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아일랜드를 갔다 오자마자 나는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곧바로 시드니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러 가야했기 때문에 젖은 몸을 얼른 씻고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백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했다. 혹시나 싶어서 공항까지 태워다 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그 시간대에는 공항에 가지 않는다며 미니밴을 추천해줬다. 가격은 10불이었다.
멜번에 있을 때 캐리어를 한국으로 보내긴 했지만 나의 짐은 여전히 많은 상태로 카메라 가방까지 합치면 무려 3개나 되었다. 그래도 배낭을 메고 다니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캐리어 끌고 다닐 때보다 훨씬 편했다.
백팩에서 기다리니 잠시 뒤에 용달차를 끌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밴이 왔다. 뒤에 보이는 곳이 짐칸으로 나의 가장 큰 70리터짜리 배낭을 넣고 나머지는 들고 밴에 올라탔다. 곧바로 공항에 가는 것은 아니었고 주요 백팩이라든지 골목에 들러서 사람들을 태웠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 한 아주머님 그리고 젊은 독일인 여성과도 짦막하게나마 이야기를 나눴다. 전부 시드니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사실 케언즈에서 공항까지는 무지 가까운편인데도 돌고 돌아서 1시간가량 걸렸다. 이제 나의 마지막 도시인 시드니로 가는 순간이었다. 시드니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나의 출국장소였기 때문에 비로소 호주 생활의 끝이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멜번에서 케언즈 올 때도 버진블루를 이용했고, 이번에 시드니를 갈 때도 버진블루로 갔다. 이 한밤 중에 이동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저녁을 스시롤로 해결했다. 보기에는 평범해보이는 이 김밥같은 스시롤은 호주에서 꽤나 대중적인 음식이었는데 보통 가격은 3불정도 했다. 개인적으로 김밥이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다.
지루했던 대기시간을 지나 드디어 시드니로 날아갔다. 시드니까지는 약 3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어 11시가 가까워졌었다. 시드니는 익숙한 도시였지만 시드니 공항은 아니었다. 우선 백팩에 전화해보기로 했는데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 픽업 서비스를 기대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서 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살짝 걸어가니 시티로 가냐고 아저씨가 먼저 다가웠다. 마치 공항버스처럼 시티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이었는데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타기로 했다. 아저씨는 잠시만 기다리라면서 다른 승객이 더 오기를 기다렸다. 이어 몇 사람들이 더 왔고, 그 중에는 독일인 커플도 있었다.
원래 처음에는 시티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킹스크로스쪽으로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결국 원래 목적지였던 피트 스트리트가 아닌 킹스크로스로 바꿔버렸다.
한 30분정도 달려 킹스크로스에 도착했다. 아저씨는 어디에다가 내려줄까라고 했지만 나는 딱히 아는 곳이 없어서 그냥 아무데나 백팩이 많은 곳으로 내려달라고 했다. 한밤중에 내린 나는 이제 백팩을 찾아 헤매야했다. 독일인 커플은 나에게 행운을 빈다면서 인사를 했다.
킹스크로스에 내린 나는 배낭을 메고 계속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백팩은 보이는데 마땅히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려고 했던 곳은 너무 늦은 시각이라 닫은 곳도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옆으로 보이는 킹스크로스의 모습은 상당히 음침해보였다. 가이드북에서는 시드니의 환락가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듯 했다.
뭔가 약에 쩔어보이는 사람, 나에게 유혹의 눈길을 보내는 화장 짙은 아가씨, 그냥 평범해 보이지 않은 화려한 네온사인의 어느 가게들까지 역시 이 곳은 그런 곳이었다.
어느 백팩 앞에 갔다가 닫혀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는 순간 한 외국인이 나에게 백팩을 찾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나에게 백팩 한 군데를 친절히도 직접 데려다주었는데 곧바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백팩에 들어서자 몇 사람들이 밖으로 이상한 모자를 쓰고 신나게 놀고 있었는데 아마도 파티에 가려고 하는것 같았다. 백팩 가격은 23불로 시드니의 중심가에 있는 백팩보다 상당히 저렴했다. 체크인을 하고난 후 무려 새벽 12시가 넘었지만 나는 현석이를 만나러 시티로 걸어갔다.
킹스크로스의 상징물이라고 볼 수 있는 거대한 코카콜라의 간판이 현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킹스크로스라고 하면 어째 코카콜라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킹스크로스에서 시티까지 걸어가면서 너무 멀다는걸 깨닫자 뒤늦게 백팩을 괜히 이 곳으로 잡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멀 줄 몰랐었다. 처음 시드니에 있을 때는 그냥 중심가에만 있어서 잘 몰랐던 것이다.
늦은 시각에 현석이와 만나 맥주를 몇 잔마시고 헤어졌는데 다시 새벽 3시가 넘었던 그 시각에 킹스크로스까지 걸어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케언즈에서는 덥거나 시원하던 날씨가 시드니로 오면서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몸은 무척 피곤한 상태였지만 다음 날에도 일찍 일어났다. 거리는 비가왔는지 축축하면서도 마치 가을의 공허한 기분의 들 정도로 조용했다. 아침에 바라본 킹스크로스의 모습은 지난 밤과는 사뭇 달랐다. 그냥 평범한 시드니의 한 골목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킹스크로스에 있었던 분수대의 모습이 무척 독특했다.
보통 이런 표지판이 있으면 도쿄가 자리잡고 있는데 왠일인지 여기에는 서울이 있었다. 8332km라... 내가 무척 먼 곳에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밤이 더 시끌벅적해 보였던 킹스크로스의 거리는 이렇게나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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