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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야할지 모르던 나는 카오산로드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나를 보며 아는체를 했다. 사실 이름은 잘 몰랐지만 내가 태국에 도착해서 '폴 게스트하우스'를 찾고 있을 때 만났던 그 사람이었다. 이야기도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었지만 거리에서 만나자마자 이상하게 같이 다니게 되었다. 그러니까 할 일이 없었던 나로써는 크게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이 분이 헤나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나도 그냥 구경하기로 했다.


카오산로드에서는 헤나, 문신을 할 수 있는 곳이 무척 많이 있었다. 한 번쯤은 관심을 가졌던 헤나였다. 헤나는 문신과는 다르게 고통도 없고, 자연적으로 지워진다는 점이 틀렸다.

헤나를 하겠다고 하자 이 아저씨가 헤나의 종류가 그러진 거대한 파일(서류철)을 가져다 줬다. 그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그림 혹은 문양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됐다. 비슷한 문양이 많아 고르는데 꽤 오랫동안 살펴보다가 하나를 골랐다. 헤나의 문양을 고르면 아저씨는 그 종이를 꺼내서 본격적으로 헤나를 할 준비를 했다.


하려는 위치를 지정하면 문양을 새기고 그 이후 그 공간에 헤나를 채워 넣었다. 헤나나 문신을 해본적이 없던 나로써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된 셈이었다. 헤나를 마친 후에 이 아저씨는 30분동안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했다. 사실 건드리지 않아도 헤나는 의외로 쉽게 지워졌다.


이름을 모르던 이 분은 항공권 변경을 위해서 타이항공을 찾아 갔다. 타이항공을 찾아가기는 무척 쉬운편이었지만 우리는 괜한 골목에서 계속해서 헤매는 바람에 꽤나 오래 걸렸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야 겨우 타이항공을 찾을 수 있었다. 시원했던 타이항공 사무실에서 항공권 변경은 아주 쉽게 이루어졌고, 우리는 다시 람부트리거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타이항공을 찾기 위해 무진장 헤매서 다리가 아팠던 우리는 뚝뚝을 이용하기로 했다. 뚝뚝 아저씨와는 쉽게 흥정을 하고 올라탔다.


무척 인상이 좋았던 아저씨였다. 뭐... 우리를 보고 일본인이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말이다.


덥기도 해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쉬고 싶었다. 그렇게 들어간 음식점에서 약간 허기짐을 느껴서 피자도 함께 시켰다.


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바로 앞쪽에서는 부자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물건을 구경하면서 살지 말지 보고 있었다. 애꿎은 고산족 아주머니들은 이것 저것 꺼내서 보여주면서 하나 사달라고 했다. 외국인인지 태국인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쨋든 나보다는 부자로 보였다.

피자를 먹고 일어나서 발마사지를 1시간동안 받았다. 중간 중간마다 이야기를 건내서 그런지 무척 재미있었다. 마사지를 하는 아주머니는 한국말을 어디서 배웠는지 몇 개의 단어를 말하기도 했다. 그 때 내가 "이모"라고 외쳤는데 그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알고보니 태국어로 돼지라는 것이었다. 나는 돼지라고 놀린 것이 아니라 한국어라고 알려줬다. 근데 더 중요한 것은 며칠 뒤에 '이무'라는 것은 태국에서 아주 심한 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국에서는 절대로 쓰면 안 되는 말이었다.

우리 옆에서 앉아있었던 영국인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크게 웃었다. 이 영국인은 우리보다 일찍 마사지가 끝나고 나갔는데 우리가 나중에 나갔을 때 바로 앞 게스트하우스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매우 재미있는 성격이라 같이 술을 마시다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타이나라'에 가서 나는 치앙마이로 가는 여행자 버스를 예매했고, 이분과는 잠시 뒤에 헤어졌다. 방콕에 더이상 있어봐야 할게 없을거라 판단했고, 얼른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게다가 치앙마이에는 여름에 만났던 은희누나가 있어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10밧짜리 파인애플을 먹으면서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는 거리에서 옷을 파는 곳에 멈춰서서 바지를 구경했다. 가격을 보니 99밧으로 확실히 다른 곳보다는 쌌다. 아주 편안해 보이는 바지 하나를 집어 들고는 흥정에 들어갔다. 웃으면서 깎아줄 수는 없다고 했는데 사실 나도 깎을 마음은 거의 없었다. 100밧을 꺼내 주고는 잔돈으로 주려던 1밧은 받지 않았다. 그냥 왠지 기분이 좋아서 그랬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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