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툼 → 메로이, 버스 1박 2일
수단에서 남은 돈으로 어디를 여행할까 하다가(수단에서는 ATM 사용이 불가능한데다가 남은 달러도 거의 없었다) 메로이 피라미드(Meroe Pyramids)를 보기로 결정했다. 가는 방법은 하르툼의 바흐리(Bahri)로 가서 앗바라흐(Atbarah)행 버스를 타면 된다. 이렇게 간단하지만 내 경우 실제로는 정말 1박 2일간 고생길이었다.
먼저 아프리카 거리에서 마이크로버스(2파운드)를 타고 바흐리까지 갔던 것까지는 좋았으나 사람들에 ‘메로이 피라미드’라고 하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몰랐다. 전부 메로위(Merowe)로 알고 그쪽으로 알려줬다. 덕분에 난 바흐리에서 버스가 없다는 정보만 믿고 다른 외곽으로 이동했고, 거기서도 또 여기는 아니라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해서 2시간 이상 하르툼에서 헤맸다. 이미 짜증이 폭발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버스(100파운드)를 타고 가는 도중 내가 메로이가 아닌 메로위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내가 지도를 보여주며 말했다는데도 전부 맞다고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맞기는 개뿔, 나는 내 예상대로 메로위 방향으로 가다가 내렸으며 어떤 영어를 할 줄 알았던 버스 아저씨의 도움으로 체크포인트까지 공짜로 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진 후라 체크포인트에서 텐트치고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앗바라흐 방향의 밴을 타고(80파운드) 이동했다. 원래 아침에 히치하이킹을 하려 했으나 수단의 도로에는 차가 별로 없지만 특히 이 도로에는 아예 지나다니는 차가 없어 2시간 뒤에 밴을 탔다. 앗바라흐에 도착하자마자 버스터미널로 이동해 하르툼행 버스를 탔다. (관광지인데도)메로이라고 하면 대부분 못 알아 들어 카부쉬야흐(Kabushiyah)로 간다고 말하고 약 2시간 뒤 창 밖으로 피라미드가 보이자 곧바로 내리겠다고 했다. 앗바라흐에서 피라미드까지는 30파운드(터미널 입장료 2파운드 제외)가 들었다.
메로이 → 하르툼, 버스 4시간
메로이 피라미드 부근에는 아예 마을도 없기 때문에 돌아가는 방법이 애매하다. 30분가량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가 느리고 큰 트럭만 지나가 번번히 실패했고, 결국 로컬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리고 이 로컬 버스 앞으로 하르툼 행 버스가 지나가 갈아탔다. 중간에서 타서 그런지 버스비로는 50파운드만 냈다.
하르툼 → 갈라밧, 버스 14시간 30분
하르툼에서 국경까지 한번에 갈 수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미나 베리 버스 스테이션(Mina al-Berri Bus Station)에 가서 갈라밧(Gallabat)행 버스표를 샀다. 버스비는 145파운드였고, 대합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2파운드를 내야 한다. 여기서도 버스는 정시에 출발하지 않았으며, 짐의 무게를 잰 후 돈을 받아 짜증이 엄청 났다. 솔직히 말하면 어처구니 없다며 화를 냈다. 원래 버스는 7시 30분에 출발해야 했으나 역시 통로까지 짐을 가득 채우느라 8시 30분이 지나서야 출발했다. 그리고 정상적이라면 오후 7시쯤 도착했겠지만 우리 버스가 중간에 퍼지는 바람에 3시간 동안 길바닥에 주저 앉아야 했다. 어두워진 후 다른 버스가 도착했고, 사람들은 짐을 옮기고 싣느라 또 40분 가량 허비했다. 결국 갈라밧에는 밤 11시에 도착했다.
메테마 →곤다르, 밴 5시간
갈라밧에서 국경을 넘으면 곧바로 에티오피아의 국경마을 메테마(Metema)에 도착한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고 싶었는데 밴을 타고 곤다르(Gondar)로 갔다. 근데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게 100비르인데 짐을 싣는 명목으로 100비르(처음에는 150비르를 요구)나 냈다는 거다. 당연히 내가 어이 없다며 내지 않으려 했지만 당시엔 분위기상 혹은 시간이 없어 떠밀려 내고 말았다. 에티오피아에서 버스를 여러 번 탔지만 이렇게 짐 때문에 이렇게 많은 비용을 냈던 적은 없었다. 곤다르까지 거리는 가까워 보여도 워낙 높은 산지라 5시간 걸렸다.
곤다르 → 악숨, 버스 10시간
원래는 메켈레(Mekele)까지 한 번에 가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곤다르에서 메켈레까지 한 번에 갈 수 없다. 쉬레(Shire) 방향으로 가거나 랄리베라(Lalibela) 방향으로 간 후 그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메켈레로 갈 수 있다. 나는 북쪽인 쉬레 방향을 선택했다. 버스비는 127비르였다. 버스는 새벽 5시 반에 출발한다고 했지만 역시 예상대로 6시 20분에야 출발했다. 처음에는 대체 왜 오래 걸릴까 의아했는데 버스가 달리고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시미엔 산이 있는 이 지역은 엄청나게 높은 산지를 통과해야 하며, 도로 또한 비포장인 곳도 많았다. 쉬레에는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쉬레에도 호텔은 많았고 엄청 피곤했으나 나는 악숨(Axum)까지 이동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밴을 탔다. 쉬레에서 악숨까지는 약 1시간 걸리며 요금은 25비르였다.
악숨 → 메켈레, 밴 9시간
악숨에서 메켈레로 가는 버스는 미리 표를 살 수 없다. 새벽 5시 30분에 오라는 말만 들었는데 그 다음날 다나킬 투어를 예약해 메켈레까지 공짜로 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악숨에서 다나킬 투어를 예약하면 메켈레까지 데려다 준다. 난 아프리카 호텔에서 투어를 예약했다. 이 밴을 타고 중간에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교회를 3군데 들렀는데, 별 것도 없는 교회 입장료가 200비르 이상이라 전부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꼬마나 사람들이 가이드를 해준다고(혹은 그저 와서 돈을 달라고) 해서 질려 버렸다. 아마 메켈레로 바로 간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지만 이런 관광지를 들른 까닭에 9시간 뒤인 오후 6시 반쯤에 메켈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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