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다바야시에도 온천이 있다. 돈다바야시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다케야마 온천이 있는데 간포노야도라는 숙박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간포노야도를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돈다바야시역 북쪽 출구로 나가면 셔틀 버스를 탈 수 있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일단 돈다바야시역으로 갔다.
돈다바야시역 남쪽 출구쪽에 도착하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지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예전에 큐슈를 여행할 때도 느꼈지만 일본의 학생들은 가방에 무언가를 참 많이 달고 다닌다. 열쇠고리 정도로 작은 것도 아니고 아주 커다란 인형을 여러 개 달고 다니는데 그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그런가?
역의 남쪽 출구를 지나 조금 이동하면 철로를 건널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을 통해 북쪽 출구로 갈 수 있다. 북쪽 출구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이곳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셔틀 버스타는 곳이 나온다.
간포노야도로 가는 셔틀 버스는 10:00, 11:00, 13:00, 14:30, 16:30, 이렇게 하루에 단 5대 밖에 없다. 당일치기로 돈다바야시를 여행하고 오사카 시내로 돌아간다면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칸포노야도에 하루를 묵을 예정이라면 시간을 잘 맞춰서 셔틀 버스를 타는 게 좋다. 셔틀 버스를 타지 않으면 택시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는데 알다시피 일본의 택시비는 무척 비싸다.
내가 탔던 셔틀 버스는 바로 16:30분에 출발하는 막차였다. 원래 돈다바야시에서 좀 더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막차는 놓칠 것 같았다. 사실 돌이켜보면 셔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몇 분도 되지 않아 버스가 들어왔으니 무척 아슬아슬하게 탄거나 다름 없다.
온천으로 가는 셔틀 버스는 손님이 많이 타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간포노야도에 간 까닭인지 아니면 손님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앞에는 노부부가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온천은 주로 가족 여행이나 피로를 풀러 가는 어른들의 휴식처일 것 같았다. 아마 그렇다면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부류보다는 개인 차량을 타고 온천을 가는가 보다.
밖을 바라보니 멀리 대평화 기념탑이 스쳐 지나갔다. 돈다바야시에 도착할 때부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대평화 기념탑이었는데 일반적인 탑과는 다르게 생김새가 무척 독특했다. 하얀색의 탑은 조각할 때 사용하는 석고의 느낌이었고, 중간과 상단에는 개미들이 나무를 판 것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결국 돈다바야시에서 돌아본 곳은 지나이마치 밖에 없었지만 만약 시간만 있었다면 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탑에 가보려고 했다.
간포노야도까지는 약 30분 걸렸다. 시내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시골길을 계속 달린 후 작은 산의 정상까지 올라서야 도착했다. 이렇게 먼곳에 떨어진 줄 미처 몰랐고, 온천이 산 위에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체크인을 하니 저녁을 몇 시에 먹을지 물어봤다. 료칸처럼 식사를 방에서 제공해 주는가 싶었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고, 1층의 식당에서 미리 준비를 해주기 때문이었다. 6시 반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전통적인 일본식으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호텔이었지만 안에는 료칸식이라니 역시 온천이 있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무척 깔끔하기는 했지만 역시 나무만 있어서 그런가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나저나 오늘 이런데서 나 혼자 자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우울해졌다. 일단 히터부터 켜서 썰렁한 방을 따뜻하게 했다. 저녁 먹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TV를 보며 심심함을 달랬다.
근데 이날 내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TV를 보면서 무슨 말인지 전부 이해됐다. 그러니까 난 일본어를 아예 모를 정도인데 이날은 TV에서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알았다. 교양프로그램으로 내용은 두 사람이 오래된 전통 거리를 걸으면서 명소도 구경하고 맛집에 가서 음식도 먹는 것이었다. 내가 어느정도까지 이해가 되었냐면 두 사람이 이 거리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길이라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덴푸라를 파는 곳에서는 4대째 이어져왔다는 것도 이해했다. 심지어 돈없이 일본을 일주하는 두 친구들과의 대화도 알아 들었다. 물론 TV이기 때문에 화면을 보며 이해하긴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했다.
난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바닥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거의 기절했을 정도로 잠이 들었다가 한기를 느껴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대충 저녁을 먹을 때가 됐다. 1층으로 내려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직원 아주머니 두 분이 밖에 있어 서로 깜짝 놀랐다. 여기도 료칸처럼 이불을 깔아주는데 내가 저녁을 먹으러 내려간 줄 알고 들어오려고 했던 것이다. 이불을 깔아주시면서 일본어로 뭐라고 얘기하셨지만 웃으면서 끄덕이기만 했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기본적인 반찬은 준비가 되어있었다. 자리에 앉아마자 여행의 밤에는 술이 빠질 수 없는 법이니 일단 생맥주를 주문했다. 한모금 마시니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간포노야도에서 묵는 사람들이 주로 먹는 것은 해산물이었다. 주변에서는 커다란 대게를 주문해서 먹곤 했는데 아무리 저렴해도 부담이 되는 저녁을 먹을 수는 없었다. 물론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기본 석식도 그리 나쁘진 않다. 료칸에서 제공되던 석식처럼 밥과 함께 여러 해산물과 샤브샤브가 나왔다.
식단은 생선 한 점, 새우 한 개, 미역이 들어간 국 등으로 이뤄진 깔끔하면서 정갈한 역시 일본스러웠다.
식사를 마치면 녹차 푸딩도 준다.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는 5층으로 올라갔다. 간포노야도의 옥상인 5층으로 올라가면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인데 엘리베이터 안에도 무려 1001만불짜리 야경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올라가기 전에만 하더라도 이 작은 도시에서 무슨 야경일까 싶기도 했고, 돈다바야시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어 크게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불빛이 무척 많아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아마 간포노야도가 산 꼭대기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제서야 꼭 화려한 네온 사인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멋진 야경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5층에서 한 30분 정도 야경을 구경하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나니 딱히 할일이 없어서 그런지 한없이 심심해졌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피로를 풀겸 씻기 위해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은 2층에 있었는데 우리의 일반 대중 목욕탕과 무척 유사했다. 대신 노천탕도 있었다. 이런 호텔식에 노천탕이라니 무척 신기했는데 테라스에서 목욕을 즐기는 그런 기분이었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하게 잡수신 할아버지 두 분, 아저씨 한 분, 그리고 통통한 몸매의 꼬마 아이도 아버지와 함께 욕탕에 있었다. 처음에는 내부의 탕에 있다가 노천탕이 궁금해서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강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자연스럽게 움츠러들고 살짝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종종걸음으로 탕에 쏙 들어갔다. 따뜻함이 온몸에 퍼지자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노천탕을 좋아하는구나.
탕에는 할아버지 한 분과 아저씨 한 분이 계셨는데 할아버지는 연신 굵은 신음을 내쉬고 있었다.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아~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두 분은 대화를 계속했지만 당연히 난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대충 온천에 와서 기분이 좋다는 그런 분위기였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나가고, 남아있던 아저씨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본어는 이것 뿐이다.
"니혼고 와까리마셍(일본어 몰라요)."
영어를 할 줄 아냐는 물음에 고개를 흔드셨지만 그래도 손짓 발짓으로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돈다바야시에 살고 계신 것은 아니었고, 오사카시 남부쪽에서 왔다고 했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는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셨다. 나도 열기가 너무 올라와 씻고,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씻고 난 뒤 이제 옷을 갈아입으러 나갔다. 그런데 밖에서 "스미마셍"이라는 한마디가 들리자마자 아주머니 한 분이 안으로 들어오셨다.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온 것인데 나는 적잖아 당황했다. 한국에서도 가끔 화장실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들어와도 조금 놀라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목욕을 이제 막 마친 상태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원래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다. 당황에서 얼음처럼 굳은 나를 뒤로 하고, 아주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통을 비웠다. 이거 나만 놀란건가?
돈다바야시역 남쪽 출구쪽에 도착하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지 교복 차림의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예전에 큐슈를 여행할 때도 느꼈지만 일본의 학생들은 가방에 무언가를 참 많이 달고 다닌다. 열쇠고리 정도로 작은 것도 아니고 아주 커다란 인형을 여러 개 달고 다니는데 그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그런가?
역의 남쪽 출구를 지나 조금 이동하면 철로를 건널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을 통해 북쪽 출구로 갈 수 있다. 북쪽 출구 앞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이곳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셔틀 버스타는 곳이 나온다.
간포노야도로 가는 셔틀 버스는 10:00, 11:00, 13:00, 14:30, 16:30, 이렇게 하루에 단 5대 밖에 없다. 당일치기로 돈다바야시를 여행하고 오사카 시내로 돌아간다면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만약 칸포노야도에 하루를 묵을 예정이라면 시간을 잘 맞춰서 셔틀 버스를 타는 게 좋다. 셔틀 버스를 타지 않으면 택시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는데 알다시피 일본의 택시비는 무척 비싸다.
내가 탔던 셔틀 버스는 바로 16:30분에 출발하는 막차였다. 원래 돈다바야시에서 좀 더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었는데 그랬다가는 막차는 놓칠 것 같았다. 사실 돌이켜보면 셔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몇 분도 되지 않아 버스가 들어왔으니 무척 아슬아슬하게 탄거나 다름 없다.
온천으로 가는 셔틀 버스는 손님이 많이 타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간포노야도에 간 까닭인지 아니면 손님이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앞에는 노부부가 앉아 있는 것으로 보아 온천은 주로 가족 여행이나 피로를 풀러 가는 어른들의 휴식처일 것 같았다. 아마 그렇다면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부류보다는 개인 차량을 타고 온천을 가는가 보다.
밖을 바라보니 멀리 대평화 기념탑이 스쳐 지나갔다. 돈다바야시에 도착할 때부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대평화 기념탑이었는데 일반적인 탑과는 다르게 생김새가 무척 독특했다. 하얀색의 탑은 조각할 때 사용하는 석고의 느낌이었고, 중간과 상단에는 개미들이 나무를 판 것처럼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결국 돈다바야시에서 돌아본 곳은 지나이마치 밖에 없었지만 만약 시간만 있었다면 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탑에 가보려고 했다.
간포노야도까지는 약 30분 걸렸다. 시내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시골길을 계속 달린 후 작은 산의 정상까지 올라서야 도착했다. 이렇게 먼곳에 떨어진 줄 미처 몰랐고, 온천이 산 위에 있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체크인을 하니 저녁을 몇 시에 먹을지 물어봤다. 료칸처럼 식사를 방에서 제공해 주는가 싶었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고, 1층의 식당에서 미리 준비를 해주기 때문이었다. 6시 반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전통적인 일본식으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다. 호텔이었지만 안에는 료칸식이라니 역시 온천이 있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무척 깔끔하기는 했지만 역시 나무만 있어서 그런가 차가운 공기가 감돌았다. 그나저나 오늘 이런데서 나 혼자 자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우울해졌다. 일단 히터부터 켜서 썰렁한 방을 따뜻하게 했다. 저녁 먹을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TV를 보며 심심함을 달랬다.
근데 이날 내가 이상하기도 했지만 TV를 보면서 무슨 말인지 전부 이해됐다. 그러니까 난 일본어를 아예 모를 정도인데 이날은 TV에서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알았다. 교양프로그램으로 내용은 두 사람이 오래된 전통 거리를 걸으면서 명소도 구경하고 맛집에 가서 음식도 먹는 것이었다. 내가 어느정도까지 이해가 되었냐면 두 사람이 이 거리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길이라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덴푸라를 파는 곳에서는 4대째 이어져왔다는 것도 이해했다. 심지어 돈없이 일본을 일주하는 두 친구들과의 대화도 알아 들었다. 물론 TV이기 때문에 화면을 보며 이해하긴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했다.
난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바닥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거의 기절했을 정도로 잠이 들었다가 한기를 느껴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대충 저녁을 먹을 때가 됐다. 1층으로 내려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직원 아주머니 두 분이 밖에 있어 서로 깜짝 놀랐다. 여기도 료칸처럼 이불을 깔아주는데 내가 저녁을 먹으러 내려간 줄 알고 들어오려고 했던 것이다. 이불을 깔아주시면서 일본어로 뭐라고 얘기하셨지만 웃으면서 끄덕이기만 했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기본적인 반찬은 준비가 되어있었다. 자리에 앉아마자 여행의 밤에는 술이 빠질 수 없는 법이니 일단 생맥주를 주문했다. 한모금 마시니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간포노야도에서 묵는 사람들이 주로 먹는 것은 해산물이었다. 주변에서는 커다란 대게를 주문해서 먹곤 했는데 아무리 저렴해도 부담이 되는 저녁을 먹을 수는 없었다. 물론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기본 석식도 그리 나쁘진 않다. 료칸에서 제공되던 석식처럼 밥과 함께 여러 해산물과 샤브샤브가 나왔다.
식단은 생선 한 점, 새우 한 개, 미역이 들어간 국 등으로 이뤄진 깔끔하면서 정갈한 역시 일본스러웠다.
식사를 마치면 녹차 푸딩도 준다.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는 5층으로 올라갔다. 간포노야도의 옥상인 5층으로 올라가면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인데 엘리베이터 안에도 무려 1001만불짜리 야경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올라가기 전에만 하더라도 이 작은 도시에서 무슨 야경일까 싶기도 했고, 돈다바야시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어 크게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불빛이 무척 많아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었다. 아마 간포노야도가 산 꼭대기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제서야 꼭 화려한 네온 사인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멋진 야경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5층에서 한 30분 정도 야경을 구경하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나니 딱히 할일이 없어서 그런지 한없이 심심해졌다.
유카타로 갈아입고, 피로를 풀겸 씻기 위해 온천으로 향했다. 온천은 2층에 있었는데 우리의 일반 대중 목욕탕과 무척 유사했다. 대신 노천탕도 있었다. 이런 호텔식에 노천탕이라니 무척 신기했는데 테라스에서 목욕을 즐기는 그런 기분이었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하게 잡수신 할아버지 두 분, 아저씨 한 분, 그리고 통통한 몸매의 꼬마 아이도 아버지와 함께 욕탕에 있었다. 처음에는 내부의 탕에 있다가 노천탕이 궁금해서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 강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몸이 자연스럽게 움츠러들고 살짝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종종걸음으로 탕에 쏙 들어갔다. 따뜻함이 온몸에 퍼지자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노천탕을 좋아하는구나.
탕에는 할아버지 한 분과 아저씨 한 분이 계셨는데 할아버지는 연신 굵은 신음을 내쉬고 있었다.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아~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두 분은 대화를 계속했지만 당연히 난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대충 온천에 와서 기분이 좋다는 그런 분위기였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나가고, 남아있던 아저씨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본어는 이것 뿐이다.
"니혼고 와까리마셍(일본어 몰라요)."
영어를 할 줄 아냐는 물음에 고개를 흔드셨지만 그래도 손짓 발짓으로 몇 마디를 주고 받았다. 돈다바야시에 살고 계신 것은 아니었고, 오사카시 남부쪽에서 왔다고 했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는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셨다. 나도 열기가 너무 올라와 씻고,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씻고 난 뒤 이제 옷을 갈아입으러 나갔다. 그런데 밖에서 "스미마셍"이라는 한마디가 들리자마자 아주머니 한 분이 안으로 들어오셨다.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온 것인데 나는 적잖아 당황했다. 한국에서도 가끔 화장실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들어와도 조금 놀라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목욕을 이제 막 마친 상태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원래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다. 당황에서 얼음처럼 굳은 나를 뒤로 하고, 아주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통을 비웠다. 이거 나만 놀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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