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더웠지만 주머니에 돈은 200페소(약 6000원)정도 밖에 없었지만, 학원 동생과 함께 세부 구경에 나섰다. 자주 세부를 돌아다녔지만 항상 다니던 다운타운이 아닌 이번에는 업타운쪽으로 돌아니기로 했다.
지프니를 타게 되면 매연을 그대로 들이마셔야 한다는 점과 더운 날씨에 사람들 틈에 껴서 가야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7페소(약 210원)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장 많이 가는 SM백화점을 가더라도 택시를 타면 100페소(약 3000원)이 나온다.
세부는 유난히 좁은 골목이 많았다. 그 좁은 골목 사이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 꼬치를 굽는 아줌마, 무지 더운 날씨는 필리핀 사람도 마찬가지인지 웃통을 벗고 다니는 아저씨까지 다양하다.
SM백화점의 근처는 자주 막히는 장소이다. 특히나 주말의 경우는 더 그렇다. 그래서 그냥 일찍 내려서 SM백화점쪽으로 걸어갔다. 세부에서 돌아다니는 차를 보면 대부분 지프니 아니면 택시이다. 그만큼 지프니와 택시가 많다.
SM백화점이 목적지가 아니어서 SM백화점의 반대방향으로 돌았다. 사진으로보면 백화점의 규모가 언뜻 작아보이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백화점이 굉장히 넓다. 따라서 구조도 넓고 긴 형태로 되어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SM백화점에서 업타운 방향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만 길을 잘못 들었다. 걷다가 너무 더워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업타운 방향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리고 내린 곳은 바로 워터프론트 호텔이었다. 언뜻봐도 엄청 좋아보이는 호텔이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는 카지노로 더 유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카지노를 구경한적이 한번도 없어서 함께 갔던 학원 동생과 카지노로 직행했다.
과연 고급스러운 호텔다웠다. 게스트하우스에만 익숙한 나에게 이런 곳은 너무 사치스러워 보일정도로 좋았다. 사진으로는 몇 장찍지 않았고, 카지노에 들어가서도 사진촬영이 금지였기 때문에 짐을 맡겼다.
카지노에 처음 들어가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습과 수 많은 스롯머신을 보고 눈이 돌아갔다. 하지만 나와 동생은 둘다 그지였다. 나는 이미 직불카드를 잃어버린 상태라서 돈이 거의 없던 상태였다. 애초에 구경만 하자고 들어갔는데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졌다.
카지노에서 그냥 구경만 하다가 나왔는데 나중에 카지노에 갈 기회가 몇 번 더 생겼다. 그 때 해보긴 해봤는데 돈 잃을거라는 무서움에 크게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100페소(약 3000원)으로 1000페소(약 3만원)을 따기도 했으니 행운을 잡았다고 해야할까? 그 돈으로 맥주를 사먹었다. 카지노에서 돈을 딸 생각을 한다면 더 큰 돈을 잃기 마련이다. 만약 가더라도 이 돈을 버리도 될 정도의 액수만 즐기고 오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카지노에서 게임도 하지도 않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어딜가나 꼬치굽는 냄새로 나를 유혹한다.
좁은 세부의 도로를 걸으며 학원이 있는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워터프론트호텔에서 아얄라까지 걸어왔다가 거기서 택시를 잡아타고 학원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학원으로 허겁지겁 돌아갔는데 그 이유는 학원 저녁시간에 맞춰서 가지 않으면 밥을 못 먹게 된다. 돈 아껴야하는데 밥 사먹을 돈도 없었던 우리는 정말 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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