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몇 번이나 깰 정도로 잠을 뒤척였다. 아무래도 문틈으로 솔솔 불어오는 바람 탓이어라.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는 다 좋았는데 방이 좀 심하게 추웠다. 일본식으로 지어진 집이라 미닫이 문도 많고, 나무로 만든 벽도 단열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불을 걷자마자 내뱉은 말은 "으~ 추워!"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6시 반이었다.
하지만 여유 부릴 시간은 없었다. 오늘은 에노시마와 가마쿠라를 돌아봐야 했다. 또한 가마쿠라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가 출국까지 해야 하는 날이기도 했다.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그러는 사이에 어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여행자 아저씨도 일어나 준비를 했고, 나와 눈인사를 했다. 이럴 때는 아는 일본어를 꼭 써먹는다.
"사무이(춥네요)."
짐을 챙겨 거실로 갔다. 어제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는 아침의 고요함이 대신 채우고 있었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스텝도 없고, 따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잠깐 인터넷으로 지도를 보며 일정을 점검한 뒤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밖으로 나가니 차가운 공기가 엄습해 왔다. 밝은 햇날은 내리쬐고 있었지만, 아직은 몸을 떨며 여행을 해야 하는 추운 겨울이었다.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걸었다. 어제 스텝에게 들은 바로는 모노레일역은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도착한다고 했다.
물론 아침이라 그렇지만, 특히 이곳은 가마쿠라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더 한적했던 것 같다.
조금 더 걸으니 교차로가 나왔고, 그 위로 모노레일이 다니는 선로가 보였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역이 어디 있는지 잠깐 헤매긴 했지만 이내 쇼난후카사와역을 찾을 수 있었다.
노선을 보니 에노시마가 바로 종점이었다. 어제 가마쿠라역에서 멀리 떨어진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로 왔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에노시마까지 훨씬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쇼난후카사와역에서 에노시마까지는 240엔이었다.
플랫폼에 올라가자마자 아찔한 높이에서 달리는 모노레일이 들어왔다. 여기가 에노시마로 가는 방향이 맞겠지만, 습관적으로 타기 전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터널을 지날 때도, 곡선 주행을 할 때도 거침없이 달렸다. 그래서인지 에노시마까지는 불과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에노시마가 이렇게 가깝다니. 조금 놀랐다.
종점인 쇼난에노시마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에노시마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가야 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지만, 천천히 걷기엔 딱 괜찮아 보였다.
에노덴을 탈 수 있는 에노시마역도 바로 근처에 있었다. 사실 에노시마도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없고, 가게도 열지 않아 걸어가면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그냥 길을 따라 걸을 뿐이었다. 그래도 복잡한 대도시와는 다른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돌아다니기에 괜찮은 곳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해변과 가까워서 그런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다만 아침을 먹지 못한 채 걷고 있다는 점이 유일한 불만이랄까.
드디어 에노시마가 보였다. 에노시마는 규모가 크지 않은데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건물 주변으로 숲으로 둘러싸인 참 신기해 보이는 섬이었다. 둘레는 고작해야 5km. 그래서인지 외로운 외딴 섬에 다리를 놓아 억지로 연결해 놓은 것처럼 이질적이었다.
실제로 에노시마는 552년에 해저에서 토사가 분출하여 약 21일 만에 생겨난 섬이라고 한다. 갑작스럽게 생긴 섬이니 예나 지금이나 신비롭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주술가에 의해 신사가 생겨 성지화되었고, 12세기에는 가마쿠라 시대를 연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벤자이텐(음악의 신) 신사를 지어 유명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참배하러 신사를 찾는 곳인 동시에 일반 여행자에게는 도쿄에서 가까워 여행지로 매력적인 곳이다.
나는 섬을 향해 뻗어 있는 다리를 천천히 건너가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저 멀리 날씨가 좋아야만 볼 수 있는 후지산이 주변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과연 에노시마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에노시마 여행을 하기 전이었음에도 도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들뜨기 시작했다.
물론 아침이라 그렇지만, 특히 이곳은 가마쿠라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더 한적했던 것 같다.
조금 더 걸으니 교차로가 나왔고, 그 위로 모노레일이 다니는 선로가 보였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역이 어디 있는지 잠깐 헤매긴 했지만 이내 쇼난후카사와역을 찾을 수 있었다.
노선을 보니 에노시마가 바로 종점이었다. 어제 가마쿠라역에서 멀리 떨어진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로 왔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에노시마까지 훨씬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쇼난후카사와역에서 에노시마까지는 240엔이었다.
플랫폼에 올라가자마자 아찔한 높이에서 달리는 모노레일이 들어왔다. 여기가 에노시마로 가는 방향이 맞겠지만, 습관적으로 타기 전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다시 한 번 물어봤다.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터널을 지날 때도, 곡선 주행을 할 때도 거침없이 달렸다. 그래서인지 에노시마까지는 불과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에노시마가 이렇게 가깝다니. 조금 놀랐다.
종점인 쇼난에노시마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에노시마까지는 20분 정도 걸어가야 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지만, 천천히 걷기엔 딱 괜찮아 보였다.
에노덴을 탈 수 있는 에노시마역도 바로 근처에 있었다. 사실 에노시마도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없고, 가게도 열지 않아 걸어가면서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그냥 길을 따라 걸을 뿐이었다. 그래도 복잡한 대도시와는 다른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돌아다니기에 괜찮은 곳임을 금세 알 수 있었다. 해변과 가까워서 그런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다만 아침을 먹지 못한 채 걷고 있다는 점이 유일한 불만이랄까.
드디어 에노시마가 보였다. 에노시마는 규모가 크지 않은데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건물 주변으로 숲으로 둘러싸인 참 신기해 보이는 섬이었다. 둘레는 고작해야 5km. 그래서인지 외로운 외딴 섬에 다리를 놓아 억지로 연결해 놓은 것처럼 이질적이었다.
실제로 에노시마는 552년에 해저에서 토사가 분출하여 약 21일 만에 생겨난 섬이라고 한다. 갑작스럽게 생긴 섬이니 예나 지금이나 신비롭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주술가에 의해 신사가 생겨 성지화되었고, 12세기에는 가마쿠라 시대를 연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벤자이텐(음악의 신) 신사를 지어 유명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참배하러 신사를 찾는 곳인 동시에 일반 여행자에게는 도쿄에서 가까워 여행지로 매력적인 곳이다.
나는 섬을 향해 뻗어 있는 다리를 천천히 건너가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 그리고 저 멀리 날씨가 좋아야만 볼 수 있는 후지산이 주변 풍경을 채우고 있었다. 과연 에노시마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에노시마 여행을 하기 전이었음에도 도쿄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들뜨기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은 J-ROUTE 사이트(http://www.jroute.or.kr/)와
매일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 드리고 있는 J-ROUTE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joinjroute)에서!
반응형
'지난 여행기 > 도쿄근교 닛코와 가마쿠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노시마의 아름다운 경치를 더해주는 씨 캔들 전망대 (4) | 2013.04.16 |
---|---|
한적한 아침에 에노시마 신사를 따라 걷다 (6) | 2013.04.10 |
가마쿠라로 이동, 여행은 결국 사람이다 (11) | 2013.03.16 |
세계유산 린노지와 일본식 정원 쇼요엔을 돌아보다 (3) | 2013.03.13 |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이 있는 화려한 사당, 도쇼구 (11) | 2013.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