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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경험이었던 필리핀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매일 매일 세부를 다시 가는 꿈을 꿨다. 세부는 그만큼 기억에 남는 곳이었고,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남겨져 있었다. 세부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 들뜨는 기분을 좀처럼 가라 앉히기 힘들었다. 기껏해야 이제 3번째로 해외로 나가보는 것이었는데 이미 수 십번 해외를 들락날락 해본 것처럼 나 자신조차 익숙한 느낌에 적잖아 놀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행기는 여전히 익숙한 교통수단은 아니었다. 비행기에 올라타고 이륙하기 전까지는 항상 공상에 빠진다. 소위 말하는 재수없는 생각인데 영화 '데스티네이션'의 폭발 장면이 자꾸 아른거린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진짜 쓰잘데기 없다는 듯 비행기는 아주 아주 잘 이륙했고, 홍콩을 거쳐 세부로 향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세부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8시였다. 다른 사람들은 세부 공항의 규모가 유명세에 비해 너무 작은 것을 보고 적잖아 놀라지만 난 익숙한 풍경에 너무나 신났다. 2006년도에 이 곳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마지막 비가 엄청나게 오던 날 헤어졌었다. 헤어지던 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헤어짐을 아쉬워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밖을 나가보니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건 비가 내리는게 아니라 쏟아붓고 있다고 표현해야지 맞을 정도였다. 쏟아지는 비에 '콰과광' 울부짖는 천둥소리까지 이 모든게 한국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의 필리핀에서의 3개월 생활은 어학원이었기 때문에 마중 나와있는 직원분을 만났고, 이어 밴을 타고 학원으로 향했다.


밴에서 학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듣는둥 마는둥 창밖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로는 엄청난 폭우때문에 강물처럼 불어나 있었고, 그 주변에 사람들이 비를 맞고 돌아다니거나 뛰어다니는 모습이 너무 어색했다. 흡사 혼란스러운 도시에 도착한 느낌이었는데 이런 이질감이 느껴진 이유가 바로 2년전 모습과는 다르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2년전에 왔을 때는 늦은 밤에 도착해서 조용했던 도로를 바라봤고, 세부에서 늦은 밤을 보내고 곧바로 올랑고로 향했기 때문에 사실은 세부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나야 애써 이정도는 익숙한 풍경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낙후되어 보이는(적어도 눈에 보이는 풍경) 세부의 모습에 이래저래 생각하는 듯 했다.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너무도 즐거워하며 농구하고 있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물은 이미 발목까지 차오른 도로였는데 뛰어놀고 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 줄을 지어 있던 이 곳은 나중에 알고보니 다운타운 지역이었다. 세부는 다운타운과 업타운 나뉘어져있고 업타운지역이 조금 더 신식건물이 많이 있다. 나에게는 자원봉사를 갔던 지역으로 특별했던 세부에서의 새로운 생활 그게 기대되었기 때문에 즐거움에 사로잡힌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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