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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로 가는 버스는 저녁으로 예매했기 때문에 시드니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시드니는 걸어다니기에는 확실히 규모가 컸다. 백팩에 나의 짐을 맡기려고 했는데 지하에 창고가 있다고 알려줬다. 막상 가보니 짐을 넣는 공간이 유료였다. 이런... 여태까지 짐을 돈을 내고 맡겨본 적은 없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내 거금을 넣었다. 동전을 넣자 사물함보다는 큰 공간이 열렸는데 나의 캐리어가 쏙 들어갔다.

카메라 가방만 들고 다시 시드니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조지 스트리트와 피트 스트리트 주변을 벗어나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가봤다. 조금 배가 고팠지만, 다시 돈을 아낀다는 마음 가짐으로 나중에 버스를 타기 전에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눈에 봐도 독특한 건출물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넓은 공원과 그 앞에 우뚝 선 뾰쪽뾰족한 첨탑이 인상적인 교회였다. 가이드 북을 뒤져보니 '세인트 마리 대성당'이라고 한다. 성당도 성당이지만 그 앞에 분수가 있었고 또 주변은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람과 새의 공존하는 모습이 무척 웃겼다. 흡사 새들이 사람을 노리고 온 것인지 아니면 새무리에 사람이 누워버린 것인지 모를 광경이었다. 이상하게 호주 사람들은 잔디밭에 누워있는 것을 좋아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잔디보호의 명목에 따라 들어가지도 못했을 거다.


세인트 마리 대성당에 있던 벤치에서 잠시 쉬면서 뜨거워진 몸을 식혔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쉬었다. 에고~ 다리도 아프고, 덥고 죽겠구나!

세인트 마리 대성당을 나와 오페라 하우스 방향으로 쭉 걸었더니 보타닉 가든이 나왔다. 호주의 대도시에는 보타닉 가든이라고 도시속의 정원이 항상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규모 또한 거대하다. 시드니의 로열 보타닉 가든에 들어서니 꼬불 꼬불 길을 따라 이동할 수 있었다.


보타닉 가든 건너 하버브릿지의 모습도 살짝 걸쳐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치 무지개처럼 시드니 빌딩에 살짝 걸쳐있었다. 오페라 하우스 역시 볼 수 있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나무에 가려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멀리까지 보이는 도심의 모습은 시드니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평일에 대낮이었으니 보타닉 가든은 무척 한산했다. 이 로열 보타닉 가든에 초대 총독의 관저가 있다고 하는데 혹시 저걸까? 초대 총독이 원래는 농장이었던 이 곳을 보타닉 가든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보타닉 가든을 나와 다시 시티 센터쪽으로 걸어갔다. 호주의 도시들은 대부분 걸어다녀도 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고 느껴지곤 했는데 시드니는 예외였다.


무척 허기가 느껴졌던 나는 우선 식당가부터 찾아다녔다. 워낙 한식당이 많은 까닭에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편하게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순두부찌개를 하나 시켜서 천천히 먹었다.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나라에서 한식당에 가면 주인분이 어찌해서 이 곳을 여행하냐고 혼자 다니고 있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시드니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말로 주문을 하고, 한국 사람이 여기와서 먹는 것이 아주 당연했다. 나에게 있어 시드니는 너무나도 한국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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