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80일차, 어쩌다 보니 그리스
애초에 그리스는 갈 생각도 없었다. 그리스가 아무리 다른 서유럽 국가에 비해 싸다 한들 유로존인데다가 물가가 엄청 쌌던 주변 국가에 비해 관광지로 유명한 그리스가 비쌀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 ‘남들과 똑같은 여행을 하지 않겠어’라는 허무맹랑한 여행관도 한몫 했다. 그러나 나는 이리스와 여행하면서 마케도니아가 아닌 그리스와 점점 가까워졌고 16번 이상 히치하이킹과 심하게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쳐온 터라 다시 포그라데츠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난 그리스행을 결심했다. 사란다에서 며칠 지낸 뒤 그리스로 떠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20분쯤 기다린 후 한 대의 차가 멈췄는데 놀랍게도 이틀 전에 사란다 성을 오르던 도중 히치하이킹을 했던 그 차였다. 영국인 노부부와 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