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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꿈과 사람속으로' 해외 자원봉사에 뽑혀 필리핀에 다녀온 후 어떻게 하면 이 곳을 다시 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해왔었다. 근데 내가 정말 다시 갈 수 있을까?

해외봉사를 다녀온 사람이 다시 그곳에 방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갔다.

모든 수업이 오전에 다 끝나던 금요일.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어떻게 가야할까라는 고민보다도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었다. 우선 어디로 가야할까 생각하다 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힐튼호텔이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올랑고로 갔었던 것은 정확하게 기억하기 때문에 힐튼호텔만 찾아가면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택시를 잡아타자 마자
"힐튼 호텔이요"

하지만 택시기사가 잘 못 알아 들었다. 세부가 아니라 막탄섬에 있는 힐튼호텔까지 가고 싶다고 다시 설명하니까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말하고는 거기는 여기서 좀 멀다고 했다. 세부의 다운타운지역에서 힐튼호텔까지 40분정도 달려 도착했다. 택시비는 무려 300페소나(약 9000원) 나왔다. 세부에서 보통 택시를 타면 100페소에 해결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무척 비싼편이었고 힐튼호텔까지 오는데 혼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비싸게 느껴졌다.


힐튼호텔 뒤쪽에 있는 길을 따라 작은 선착장에 도착하니 지난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그때 여기서 사진도 찍었는데...'

사실 달라진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색해보이는 분홍색의 힐튼호텔도 그대로였고, 필리핀에서 볼 수 있는 일명 통통배가 떠다니는 것도 그대로였다. 다만 2006년도에는 16명이 왔지만 지금은 혼자라는 사실뿐이었다.


30분동안 배를 타고 도착했는데 전부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뭐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혼자 걸어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라이시클이 가격을 너무 높게 부르는 까닭에(그래봐야 몇 백원이었지만) 그냥 걷기로 했었다. 걸어서 가도 금방 도착할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꽤나 멀었다. 덕분에 걸으면서 사람들이 인사를 하기도 하고, 먼저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뭐랄까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세부의 어두침침하고 으슥해보이는 골목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생기가 있어보이고 그에 반응하는 나의 즐거움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약 1시간을 걸어 푸 초등학교에 도착을 했다. 어떤 약속에 의해서 이 곳에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리 연락을 한 것도 아닌 상태여서 우선 티나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학교에 없었다.


아이들의 관심은 내가 아니라 바로 카메라였다. 사진 찍히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던 아이들에게 몇 장 찍어줬고, 나는 본격적으로 티나를 찾아갔다.


2년만에 찾아왔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던 이 곳. 그냥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길을 찾아다니고 있을 때 멀리서 익숙한 형체가 나타났다. 한 눈에 봐도 티나라는 생각에 티나를 불렀는데 거의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당연히 날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연락도 없이 나타난 내가 엄청나게 신기하기도 하고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왔냐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 인사가 오고 갔다.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다시 보니 너무나 반가웠다.


다시 초등학교에 와서 티나가 수업하는 것을 구경했는데 아이들이 관심은 온통 나에게 쏠려있었다. 몰래 사진 찍어달라고 자신을 가르키기도 하며 장난 치는 모습이 완전 말썽꾸러기들이었다.

초등학교를 나와 혼자 마을을 걸어다녔는데 가장 먼저 가보고 싶었던 곳은 내가 페인트칠을 했던 Children Center와 우리가 먹고 자고 2주간 지냈던 베이스캠프였다. 조금 헤매긴 했지만 주요 길을 걸으면서 기억이 다시 났기 때문에 혼자서도 문제가 없었다.


Children Center에 도착했을 때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이미 몇몇 다른 자원봉사 팀이 다녀간 뒤라서 그런지 제법 그럴듯하게 변해져있었던 것이다. 내부와 거의 대부분의 외벽과 지붕을 우리가 페인트 칠을 했던거라 더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마침 Children Center 안에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2년 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책임졌던 분이셨다. 나를 흐릿하게 기억하는 것은 물론 우리 팀원 사람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가져온 사진을 건내줬다. 미리 한국에서 인화해 온 2006년도 사진인데 재밌게 바라보면서 추억에 잠기시는 듯 했다.


베이스캠프는 사실 그리 좋지는 못했다. 말 그대로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이었다. 밥도 지어먹고 빨래도 하고 전기도 없었고 물은 길러서 생활을 했었다. 누구 하나 불평도 하지 않고 즐겁게 지냈던 곳이었는데 곳곳에서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었다.


최근에 한국에 다녀갔는지 한글로 낙서가 적혀있었다.


이 곳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아지 한마리가 신나게 쫓아오는 것을 막고 다시 마을쪽으로 향했다.


마을 중심부에서 다시 만난 티나와 아직 만나지 않은 코리나의 가족들과 사진도 찍었다.


이 곳은 여전히 아무 것도 없었고 특별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 곳은 나에게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비록 가난한 마을이지만 그들의 마음까지는 가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고맙고 즐거웠다.

나는 그래서 거의 매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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