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바다로 나가서 놀았다. 바다에서 성게를 돌로 쳐낸다음에 알맹이를 나에게 주길래 흔쾌히 먹어봤다. 짠맛밖에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초장이 없어서 그런가? 멀리 가보니 아이들이 밥을 가지고 와서 그 성게를 쌓아놓고 반찬 삼아 먹고 있었다.
마을로 돌아오는데 거미 싸움도 구경하러 갔다. 이 곳에서는 거미싸움이 굉장히 즐거운 놀이 문화인 것 같다. 거미를 성냥갑이나 종이상자에 모아 놓고는 거미싸움장가서 도박하며 즐겼다. 거미를 나무에다가 양 끝에다가 놓고 서로 싸움을 거는 방법인데 닭싸움보다는 박진감도 떨어지고 거미들이 자꾸 떨어지곤 해서 무척 지루했다. 거미싸움이 재밌는지 아이들은 항상 이곳에 모여들고 자기도 거미 있다면서 자랑하며 보여주기도 했다.
홈스테이가 끝나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나서 우리는 다시 악기 연습을 했다. 그런 후에 캐럴 연습을 했다. 오늘이 바로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캐럴링하러 가기로 했다.
연습을 하는데 가사를 수작업으로 다 써서 만들었다. 영어로 된 곡이 3곡, 현지언어로 된 곡이 1곡, 우리나라 말로 된 '울면안돼'가 1곡 이렇게 5곡을 배웠다. 다른건 어떻게든 하겠는데 저 'KASADYA'는 도저히 못 부르겠다. 나중에는 흥얼거리기만 했다. 한참 뒤에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게 저렇게 어려운데 우리 나라 말을 알려주면 열심히 따라해보고 즐거워하던 그들이었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부끄럽다.
출발하기 전에 이렇게 빨간옷과 한국에서 구입해온 산타모자를 썼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자 한 우리들만의 방법이었다.
우리는 청포도 자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나눠줄 사탕이었다.
캐럴을 부르러 출발하기 전 기념촬영을 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우리끼리만 출발했었다. 하지만 캐럴을 부르고 있으면 수 많은 아이들을 우리 뒤를 따라다녔다. 우리가 아무리 불러도 감이 안 오던 'KASADYA'의 경우 아이들이 있어서 립싱크가 가능했을 정도였다. ^^;;;
열심히 캐럴을 불렀다. 그나마 잘사는 집이라든가 아니면 가게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계속해서 걷고 또 노래 부르고 또 걷고 이렇게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보니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힘들다고 말하다가도 노래부를 때만 오면 우리는 목청이 터져라 불렀다. 물론 아주 즐겁게~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따라다녔다. 아예 모르는 아이들도 우리만 보면 따라오기도 했고, 우리가 가게에 도착해서 노래를 부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아이들이 점점 불어났다.
자기 키만한 가사적힌 종이를 항상 들고 다녔던 까를로.
무척이나 앞장서며 뛰어다니고 우리가 "까를로!"라고 외치면 재빠르게 튀어나와 가사를 펼치곤 했다. 까를로가 키가 작아 우리가 안 보인다고 하자 까치발을 들고 손을 번쩍 들었는데 우리 노래 부를때까지 부들부들 떨면서도 손을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보통 10페소정도 돈을 받았는데 까를로가 그걸 받아와서 우리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엄청 까불기는 했지만 그만큼 정이 너무 갔던 까를로였다.
무척 재밌었던 순간이었다. 쉴틈 없이 노래를 부르긴 했지만 이렇게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순간이 있을까?
너무나 즐거웠던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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