주변을 봐도 마땅히 뭔가 먹을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마침 표지판에 맥도날드가 있는 것을 보고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었다.


그렇게 사우스 브로큰힐에서 웨스트 브로큰힐까지 걸었다. 날은 덥고 생각보다 먼 거리를 계속 걸어다녔다. 햄버거 하나를 사먹기 위해 걸어다니는 꼴이 무척 웃기기까지 했다.


덕분에 원치는 않았지만 브로큰힐을 걸어서 구경하게 되었다. 확실히 메닌디에 있다가 브로큰힐을 와보니 완전 대도시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차가 많았고 그리고 큰 쇼핑센터가 있었다.


호주에서는 쇼핑센터라고 다양한 물품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쇼핑센터 내에 비슷한 업종이겹치기도 한다. 걸어서 쇼핑센터까지 왔다! 우리가 사우스 브로큰힐에서 본 표지판에는 '맥도날드 5분 거리 내' 라고 써 있었지만걸어오니 1시간이 걸렸다.


이때만 하더라도 호주 초기라서 그런가 햄버거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먹은 햄버거는 정말 꿀맛이었다. 햄버거를 먹으며콜라를 들이키니 완전 살 것 같았다. 잠시 쉬었다가 쇼핑센터에서 물품을 살까 했는데 그 잠시 동안 다 닫아 버렸다.


다시 우리는 사우스 브로큰힐로 걸어갔다. 이렇게 도로에서 터벅터벅 걸으면 누군가 태워다 줄 법도 할 것 같은데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아~ 더웠다. 다시 또 갈증이 났다.


걸어 올라가는 도중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아마도 광산인 것 같은데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브로큰힐도골드러쉬 때 생겨난 마을임이 분명했다. 호주에서는 대규모 골드러쉬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크고 작은 마을들이 내륙에서 생겨났다.즉 사람이 살거 같지 않은 이런 아웃백에 도시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골드러쉬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빠져나가는데 그런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주로 농사로 먹고 산다.

시간에 맞춰 정비소에 가니 오늘은 도저히 고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우리가 냉각수 문제가 아니냐고 물어봐도 직접시범까지 보여주며 엔진의 손상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좀 힘들었다. 한참을 생각하다 메닌디에서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으니 장을 보고 메닌디로 돌아가자고 했다.

며칠 뒤 정용이형은 결국 이 차를 폐차시켰다.

다시 콜스로 가서 이것 저것 장을 봤다. 문제는 이걸 가지고 어떻게 돌아가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히치하이킹을 해서 메닌디를가자는 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우리는 5명인데다가 장을 보고 난 후 짐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그건 불가능한 것 같았고, 그래서택시를 불렀다.

깎아달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50불을 불렀다. 택시 아저씨 회사에 전화해본다고 했지만 결국 깎지 못했다. 정말 가까운거리인데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로서는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메닌디까지 1시간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택시 아저씨어디론가 가서 타이어까지 챙기는 준비성을 보인 뒤 출발했다.


메닌디로 달리는 동안 택시 아저씨는 여기서 영화 촬영을 했었다고 했다. 매드맥스라는 영화라고 했는데 지금도 난 이 영화를 보지못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는데 그 때 멜 깁슨이라는 배우를 이야기하면서 그제서야 이해했다.


계속되는 도로의 굴곡때문인지 아니면 아저씨가 영화 찰영지라고 말해서인지 뭔가 달라 보였다. 영화 한 번 보고 확인해 봐야겠다.




약 1시간 뒤 우리는 무사히 메닌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메닌디에 도착하니 설날 기념 파티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이 먹은 뒤였다. 고기와 맥주를 좀 마시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초지경을 설명했다.


출발 할 때는 9시였는데 이렇게 어둑어둑해 질 때 돌아왔다. 차는 아웃백 한 가운데서 퍼졌고, 브로큰힐에서 하루 종일 걷다보니 하루가 휙하고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이 날 이후 많은 사람들이 떠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나와 함께 있었던 혁철이는 물론 다른 형들과 누나들도 메닌디를 탈출했다. 이제 나도 어디론가 가야할 때가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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