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레 파고다는 내가 있었던 게스트하우스로부터 코 앞에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바간으로 향하는 버스는 오후 3시이기 때문에 그전에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양곤에 있는 술레 파고다를 비롯해서 보타떠웅
파고다를 둘러 보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배낭을 싸고, 나오기 전에 배낭을 카운터에 맡겼다. 내가 있었던 마하반둘라 게스트하우스는 시설면에서는 정말 최악에 가까웠지만 가격은 4불로 아마 양곤에서 가장 싼 게스트하우스였고, 무엇보다도 주인이 무척 친절했다. 나중에 내가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양곤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보고는 기억할 정도였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바로 앞에 있던 술레 파고다로 향했다.
술레 파고다의 입구 앞으로 가보니 끝에 종이가 달려 있던 막대기를 바닥에 두드리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그 맞은 편에 앉아 있었던 여자도 역시 나를 보며 이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유심히 살펴 봤는데 알고보니 내 슬리퍼를 자신의 쪽으로 맡기라는 것이었다.
이 장면이 무척이나 웃겼다. 내가 머뭇 거리니 아주머니가 바닥을 두드리며 어서 오라고 하고, 이에 질새랴 반대쪽 아주머니도 웃으면서 이 쪽으로 오라고 나무 막대기로 바닥을 탁탁 쳤다. 내가 이쪽 저쪽 움직이다가 웃으면서 가방에 있던 비닐봉지를 하나 꺼내 이곳에다가 슬리퍼를 담겠다고 했다. 신발을 공짜로 맡겨줄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술레 파고다에 들어가자마자 어디선가 나타난 여자가 나에게 입장료는 냈냐고 물어보더니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술레 파고다 역시 외국인 입장료가 있기 때문에 나는 작은 테이블 위에 있던 다른 여자에게 3달러를 냈다. 그러면서 살며시 웃으면서 이거 너무 비싼거 아니냐며 불평을 했다. 2명의 여자들은 한 목소리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을 뿐이다.
입장료를 낸 뒤에 둘러 보는데 술레 파고다는 내 생각보다 규모가 무척 작았다. 아마 지난 밤에 본 쉐다공 파고다의 웅장한 모습과 비교한다면 이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불탑의 의미를 크기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혼자서 한 바퀴, 두 바퀴를 돌아보고 있을 때 아까 입장료를 받았던 여자 2명이 나에게 왔다.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역시나 현지에서 인기가 무척 높았던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내 가방은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다. 태국에서 샀던 보라색 가방의 가격도 물어보더니 무척 괜찮아 보인다고 얘기를 했다.
자연스럽게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아까 전에 냈던 3달러는 대부분 술레 파고다를 위해 황금을 사거나, 보석을 산다고 했다. 그러니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우리만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이 좀 억울하기는 한데 미얀마인들에게는 그 돈을 다시 파고다에 쓰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돈에도 민감했던 나는 그제서야 수긍을 하면서 알았다고 했다.
나보다는 약 10살 정도 많았던 이들은 자매였다. 두 자매는 나에게 술레 파고다의 가이드를 해줬다. 술레 파고다의 이곳 저곳을 안내 해주면서 여러 이야기를 해줬는데 술레 파고다를 이해하는데 무척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술레 파고다 역시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술레 파고다 내에서도 역시 맨발로 다녀야 한다. 내 사진도 찍어 주셨다.
그리고는 내 생년월일을 물어봤는데 내 동물은 호랑이라고 알려줬다. 미얀마에서는 이 생년월일이 무척 중요하게 인식되는데 사원 내에서도 자신의 동물에게 물을 붓거나 향을 피우게 된다. 나를 호랑이 앞으로 데려가더니 물을 부우면 된다고 알려줬다.
호랑이 머리에 차가운 물을 부웠다. 이게 미얀마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식인거 같았다.
술레 파고다 내에 작은 공간이 하나 더 있었는데 불교 사원이라고 보기에는 매우 독특한 조형물들이 있었다.
가이드북에서 읽었던게 기억이 나서 혹시 저게 낫이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알려줬다. 우리나라에도 민간 신앙이 있듯이 미얀마에서도 불교보다도 오래된 민간 신앙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데 이 신앙을 낫Nat이라고 한다. 낫은 복을 기원하는 대상이 아니라 원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기 때문에 해치지 말라고 달래는 신앙의 형태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낫의 모습은 조금 괴이하게 생기기도 했다.
나를 가이드 해줬던 여자는 주머니 속의 작은 책을 꺼내더니 내 생년월일을 보여주면서 내 상징물이 호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12월 26일은 내가 볼 줄 아는데 문제는 미얀마어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이해했다. 모든 미얀마 사람들은 생년월일만 알면 바로 자신의 동물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가이드를 해줬던 이 분은 혼자 여행을 하는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거리를 걷다가 인도계열도 조심하고, 선생님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절대 믿지 말라고 얘기 해줬다. 가이드도 해주고 너무나 친절했던 사람들 덕분에 미얀마에 대한 이미지가 무척 좋아졌다.
술레 파고다를 나선 뒤에 이번에는 보타떠웅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전히 시끄러웠던 소음으로 가득찬 양곤 시내를 천천히 거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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