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울 성당의 유적의 뒤에는 작은 전시관 같은 곳이 있었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에어컨 바람 때문에 무지 시원했다. 아마도 성당 관련 전시물인 듯 한데 너무 더워서 지쳐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둘러보기만 했다. 어쩌면 전시물의 관람보다도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성 바울 성당을 정면으로 보고 우측으로 이동하니 마카오 박물관 안내판이 나왔다. 박물관이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기에 가면 마카오에 대해 이해하기 더 쉬울 거라는 생각이 아닌 그저 말도 안 되는 논리 그 자체인 그냥 보이니까 갔다.
어느 옛터인 것 같은데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마카오 박물관은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나왔다. 조금은 근사하게 보이던 박물관이 나타났는데 당연히 무료일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입장료가 15파타카(15홍콩달러와 같은 가치)였다. 이런 순간에는 어김없이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과연 이 박물관이 나에게 15홍콩달러의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인가? 남들이 본다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고민에 빠진 나는 박물관 입구 쪽을 슬쩍 보다가 그냥 돌아섰다. 박물관이 특별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바울 성당의 옆모습을 한 번 바라본 뒤에 언덕 위에 있던 몬테 요새로 향했다.
몬테 요새는 마카오 전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곳으로 지금은 요새 위에 올라서 마카오의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은 장소가 되었다.
오르막길과 계단을 오르다보니 땀이 삐질삐질 흘러 중간에 보이던 작은 카페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아무런 표정이 없던 할머니 한 분이 운영하고 계신 곳이었다. 나는 물 한 병을 집어 들고 홍콩달러를 꺼내 이걸로도 계산이 가능하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끄덕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마카오는 홍콩달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건 돌아다니는 동안 마카오 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환전할 필요도 없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올라갔다.
올라가는 데는 힘들었어도 사실 정상은 그리 높은 곳은 아니었다. 몬테 요새에는 아직도 곳곳에 대포가 그 자리에 있었다.
대포가 향하고 있던 곳은 마카오 중심부의 황금으로 빛나고 있던 멋진 건물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저 건물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마카오에서도 유명한 리스보아 호텔이었다.
과거 네덜란드의 화약고을 격파시켜서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얻어냈다고 하는데 여기에 남아있는 어느 한 대포였을지도 모른다.
몬테 요새는 대포만 없다면 언덕 위에 있던 공원이나 다름 없다.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마카오 시내를 바라봤다. 내가 이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서 전혀 몰랐는데 어느새 마카오가 어떤 곳인지 차츰 알아가고 있었다. 그게 더 새롭고 즐거운 느낌을 받았다. 마카오는 특히 '도착하면 어떻게든 돌아다닐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왔는데 얼마나 넓은지, 어느 나라의 식민지였는지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도 모르고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돌아다니고 있었다.
높아 보이는 빌딩은 상당히 낡아 보여 홍콩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나는 유적지를 다 둘러본 뒤에 저 중심지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마카오는 카지노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분명 저 중심지에는 카지노로 유명한 곳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카지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꼭 들러보고 싶었다.
몬테 요새에 온 기념으로 사진을 남겨야 했기 때문에 벤치 위에 캠코더를 올려놓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혼자서 여행을 하다보면 사진 찍는 게 정말 힘든데 나는 이렇게 벽이나 의자 위에 캠코더를 올려놓고 리모콘을 이용해 사진을 찍곤 했다.
몬테 요새를 올라올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내려갈 때는 빠르게 내달리 듯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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