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마드린 → 트렐레우, 버스 2시간
푸에르토마드린(Puerto Madryn)은 루타3(Ruta 3) 도로에서 떨어져 있고 해안에 있어 아무래도 히치하이킹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고자 트렐레우(Trelew)까지 버스를 타고 가고 그곳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결정 했다. 푸에르토마드린 버스터미널에서 트렐레우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으며 요금은 60페소였다. 문제는 트렐레우에서 5시간 가량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어디로도 이동하지 못한 채 트렐레우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트렐레우 → 칼리타올리비아, 히치하이킹 10시간
트렐레우에서 하루를 보낸 후 루타3 도로로 가기 위해 7번 버스를 타고 도시 외곽으로 나갔다. 여기서 루타3를 따라 1시간 정도 걷다가 주유소 앞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2시간 정도 기다렸을 무렵, 주유소를 빠져나가는 트럭이 먼저 멈춰서 우리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당연히 루타3 도로를 타고 가기 때문에 목적지가 같아 코모도르(Comodor)까지 흔쾌히 태워주겠다고 했다. 아르디안이라고 했던 이 친구는 우리를 태우고는 굉장히 즐거워했고, 자신의 목적지인 칼리타 올리비아(Caleta Olivia)에서 우리를 내려줬다. 트럭이라 굉장히 느려 칼리타 올리비아에는 오후 7시에 도착했다. 다만 이곳에는 배낭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없어 어두운 곳에 텐트를 치고 자야 했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날씨가 추워져 점점 고통스러웠다.
칼리타올리비아 → 리오가예고스, 히치하이킹 13시간
새벽에 일어나 정신 없이 배낭을 챙긴 뒤 도시 밖을 향해 걸었다. 대략 1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언덕 위에서 도시 밖으로 나가는 차를 잡기를 30분, 어떤 분이 100km정도 태워줄 수 있다고 했다. 엘찰텐에 있는 피츠로이(Fits Roy)와 이름이 똑같은 마을에서 내려 히치하이킹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확실히 남쪽으로 내려올 수록 너무 추웠고, 발이 시려 고통스러웠다. 너무 작은 마을인데다가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아 히치하이킹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1시간이 지났을 무렵 밴 한 대가 멈췄고 약 10분 정도만 태워줄 수 있다고 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나는 타자고 했다. 조금이라도 이동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푸에르토 데시아도(Puerto Deseado)로 가는 차가 대부분이라 갈림길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역시 차가 별로 없어 히치하이킹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2시간이 지났을 무렵 커다란 트럭 한 대가 멈춰 섰고, 우리의 목적지인 리오가예고스(Rio Gallegos)까지 간다고 태워준다고 하는 게 아닌가. 길바닥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리오가예고스(아르헨티나에서는 리오가셰고스라 부름)까지 600km 남은 상황이라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리오가예고스 → 우수아이아, 히치하이킹 2박 3일
리오가예고스에 도착할 당시만 하더라도 히치하이킹으로 우수아이아(Ushuaia)까지 가는 건 쉬울 거라 생각했다. 지도상으로 엄청 가까워 보였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400km가 넘게 떨어져 있었고, 히치하이킹이 가장 어려웠던 구간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리오가예고스 내에 있는 주유소에서 우수아이아로 가는 차를 잡아 보려 했다. 몇 시간 동안 주유소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우수아이아를 가냐고 물었지만 실패했다. 달리 다른 방법이 없어 걷기로 했다. 1시간을 걷고, 2시간을 걷고 히치하이킹을 해보려 했지만 대부분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 태워줄 수 없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어쩔 수 없이 한적한 곳에 가서 텐트를 치고 자려 했는데 안개가 점점 심해지더니 앞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텐트를 접고 경찰서로 찾아간 뒤 사정을 설명하니 처음에는 이 근처에서 텐트를 치라고 하다가, 초소에서 하루를 보내라고 했다. 몇 시간 뒤 우리는 경찰들과 친해져 결국 숙직실에서 따뜻하게 잠을 자게 되었다.
다음날 체크포인트에서 다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를 1시간, 한 대의 차가 멈춰 섰다. 우리의 목적지인 우수아이아까지는 가지 않으나 국경까지는 데려다 줄 수 있다 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라 그런지 아르헨티나 국경을 지나쳤고 우리는 아르헨티나 출국 도장이 없는 채로 칠레로 입국하게 되었다. 그리고 국경에서 다시 히치하이킹했을 때 역시 우수아이아가 아닌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로 가는 차를 타게 되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리오가예고스에 사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쇼핑을 하러 대부분 칠레 푼타아레나스로 간다고 한다. 아무튼 짧은 이동이었지만 우리에게 마떼를 계속 권하고 헤어질 때는 정말 오래 알았던 사람처럼 안아주면서 즐거운 여행하라는 말을 하셨다. 갈림길에서 역시 히치하이킹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인 히치하이커를 만났다. 그 친구 집이 우수아이아라고. 이 친구는 운이 좋은 건지 나중에 우리보다 늦게 차를 얻어 탔는데 우수아이아까지 한 번에 가게 되었다. 아무튼 1시간을 기다렸을 때 다른 작은 차가 우리를 태워줬고 두 아저씨는 섬을 건너자마자 우리를 내려줬다. 여기서 문제는 섬을 건너왔기 때문에 우수아이아 가는 게 쉬울 거라 생각했지만 절대 아니었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우수아이아로 가는 차를 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트럭을 히치하이킹해서 세로솜브레로(Cero Sombrero)에 간 뒤 슈퍼에서 대충 저녁을 때우고(여기는 칠레라 아르헨티나 돈 밖에 없던 나는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교회와 체육관 등을 돌아다니며 잘만한 곳을 찾아 다녔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역시 이날도 안개가 너무 심하게 껴서 도저히 텐트를 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경찰서로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차고에서 텐트를 치고 자라고 했지만 텐트를 치기도 전에 다시 와서는 빈 건물 문을 열어 줄 테니 안에서 자라고 했다. 바닥에서 매트리스만 깔고 자는 것이었지만 역시 얼어 죽을 정도로 추웠던 밖과 비교해 정말 따뜻하게 잤다.
3일째 되는 날, 다시 우수아이아로 가기 위해 아침 8시 반부터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5월은 한겨울인데다가 최남단으로 내려올 수록 해가 늦게 떠서 9시 반에도 새벽 같았다. 11시까지 세로솜브레로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전부 근처 작업을 하는 차량 밖에 없었다. 그 지나가는 차량 중 계속 우리가 보여서인지 빵을 주고 간 사람도 있었다. 결국 4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갈림길로 돌아가 히치하이킹을 다시 해보기로 했고, 여기서 1시간 기다렸을 때 한 대의 차가 멈췄다. 놀랍게도 우수아이아까지 간다는 것이 아닌가. 발은 얼어 붙고 배는 고파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우수아이아로 바로 간다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경찰이라고 했던 이 두 친구의 차에 12시에 탄 우리는 다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고, 남쪽으로 계속 달렸다. 우수아이아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6시 반이었다. 총 2박 3일이 걸린 굉장히 힘든 구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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