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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조가 점심을 만들 차례여서 열심히 만들었다. 김치를 볶고(필리핀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 신라면 끓여서 먹던 멀빌은 맵다고 기겁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안 맵다길래 쳐다보니 눈물을 흘리며 먹었다), 라면을 이용해서 간장과 함께 이름 모를 요리도 만들고, 밥은 야채와 함께 볶았다. 결국 따져보면 김치볶음밥이다 -_-;

어찌되었든 나름 우리가 제일 잘 만들었다면서 점심을 먹고 난 후 홈스테이를 가졌다. 홈스테이 때는 우리가 총 15명이었는데 1~2명씩 마을 주민의 집에 하룻밤 묵는 것이었다. 전혀 모르는 집에 가서 홈스테이를 했던 사람도 있었고, 나와 문수의 경우는 항상 같이 있었던 엘머집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다른 팀원들은 어디론가 다 뿔뿔히 흩어졌다.
엘머집으로 출발!

...




바로 코앞이었다. 우리 베이스캠프에서 5분이면 가는 곳이었는데 엘머집에 가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닭, 그리고 개들이었다. 엘머집에는 많은 동물들을 키웠는데 집 마당에 모든 동물들이 다 살고 있었다. 심지어 돼지도 바로 앞에 보였는데 어라 새끼돼지네 하며 다가갔는데 옆에는 사람 2명과 비슷한 몸짓의 어미 돼지도 함께 있었다. 올랑고에서는 어느 집에가나 싸움닭이 있었는데 엘머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엘머의 집은 벽돌로 만들어졌는데 안에 들어가니 벽돌이 다 보였다. 안에는 회색 벽돌과 시멘트가 다 보였고 그 안에 각종 가구들이 있었다. 부엌은 밖에 있었고, 사실상 부엌이랑 식사를 하는 공간이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모호한 그런 곳이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 얘기도 들어보니 집에 도마뱀이 벽 위에 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보고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 곳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을 보고 내가 이상해보였다. 대부분 우리가 홈스테이 했던 곳은 올랑고에서 잘 사는축에 속하는 집들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들 푸짐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짐을 내려놓고 앉아있자 엘머가 우리가 심심할까봐 마을을 둘러보자고 했다. 우리도 그 동안 걸어다니면서 마을 구경해 본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좋다고 따라나갔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랑 사람들이랑도 인사도 했고, 홈스테이로 집안에 있던 팀원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는 바닷가로 향했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다. 또 이 곳의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에 서둘러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다. 바닷가로 향하니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았다. 너무 시원하고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엘머의 친척동생이라고 했던 것 같은 마빈(Marvin)도 어느 틈에 졸졸 따라왔다. 계속해서 바다쪽으로 걸어다니면서 이야기도 하고, 신기한 것이 있으면 잡아서 보기도 했다.



해가 서서히 질 무렵 마을로 다시 돌아왔는데 엘머와 문수는 농구를 했고, 나는 10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놀았다. 뭐 설명해줄 것은 없고 우리나라 지도 그려주거나 아이들고 정말 간단한 문답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 중 한 아이는 나에게 한국사람들은 전부 부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러한 질문은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전혀 부자가 아니라고 하니 올랑고에서는 차 한대만 있으면 부자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도 우리가 비행기 타고 먼 필리핀까지 날라와 물품도 기증하니 부자인것처럼 보였나 보다.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단 한번도 올랑고에서 나가본 적 없다는 아이의 말에 안타깝기도 했다.



엘머의 집에 돌아와서 엘머는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무언가 다듬고 만들고 불을 피우고 계속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 에너자이저가 엘머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올랑고에서의 가족관계는 서로 얽히고 얽혀서 전부 가족인가보다.



1시간을 기다린 끝에 만든 엘머의 요리는 잡채비슷한 요리와 치킨국, 프라이드 치킨, 소금구이 생선이었다. 잡채비슷한 요리는 한국의 잡채와 색도 맛도 비슷할 정도였고, 나머지 요리도 수준급으로 맛있었다. 대부분 우리나라와 맛도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전부 입에 맞았다. 치킨의 양이 적어서 입맛을 다시긴 했지만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다. 나중에 엘머의 어머니가 밥을 먹을 때 이상한 용기를 꺼냈는데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아마 생선을 묵혀둔 것 같은데 한번 먹어볼래하는 것을 웃으며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
밥을 먹고 나서 엘머가 물 한잔 가져다 줬는데 처음 먹어보는 현지 물이었다. 현지 물의 느낌은 미끌미끌하고 끝맛이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해외에 나가면 물때문에 고생한다는데 이러한 이유로 고생하나보다. 우리는 이후에 생수가 떨어진 일이 있었는데 그 때 아무리 더워도 현지 물은 먹기가 힘들었었다.
엘머가 우리를 계속 신경써줘서 후식으로 샐러드를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건 진짜 맛있었다. 각종 과일이 담겨 있었는데 그 중에 젤리처럼 씹히기도 하고 사과처럼 과일이 씹혔는데 무척 달콤했다. 밖에서 사먹는 것처럼 맛이 있었다.



엘머는 아마 자기 집에 우리가 와있으면 심심하다고 생각하는지 밥 먹자마자 또 나가자고 했다. 농구장으로 가보니 게이들이 마을 아이들을 데리고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도 구경하다가 잠깐 참여했다. 게이가 우리와 아이에게 퀴즈를 냈는데 알아들을 수 없이 빨리 내버렸다. 정답은 서울 한국의 수도를 물어보는 문제였다. 자기들끼리 문제 내고 좋아하고 아주 신났다. 가끔 게이는 나보고 자기한테 관심 있냐는 얘기도 했는데 그럴때마다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이 푸하하 웃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다 보니 이러한 게임을 통해서 선물도 나눠주고 즐거워하는 시간이었다.

집으로 도아오는 길에 Everyday store(그냥 동네구멍가게)에서 콜라를 사먹었다. 엘머와 나 문수 이렇게 셋이서 한병씩 먹었는데 한병당 20페소로 우리나라돈으로 약 600원이었다. 역시 콜라는 꽤나 비싼 음료인가 보다. 주인 아저씨가 냉장고에 있는 콜라를 꺼내 뚜껑을 따서 빨대까지 꽂아주었는데 ... 미지근하다. 무슨 냉장고에 있는 콜라가 이렇게 미지근한지 엄청 시원한걸 기대하고 먹은 내가 잘못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엘머가 성당에 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이 곳에도 성당이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았다. 이 더운 날 엘머는 긴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달렸다. 이곳의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로 약간의 돈을 지불하기도 했다. 도착한 곳은 아마도 올랑고에서 제일 큰 성당인 듯 하다. 수 백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얼마나 사람이 많으면 성당 밖에도 사람이 많아 건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 이 곳이 제일 큰 성당인 듯 보여 건물도 꽤나 현대적이었고, 화려했다.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찬송가 소리도 들렸고, 행사 진행이 크리스마스때와 비슷했다. 이러한 곳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다니 매우 특별하다고 느껴졌다.



예배가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우리는 성당 안에도 들어가 어떻게 생긴지도 살펴보고 사진도 찍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아이들은 천사 옷을 입고 있었다.



성당 앞에는 이런 크리스마스트리도 있었는데 앞에서 기념으로 사진도 촬영했다. 다들 너무나 기뻐하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었고, 예배가 끝나자마자 너도 나도 "메리 크리스마스"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을 아무나 붙잡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니 상대방도 기분 좋은 미소를 띄우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다시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엘머 집으로 돌아왔다. 엘머는 오늘 파티가 있는데 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우리는 너무나 피곤했다. 오늘은 이브라서 파티가 있는건가 매일 파티를 하는 올랑고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우리 몸은 이미 파김치 상태였기 때문에 엘머 방에 들어와서 쉬려고 누웠는데 그 즉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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