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여행의 기대감을 더해주는 그런 상쾌한 바람이었다. 확실히 에노시마로 가는 다리를 건너면서 주변 경치를 바라보니 이곳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일어났다. 내가 에노시마에 대해 아는 건 오로지 사찰이 많다는 것뿐이었지만, 이내 가마쿠라 제일의 절경답게 아름다운 섬과 걷고 싶은 좁은 골목이 나를 맞이했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문을 연 가게가 별로 없었다. 이제 막 분주하게 문을 열고 있었다. 살짝 살펴보니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은 기본이고, 말린 해산물이 눈에 띄었다. 바로 앞에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라도 얻을까 했는데 여기도 역시 문을 열지 않았다.
색이 바래진 녹색 도리이를 지나 언덕길을 올라갔다. 예쁜 골목이었다. 이때는 아직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지 한적했는데 오후에는 사람이 가득해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가급적이면 에노시마도 일찍 와서 여유 있게 돌아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골목만 걸어도 일본의 아기자기함과 적당히 버무려진 상업주의가 있어 여행지로 괜찮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동글동글한 무언가를 파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멈춰 섰다. 예쁘게 보여 6개짜리로 하나 주문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내가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투박한 모양이었다. 괜히 속았다는 생각에 항의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머니는 종이에 적힌 ‘이것은 에노시마의 특산품입니다.’라는 한국어를 찍어주면서 싱글벙글 웃으셨다. 나는 이런 못생긴 진빵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닌데.
아무튼 서둘러 에노시마의 첫 번째 신사, 헤츠노미야 신사로 향했다. 커다랗고 붉은 기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용궁을 연상키기기 때문에 ‘용궁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에노시마는 음악의 신인 ‘벤자이텐’을 모시고 있는데 헤츠노미야 신사 역시 바로 앞에 관련된 그림과 커다란 비파가 있다.
신사 앞에는 한국의 복주머니와 유사한 돈을 넣는 통이 있었다. 외국인이 보기엔 일본 신사의 상업주의는 혀를 두를 정도로 대단하지만, 그게 이곳의 문화인 걸 어쩌겠는가.
신사에 오면 늘 보는 제비뽑기 오미쿠지도 마찬가지다. 묶여있는 오미쿠지를 보면서 그래도 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하트 모양이 그려진 나무판은 사랑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대충 때려 맞춰보기라도 한다.
에노시마는 이 헤츠노미야 신사뿐만 아니라 두 군데의 신사가 더 있다. 바로 나카츠노미야 신사와 오쿠츠노미야 신사인데 헤츠노미야 신사를 포함, 세 곳을 통틀어 에노시마 신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은 섬이고, 길을 따라 가면 모든 신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꼭 지도를 보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원래 에노시마에 온 목적은 신사를 보기 위해서였지만, 사실 난 에노시마의 신사보다 좁은 골목길과 주변 경치가 더 마음에 들었다. 꼭 전망대를 가지 않더라도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걸어가는 도중 에스컬레이터를 보게 되었는데 당연히 유료였다. 에노시마 내에서 오르막길을 쉽게 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라는 이동수단을 상품으로 만든 것인데 굳이 탈 필요가 있나 싶다. 가격은 구간 별로 비싸지 않지만, 에노시마의 끝부분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별로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파른 계단이 있는 끝부분은 에스컬레이터도 없다.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계속 볼 수 있는데 중간에 타면 처음보다 싼 가격에 탈 수 있다. 할인을 이용한 미끼라고나 할까. 그렇다 하더라도 에스컬레이터를 탈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아무튼 계단을 올라 나카츠노미야 신사에 도착했다. 헤츠노미야 신사에 비해 크게 볼거리는 없었다. 아침이라 참배객도 없고, 무녀도 부적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대의 사랑이 꼭 이루어지길.
마지막 신사는 오쿠츠노미야 신사다. 나는 천천히 걸어갔기 때문에 섬의 끝자락에 있는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오쿠츠노미야 신사는 바다의 여신 다기리히메노미코토를 모시고 있는 곳이다.
아까 헤츠노미야 신사에서부터 자주 보였던 나무판에는 독특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궁금했는데 가이드북을 보니 일본 창조 신화의 주인공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세 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바로 에노시마 신사에서 각각 모시고 있는 신들이었다.
아침에는 한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참배객들이 꽤 많아졌다. 이곳에서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찾아와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사 안에는 커다란 주걱처럼 보이는 게 있었다. 여신을 모시는 곳인데 주걱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러려나. 아무튼 그려진 그림이 바다의 여신 다기리히메노미코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참배객들 틈에서 내부를 구경했다.
신사를 구경하던 그때 바로 앞에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이 고양이는 참배객들이 참배를 하거나 말거나 따뜻한 곳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인간에게는 신성시되는 신사라 할지라도 고양이에게 신사는 그저 낮잠을 자는 공간일 뿐이었다. 어쩌면 에노시마의 진짜 주인은 널부러진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문을 연 가게가 별로 없었다. 이제 막 분주하게 문을 열고 있었다. 살짝 살펴보니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은 기본이고, 말린 해산물이 눈에 띄었다. 바로 앞에 있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라도 얻을까 했는데 여기도 역시 문을 열지 않았다.
색이 바래진 녹색 도리이를 지나 언덕길을 올라갔다. 예쁜 골목이었다. 이때는 아직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지 한적했는데 오후에는 사람이 가득해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가급적이면 에노시마도 일찍 와서 여유 있게 돌아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골목만 걸어도 일본의 아기자기함과 적당히 버무려진 상업주의가 있어 여행지로 괜찮다.
아침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동글동글한 무언가를 파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멈춰 섰다. 예쁘게 보여 6개짜리로 하나 주문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내가 본 것과는 전혀 다른 투박한 모양이었다. 괜히 속았다는 생각에 항의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어색한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머니는 종이에 적힌 ‘이것은 에노시마의 특산품입니다.’라는 한국어를 찍어주면서 싱글벙글 웃으셨다. 나는 이런 못생긴 진빵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닌데.
아무튼 서둘러 에노시마의 첫 번째 신사, 헤츠노미야 신사로 향했다. 커다랗고 붉은 기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용궁을 연상키기기 때문에 ‘용궁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에노시마는 음악의 신인 ‘벤자이텐’을 모시고 있는데 헤츠노미야 신사 역시 바로 앞에 관련된 그림과 커다란 비파가 있다.
신사 앞에는 한국의 복주머니와 유사한 돈을 넣는 통이 있었다. 외국인이 보기엔 일본 신사의 상업주의는 혀를 두를 정도로 대단하지만, 그게 이곳의 문화인 걸 어쩌겠는가.
신사에 오면 늘 보는 제비뽑기 오미쿠지도 마찬가지다. 묶여있는 오미쿠지를 보면서 그래도 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하트 모양이 그려진 나무판은 사랑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대충 때려 맞춰보기라도 한다.
에노시마는 이 헤츠노미야 신사뿐만 아니라 두 군데의 신사가 더 있다. 바로 나카츠노미야 신사와 오쿠츠노미야 신사인데 헤츠노미야 신사를 포함, 세 곳을 통틀어 에노시마 신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작은 섬이고, 길을 따라 가면 모든 신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꼭 지도를 보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원래 에노시마에 온 목적은 신사를 보기 위해서였지만, 사실 난 에노시마의 신사보다 좁은 골목길과 주변 경치가 더 마음에 들었다. 꼭 전망대를 가지 않더라도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걸어가는 도중 에스컬레이터를 보게 되었는데 당연히 유료였다. 에노시마 내에서 오르막길을 쉽게 갈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라는 이동수단을 상품으로 만든 것인데 굳이 탈 필요가 있나 싶다. 가격은 구간 별로 비싸지 않지만, 에노시마의 끝부분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별로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파른 계단이 있는 끝부분은 에스컬레이터도 없다.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계속 볼 수 있는데 중간에 타면 처음보다 싼 가격에 탈 수 있다. 할인을 이용한 미끼라고나 할까. 그렇다 하더라도 에스컬레이터를 탈 마음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아무튼 계단을 올라 나카츠노미야 신사에 도착했다. 헤츠노미야 신사에 비해 크게 볼거리는 없었다. 아침이라 참배객도 없고, 무녀도 부적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대의 사랑이 꼭 이루어지길.
마지막 신사는 오쿠츠노미야 신사다. 나는 천천히 걸어갔기 때문에 섬의 끝자락에 있는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오쿠츠노미야 신사는 바다의 여신 다기리히메노미코토를 모시고 있는 곳이다.
아까 헤츠노미야 신사에서부터 자주 보였던 나무판에는 독특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궁금했는데 가이드북을 보니 일본 창조 신화의 주인공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세 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바로 에노시마 신사에서 각각 모시고 있는 신들이었다.
아침에는 한적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참배객들이 꽤 많아졌다. 이곳에서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찾아와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사 안에는 커다란 주걱처럼 보이는 게 있었다. 여신을 모시는 곳인데 주걱이라고 표현하면 좀 그러려나. 아무튼 그려진 그림이 바다의 여신 다기리히메노미코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참배객들 틈에서 내부를 구경했다.
신사를 구경하던 그때 바로 앞에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이 고양이는 참배객들이 참배를 하거나 말거나 따뜻한 곳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인간에게는 신성시되는 신사라 할지라도 고양이에게 신사는 그저 낮잠을 자는 공간일 뿐이었다. 어쩌면 에노시마의 진짜 주인은 널부러진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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