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가 수도이긴 했지만 그리 크다고 느껴지지지 않아서 충분히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온 첫 날 그렇게 돌아다녔더니 이제는 어딜 걸어다녀도 익숙한 거리가 되었다. KL센트럴로 가는 길은 시끄러웠던 말레이시아 도로와는 반대로 매우 한적하기만 했다. KL센트럴만 가도 도로에 차가 꽉 막혀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비때문에 촉촉해진 도로를 걷다보니 잔디밭 구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을 구경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도 굉장히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였다. 페낭을 여행했을 때는 택시 아저씨가 말레이시아는 아시안컵 떨어졌다면서 굉장히 흥분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 한국은 올라갔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부럽다는 얘기를 하며 한국 축구 잘한다고 좋아했었다.
비가 와서 매끄러울 것 같은 잔디밭 위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을를 보며 우리는 나름대로 평가를 하며 바라봤다. 누가 잘한다하며 보고 있다가 정말 아까운 순간이 나오면 소리 질러가며 탄성을 지르곤 했다. 박수도 쳐줬다.
우리는 KL센트럴까지 따라 가서 광규형의 마지막 배웅을 자처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광규형이 음료를 사주셨는데 아직 비행기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바래다 준다는 식으로 따라왔던 건데 계속해서 얻어 먹는 것 같아서 좀 미안했다. 그 말에 광규형은 이제 나는 한국에 들어가지만 너희들은 여행을 앞으로 계속 할 예정이니 괜찮다고 했다.
배낭여행을 하며 처음 만난 여행자였다. 나의 첫 배낭여행이었고,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도 역시 처음이었다.
광규형은 공항까지 직행으로 가는 고속 열차를 탔는데 끝까지 마중했던 우리에게 같이 쿠알라룸푸르 돌아다니며 재밌었다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그 와중에도 광규형은 우리에게 10링깃을 던져주며 밥한끼 먹으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여태까지 얻어 먹었는데 10링깃을 받을 수 없다며 괜찮다고 했는데 거의 던져주다시피 건네주며 들어가버렸다. 어차피 얼마 안되는 돈이라며 말이다. 10링깃이면 한국돈으로 불과 3000원정도였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보통 5링깃짜리 밥을 먹었으니 2끼분이었던 것이다. 작은 돈이었지만 마지막까지도 고마움을 느끼기에는 충분히 큰 돈이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특히 여행에서의 만남은 그 말이 뼛속까지 느껴지곤 했다.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부기트빈탕으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오니 아시안컵을 하고 있었다. 싱가폴에서도 TV를 보지 못해 아시안컵이 한다는 자막 뉴스만 본적이 있는데, 실제 생중계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 아시안컵을 하고 있는줄도 몰랐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2:1로 졌다. 축구도 보고 라면도 먹고 도미토리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밤을 보냈다.
안드로이드 어플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 출시로 인해 기존 동남아 배낭여행 글을 전부 수정, 재발행하고 있습니다. 여행기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가다듬기 때문에 약간의 분위기는 바뀔 수 있습니다. 07년도 사진과 글이라 많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어플을 위해 대대적으로 수정을 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시는 유저분들은 <올댓 동남아 배낭여행>을 다운(http://durl.kr/2u2u8) 받으시면 쉽게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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