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정말 길었던 날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구마모토성을 보고, 페리를 타고 시마바라로 건너와 둘러보는 것도 모자라 운젠도 다녀왔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점점 날은 어두워지고 있는 지금 최종 목적지인 나가사키로 가야했으니 정말 대단한 일정이었다. 어차피 내가 이런 일정을 잡고 움직였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나 피곤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시골스러운 분위기야 말로 여행자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이 작은 열차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모습, 도시와는 다르게 간간히 보이는 불빛, 그리고 이 느릿느릿한 열차는 나에게 또 다른 경험이자 구경거리였다. 일본에서 이런 곳을 여행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터이니 이것도 나름 색다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졸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하야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대략 1시간 20분 걸린다고 하는데 정말 느리긴 무지하게 느렸다. 모든 역을 정차하는 완행열차일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뒤늦게 벽에 붙어있는 노선표를 보며 대충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배낭을 들고 맨 앞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여전히 내부에는 학생들이 가득했는데 이사하야에 거의 도착했을 때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이 또 다시 올라타기도 했다. 나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틈에 둘러싸인 꼴이었다.
생각해보니 이정도 추위는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긴 했다. 아마도 큐슈는 남쪽이라 따뜻한 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캉고쿠 모또 사무이(한국이 더 추워)." 라고 말을 해주니 여자들은 꺄르륵 웃으면서 좋아했다.
이들과 이런 짧은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진 후 나는 곧바로 JR사무실로 갔다. 다음날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혹시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야경을 볼 수 있는 이나사야마공원을 갈 수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었다. JR사무실로 들어가서 여직원에게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편을 물어보니 친절히 시간표를 주면서 자세히 알려줬다. 유후인을 가기 위해서는 토스라는 곳을 거쳐 가야 한다고 일러줬다.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편을 알아냈으니 이번에는 이나사야마공원에 대해서 물어봤다. 이미 시간은 저녁 7시가 넘어갔고, 비가 오는 악조건이라 야경을 보기는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무척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다른 여직원이 조금전부터 이야기를 듣더니 종이에 무언가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대답을 듣자 마자 나는 숨이 막힐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렇지만 이런 시골스러운 분위기야 말로 여행자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이 작은 열차에 올라타는 사람들의 모습, 도시와는 다르게 간간히 보이는 불빛, 그리고 이 느릿느릿한 열차는 나에게 또 다른 경험이자 구경거리였다. 일본에서 이런 곳을 여행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터이니 이것도 나름 색다른 방법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졸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하야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대략 1시간 20분 걸린다고 하는데 정말 느리긴 무지하게 느렸다. 모든 역을 정차하는 완행열차일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뒤늦게 벽에 붙어있는 노선표를 보며 대충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배낭을 들고 맨 앞자리로 이동해 앉았다. 여전히 내부에는 학생들이 가득했는데 이사하야에 거의 도착했을 때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학생들이 또 다시 올라타기도 했다. 나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틈에 둘러싸인 꼴이었다.
생각해보니 이정도 추위는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긴 했다. 아마도 큐슈는 남쪽이라 따뜻한 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캉고쿠 모또 사무이(한국이 더 추워)." 라고 말을 해주니 여자들은 꺄르륵 웃으면서 좋아했다.
이들과 이런 짧은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진 후 나는 곧바로 JR사무실로 갔다. 다음날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혹시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야경을 볼 수 있는 이나사야마공원을 갈 수 있는지도 물어보고 싶었다. JR사무실로 들어가서 여직원에게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편을 물어보니 친절히 시간표를 주면서 자세히 알려줬다. 유후인을 가기 위해서는 토스라는 곳을 거쳐 가야 한다고 일러줬다.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편을 알아냈으니 이번에는 이나사야마공원에 대해서 물어봤다. 이미 시간은 저녁 7시가 넘어갔고, 비가 오는 악조건이라 야경을 보기는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무척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다른 여직원이 조금전부터 이야기를 듣더니 종이에 무언가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의 대답을 듣자 마자 나는 숨이 막힐정도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언뜻 보기에도 정말 어설픈 그림이었는데 어쩌면 나의 그림 실력과 호각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나가사키 항구쪽으로 가면 저런 지형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야경을 볼 수 있을거라는 설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이 너무 웃겨서 카메라를 갖다대고 찍으려고하자 JR직원은 "에에에? 대체 이걸 왜?" 라면서 무척 당황해 했다. 아무튼 우리 셋은 이 그림을 보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사실 그녀도 그림을 그리면서 제대로 설명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자 웃기긴 웃겼나보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림을 그렸던 직원은 야경을 표시하는 것처럼 별표를 몇 개 더 그려넣기도 했다.
"사진 한장만 찍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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