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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잉은 잉와에서 무척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사가잉까지 가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사가잉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다리를 건너갔다. 멀리서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사가잉쪽의 흰색 파고다들이 보였는데 무척 신기하게 보였다. 파고다들의 색깔이 전부 흰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주 어설픈 그리스의 산토리니까지 연상될 정도였다. 


다리는 꽤 길었는데 내가 탔던 오토바이는 아주 시원스럽게 달렸다. 사실 사가잉이라는 도시도 그리 크다고 여겨지지 않은 작은 곳이었는데 어차피 내가 가려던 지역은 단순히 사가잉 힐Sagaing Hill이었다. 만달레이 주변 도시를 둘러보는데 여러 도시를 거치지만 사가잉은 사가잉 힐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어 보였다. 


오토바이는 마을을 비집고 들어가더니 이내 사가잉 힐 입구에 도착했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나에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라는 식으로 바디랭귀지를 했다. 원래 사가잉 힐은 오토바이나 차량으로도 올라갈 수 있지만 나는 걸어가는 것을 택했다. 이런 것을 가리켜 대부분 고생을 사서한다고 말한다. 


사가잉 힐을 오르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계단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오르는데 꽤 오랜 시간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주변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어느 누구도 없어 나 혼자서 쓸쓸히 올라가야 했다. 이렇게 혼자 여행을 하다보면 세상에는 나 혼자 이렇게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사가잉 힐을 오르는 도중에는 이렇게 미얀마어가 적혀 있는데 무슨 의미로 여기에 적어 놨는지는 당연히 알 수도 없었다. 벽에 꾸준히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불교관련 글귀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을 할 뿐이었다. 


헥헥... 이거 얼마나 올라왔다고 벌써부터 숨을 거칠게 몰아 쉬었다. 바간에서 자전거를 탈 때에 비하면 사가잉 힐 올라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긴 했지만 날씨도 덥고, 계단도 생각보다 많아서 지치긴 지쳤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강렬한 햇빛을 가려주는 지붕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올라가는 중간에도 이런 흰색 파고다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어째서 이런 흰색의 파고다를 세웠는지 참 신기했다. 대부분의 파고다들은 번쩍거리는 금빛으로 도배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물론 정상에 올라가니 거대한 황금빛 불탑이 나타나기는 했다. 드디어 사가잉 힐의 정상에 올라온 것이다. 나는 입구 앞에다가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는 안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입구 앞에서 콜라를 마시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방금 전 잉와에서 콜라를 먹고 왔다고 말을 하니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했다. 


사가잉 힐의 전망은 정말 멋졌다. 멀리 사가잉다리가 펼쳐져 있었고 그 앞 여기저기에서는 흰색 파고다들이 솟아 있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물론 바간의 웅장함에 비하면 사가잉의 모습은 조금 빈약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사가잉 나름대로 하얀색 파고다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만 내가 사가잉 힐에 올랐을 때는 햇빛이 매우 강렬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사가잉 힐의 내부 특히 천장에는 특이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미얀마 사람들의 생활 모습인지 불교에 관련된 것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보였다. 


다양한 부처상도 빠질 수 없었다. 


한쪽에는 미얀마 군부 실세들이 이곳을 방문했었는지 기념 사진을 찍어 걸어놨다. 군부세력에 대한 말은 많지만 여러 호불호가 갈린다. 비록 군부세력이 미얀마의 폐쇄성을 막아 경제적으로 낙후시킨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독재정권의 나라에 비하면 대단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주세력이라고 불리는 아웅산 수치 여사도 그닥 민주주의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여러 이유로 미얀마는 앞으로도 군부세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아니? 여기에 왜 토끼가 있지? 황금 토끼의 모습이 무척 귀엽고 웃겼다. 


거대한 부처상이 여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은 간단히 설명하기 힘들정도로 대단했다. 


나는 사가잉 힐에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했다. 넓게 펼쳐진 이곳에서 하얀 불탑들이 왠지 모르게 잘 어울려 보였다. 밑에서 기다리는 오토바이 아저씨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그냥 주변을 거닐면서 바람도 쐬고 경치도 구경했다. 

그 때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래로 내려다 보니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이 아닌 청설모였다. 10마리가 넘는 청설모들이 이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사가잉힐 구경하는 것을 그만두고 청설모 구경에 열을 올렸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청설모들이 귀엽기만 했다. 


뒤쪽으로 가보니 차가 올라오는 길이 있었다. 아마 여기가 차량으로 올라올 수 있는 길인가 보다.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힘들게 걸어 올라오는 것보다는 확실히 쉬울거 같았다. 


여기에도 독특한 기부함이 있었는데 돈을 꼬깃꼬깃 접어서 저 안에 던지는 형태였다. 창살 덕분에 제대로 집어 넣기는 힘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번번히 실패하곤 했다. 


그리스 산토리니가 연상될 정도로 하얀색 파고다로 가득했던 사가잉 힐을 이제는 천천히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