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그리스는 갈 생각도 없었다. 그리스가 아무리 다른 서유럽 국가에 비해 싸다 한들 유로존인데다가 물가가 엄청 쌌던 주변 국가에 비해 관광지로 유명한 그리스가 비쌀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 ‘남들과 똑같은 여행을 하지 않겠어’라는 허무맹랑한 여행관도 한몫 했다.
그러나 나는 이리스와 여행하면서 마케도니아가 아닌 그리스와 점점 가까워졌고 16번 이상 히치하이킹과 심하게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쳐온 터라 다시 포그라데츠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난 그리스행을 결심했다.
사란다에서 며칠 지낸 뒤 그리스로 떠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20분쯤 기다린 후 한 대의 차가 멈췄는데 놀랍게도 이틀 전에 사란다 성을 오르던 도중 히치하이킹을 했던 그 차였다. 영국인 노부부와 가이드와 운전을 하는 알바니아인은 나를 다시 태워줬다.
이들은 지로카스트라(Gjirokaster)로 가다가 블루아이를 들렀다.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뻔했던 블루아이를 우연찮게 여행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콜라도 넙죽 받아 마셨다.
두 번이나 만났는데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다.
이들은 히치하이킹이 쉽지 않을 거라며 나를 국경까지 태워줬다. 국경까지 고작해야 10km남았으나 데려다 준다고 했을 때 정말 고마웠다. 덕분에 나는 어렵지 않게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차로 밀려있었지만 나는 배낭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들을 지나친 후 가볍게 국경을 넘었다. 다시 쉥겐지역으로 입국한 순간이었다. 난 여기서 국경을 통과하는 차를 잡을 셈으로 기다렸는데 여기 국경이 절차가 복잡한 건지 특유의 느린 문화 때문인지 20분 동안 단 4대만 지나갔다.
일단 영어로 쓴 요안니나(이오안니나라고도 읽기도 함)를 들기는 했지만 반대편에는 혹시나 싶어 그리스어로 적었다. 20분 뒤 독일인 여행자가 나를 태웠고 그들은 나를 요안니나까지 태워줬다.
사실 난 요안니나로 갈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항상 가지고 있던 휴대용 포토프린터의 필름이 떨어져 이를 찾으러 요안니나 시내로 들어갔다. 처음 도착한 요안니나는 굉장히 이상했다.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있어 그리스 경제가 이렇게 심각한가 잠시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내 그리스의 ‘낮잠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카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5시 이후에 가게를 다시 연다.
갈증이 나서 과일 주스를 파는 가게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미국인을 만났다. 처음엔 단순히 몇 마디를 나눴다가 나중에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전부 텍사스 출신으로 현재 문화 교류 비슷한 목적으로 그리스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나의 여행을 조금 듣더니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
마침 난 도움이 조금 필요했다. 원래 카우치서핑 호스트가 있는 지차(Zitsa)로 가야 하는데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놈의 ‘낮잠시간’때문에 여전히 필름은 어디서 구입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에 가서 휴식도 취할 겸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자고 했고 난 당연히 따라갔다.
호텔은 같은 대학교 학생들이 아예 통째로 빌린 상태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그 중 20살 크리스틴은 배낭여행이 자신이 꿈이라며 나에게 질문을 마구 쏟아냈다. 아무튼 호텔에서 여러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정보도 얻고, 과자도 얻어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크리스틴은 자신이 쏠테니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우리는 같이 필름을 찾으러 동네를 돌아다닌 후 저녁을 먹으러 그리스 음식점에 갔다. 오랜만에 어린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여자라서 그럴까)아무튼 이런 만남은 언제나 좋다.
요안니나에 하루 정도 체류한다면 더 재밌을 것 같았지만 난 시간 관계상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리스틴과 나와 처음에 인사를 했던 메이시와 사진을 찍은 뒤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터미널에서는 메이시가 버스비를 대신 내줬다.
지차에서 만난 카우치서핑 호스트 커스타스와 아나(한국에서는 주로 안나로 발음하던데)를 만났다. 그들은 조용한 마을에 사는 만큼 아주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약 5년 전에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아나는 미국인이다.
빵집을 운영하고 있어 아침에 챙겨주는 빵을 몇 개 집어 들고는 동네 산책에 나섰다. 조용했다. 그러나 예쁜 곳이었다. 밤에는 반딧불도 볼 수 있었다. 난 이곳에서 이틀간 지낸 후 요안니나로 돌아왔다.
트리칼라(Trikala)로 가기 전 미처 둘러보지 못한 요안니나를 걸었다.
호수를 보고 성벽을 봤다.
시간이 조금 남아 커피를 마셨는데 그리스부턴 진짜 아이스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근데 좀 신기했던 건 생수도 공짜로 줬다.
다른 여행자로부터 메테오라(Meteora)를 꼭 가보라고 들었기 때문에 그리스 여행의 목적은 메테오라로 잡았다. 칼람바카(Kalambaka)로 바로 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난 근처 큰 도시인 트리칼라행을 결심했다. 다른 여행자도 나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는지 트리칼라를 거점으로 메테오라를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트리칼라로 가는 도중 메테오라의 웅장함을 버스에서 살짝 맛봤다.
트리칼라에 도착하자마자 먹구름이 보이더니 급기야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3시간이 지나자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은 맑았다. 그냥 침대에 누워있으려 했는데 가볍게 동네 산책에 나섰다.
이슬람 사원의 첨탑은 끝부분이 없었다.
지금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저녁으로 먹은 고기. 그리스로 넘어오니 더 이상 케밥 혹은 체바피라 불리는 동글동글한 고기를 볼 수 없었다. 대신 여기선 고기를 숯불에 굽거나 케밥처럼 고기를 여러 야채를 섞어 빵과 먹는 기로스가 눈에 들어왔다.
트리칼라 역시 그리 큰 도시는 아니다. 매번 같은 길을 오고 가는 와중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그리스인을 관찰하는 게 주된 일과였다.
이 동상을 보면 민망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저녁엔 호스텔에 있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 원래는 3명이서 함께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다. 난 주로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일본인 여행자와 이야기를 했다.
트리칼라에서 바로 칼람바카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숙소도 비싼 칼람바카인데 비까지 오게 된다면 일정을 완전히 망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트리칼라에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이틀이나 더 머문다는 건 더 안 좋은 선택 같았다.
그래서 아테네로 갔다. 아테네로 가면 필름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그 동안 사려고 벼르고 벼렸던 텐트도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테네로 갈 때는 히치하이킹을 하지 않았다. 워낙 멀기도 했고, 그리스에서 히치하이킹 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히치하이킹을 많이 했지만 난 현재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오버랜더이니깐. 그러나 기차를 이용하려고 역까지 갔으나 무려 6시간 뒤에 있어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버스를 타기 전 시장에서 복숭아와 살구를 샀는데 이 아저씨 내가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복숭아 3개와 살구 6개를 집어서 넣어줬다. 말은 안 통해도 “내가 니 맘 다 알지”라고 이해됐다.
아테네행 버스에 올라타고 창을 보는데 유난히 구름이 뭉게뭉게했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은 막지 못하는 그런 더운 날. 이어폰만 꼽고 있는데 감상에 빠지기 딱 좋은 여정이었다.
해가 늦게 지는 그리스의 더운 여름날, 저녁에 잠깐 나가봤다. 갑자기 관광객 틈에 섞여 걷다 보니 기분이 살짝 이상했다. 코소보에서나 알바니아에서 그렇게 “중국인이다!” 소리를 들었는데 여기는 정말 중국인이 많았다.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는 관광객을 구경했다.
정말 사람 많다.
돌덩이에게도 여기선 의미가 되는 곳, 아테네다.
아테네에 도착하고 갑자기 떠오른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한식이다. 당연히 불가리아에서 먹게 될 줄 알았는데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아테네에 있으니 지금 먹어야 했다. 매번 구운 고기와 빵만 먹다가 쌀밥을 먹을 생각에 군침이 절로 났다. 지도를 잘못 봐서 계속 다른 곳을 헤매다 1시간 반 만에 한식당 ‘도시락’을 찾았다.
근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발걸음을 돌릴까 망설이게 할 정도로. 결국 큰 마음을 먹고 13유로짜리 김치찌개를 먹었다. 반찬이 너무 부실해 불만이었지만 맛은 그냥 그럭저럭 보통이라 열심히 먹었다.
아테네에서 텐트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아웃도어 매장을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이틀간. 그리고 엽서를 보내려 우체국에 갔는데 닫혀있어 무슨 우체국이 대낮에 닫냐고 헛웃음을 쳤는데 생각해 보니 일요일이었다.
날씨는 정말 더웠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태양은 도무지 식을 줄 몰랐다.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다.
낙서라 해야 할지, 작품이라 해야 할지.
그리스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아테네에는 아니, 적어도 관광객이 많은 거리에서만큼은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들어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 아테네에 온 이상 ‘돌덩이’를 보려 입장권을 샀다. 4일 동안 주요 관광지를 갈 수 있는 입장권은 12유로였다.
역시 돌이 참 많다.
박물관에도 돌이 참 많다.
4일 동안 입장권을 사용할 수 있어 욕심부리지 않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재밌다고 느껴져 사진을 찍었다.
숙소에서 한국인 여행자 광민이를 만났다. 해외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는데 내가 9달 여행했다고 하니 무척 놀랐다. 마침 서로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며 늦은 밤에 맥주를 마시러 거리를 나섰다. 결국 중심지까지 이동해 어느 펍에서 맥주를 마셨다. 서로 알바생이 예쁘다며 감탄했다.
다음날에도 광민이와 함께 시내를 돌아다녔다. 딱히 목적이 없던 나, 그리고 계획했던 메테오라를 취소했던 광민, 우리는 텐트를 보러 아웃도어 매장에 갔다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으로 하루의 반을 보냈다. 그런 후 언덕에 올라 아테네 경치를 바라봤다.
하얀색 건물로 빼곡한 아테네라 경치가 예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좋았다.
광민이가 빡빡한 일정을 고집하는 여행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계획 없이 돌아다녀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날씨는 무척 더웠지만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했다.
우리는 정상에서 오랫동안 바람을 쐬다 내려왔다.
뭔지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여기가 그리스 국회의사당이었다. 다들 근무교대식을 구경하러 몰렸지만 난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음날은 아테네 최대 관광지라 할 수 있는 아크로폴리스에 갔다.
역시 관광객이 엄청 많았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 본 아테네의 경치. 이곳이 신들의 도시인가?
아크로폴리스에 오르기 전부터 궁금했던 바위에 올라갔다. 바닥이 굉장히 미끄러워 좀 위험해 보이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진을 찍어봤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온 후 드디어 텐트를 구입했다. 아웃도어 매장에서 어렵게 발견한 1.2kg짜리 1인용 텐트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 이틀간 망설였다. 어차피 1인용 텐트는 비싸 다른데 가더라도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날 것 같고 메테오라에서 캠핑을 하려면 텐트가 필요해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119유로나 깎아줬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했다!
혼자 아크로폴리스를 올라갔다 온 뒤 늦은 오후였지만 여전히 해가 쨍쨍한 4시에 광민이와 다시 만났다. 이날은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다가 오랫만에 한식을 먹고 싶어하는 광민이와 함께 도시락을 한 번 더 갔다. 아테네에서는 텐트를 비롯해 돈을 정말 많이 썼다.
4일간 아테네에 지낸 후 난 다시 트리칼라로 이동하려 했으나 기차의 종점이 칼람바카 행선지를 변경했다. 어차피 칼람바카를 갈 예정이었는데 굳이 트리칼라를 거쳐 이동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입석이었지만 다행히 계속 앉아서 갔다.
오로지 메테오라만 보고 찾아온 그리스인데 일주일이 지난 후 칼람바카에 도착했다. 마을 어디에서도 웅장한 돌산이 보이는 굉장히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캠핑장을 찾아 가다 보니 칼람바카를 지나 다른 마을인 카스트라키(Kastraki)에 도착했다.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는 것도 7.5유로라 많이 비쌌지만 달리 다른 대안도 없어 그냥 여기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텐트를 치고 메테오라는 일단 나중에 가기로 하고 칼람바카부터 돌아봤다. 여행자가 굉장히 많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한 마을이 무척 의외였다. 역시 가장 싼 기로스로 점심을 해결했다.
텐트에서 지냈던 하룻밤은 침대에서 잔 것처럼 편안했다.
본격적인 메테오라 탐험은 다음날부터 시작했다. 거대한 돌산을 바라보며 감탄하며 걸었는데, 문제는 너무 더웠다. 게다가 난 걸어 다녔다.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던 대만인 페이를 만나고 나서야 왜 버스를 타지 않았는지 그제서야 버스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보통 메테오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칼람바카에서 버스를 타고 먼저 정상에 간 후 걸어서 내려오는 식으로 여행을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사실 수도원 내부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멀리서 바라볼 때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훨씬 멋지다.
이런 기이한 자연을 눈으로만 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사진으로는 더더욱 어렵다.
두 번째 수도원을 도착했을 때 딱 봐도 한국인 여행자들이 보였다. “와, 이 분은 걸어서 왔네.”라며 말해 한국인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고 난 바로 인사를 했다. 잠깐 인사만 한 후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한참 걸어서 그런지 이제 올라가는 게 덜 힘들었다. 아니 무감각해졌다고 해야 할까?
절벽에 있는 바위에 갈 수 있었다. 경치는 정말 끝내줬다.
하지만 슬쩍 아래를 내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다시 또 걸었다. 너무 더운데다가 오르막길이라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이킹하려 했으나 아무도 멈추질 않았다. 이미 난 5시간 넘게 걷고 있는 중이었다.
어디를 봐도 그림 같은 경치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수도원마다 입장료가 있어 다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가장 규모가 큰 그레이트 메테오로(Great Meteoro)에 도착했을 때 아까 전에 봤던 한국인을 다시 만났다. 잠깐 대화를 나눠보니 아테네 한인민박에서 만나 당일치기로 메테오라를 왔다고 했다. 메테오라에 머물고 있다면 저녁에 만날 수도 있을 텐데 아쉽기만 하다.
보통 다른 수도원에서는 짐을 옮기는 용도로 사용하는데 여기는 사람이 타고 갈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있었다.
규모는 다른 수도원에 비해 확실히 크지만 역시 내부는 돈을 내고 들어올 만큼 매력적이진 않은 것 같다.
물론 메테오라에서는 주변 경치를 바라보는 게 주목적이긴 하지만.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국인 분들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이들은 아테네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타고 서둘러 칼람바카로 돌아갔고, 나는 천천히 걸어서 내려갔다. 칼람바카까지는 너무 멀어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손을 들었는데 바로 멈췄다. 아까 수도원에서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눴던 프랑스 노부부였다. 이 노부부는 나를 칼람바카 시내까지 태워줬다.
칼람바카에 도착하자마자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피로를 풀었다. 저녁 6시가 넘었지만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다.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손빨래를 한 뒤 널었다. 뭔가 진짜 집에 있는 것 같았다.
메테오라를 구석구석 탐험해야 하는데 귀찮아 계속 동네만 돌아다녔다.
노란색과 분홍색 구름이 솜사탕처럼 보였다. 이렇게 메테오라 여행을 마무리한 뒤 마케도니아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비가 와서 떠날 수가 없었다. 원치 않는 그리스 체류가 연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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