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레이 여행은 사실 만달레이 중심지보다도 주변 도시를 둘러보는 것이라고 말하는게 더 정확하다. 만달레이 주변에 있던 잉와, 사가잉, 아마라뿌라, 밍군 등의 도시를 둘러보는게 만달레이 여행의 핵심인데 대부분은 택시를 빌려서 가거나 아니면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움직인다. 나는 오전부터 이 오토바이 아저씨와 함께 이 만달레이를 비롯해서 잉와, 사가잉, 아마라뿌라를 돌아다니기로 했던 것이다.
시골 마을길을 막 벗어나고 있는데 도로를 만들고 있는지 사람들이 돌을 모아 깔고 있었다. 뭔가 상당히 비효율적인 작업이라고 느껴졌다.
한 20분을 달려 드디어 잉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오토바이 아저씨는 여기에서 배를 타고 잉와로 건너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물어봤는데 가능하지만 굉장히 멀어서 무척 오래 걸린다고 했다. 괜히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아서 억울하기도 하고, 이 짧은 강을 건너는데 1000짯이나 내야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잉와에 들어가서도 돌아다니려면 마차를 이용해야 한다고 하니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고민끝에 잉와로 건너는 배에 올라타기로 했다. 왕복 티켓을 끊어주는 아저씨에게 혼자 마차를 이용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크다고 얘기하니 마침 배에 탔던 여행자가 있다면서 같이 이용할 수 있을거라 얘기했다. 나와 같이 배에 탔던 여행자는 2명이 있었는데 내가 같이 마차를 이용할 수 있냐고 물으니 흔쾌히 응했다.
이 배는 단순이 이 강을 오고 가는게 전부였던 교통수단이었다. 당연히 외국인이니 이렇게 비싸게 받는 것이라 생각되었고, 그게 이 사람들의 주수입원일 것이다. 강을 건너는 동안 함께 마차를 타고 돌아다니기로 합의를 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스위스 친구들이었다. 마차가 얼마냐는 물음에 내가 5000짯으로 들었다고 하니 1인당 2000짯씩만 내도 충분할거라 계산했다.
단순히 강만 건너는 수준이었으니 당연히 금방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길가로 올라서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마차들이 줄을 지어 있었는데 가격을 물어보니 7500짯을 부르는 것이었다. 너무 어이없이 비싸서 5000짯이라고 하니 너무나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완전 꼬마 아이처럼 보이는 녀석이 우리에게 달라붙어서 그렇게 설명을 했는데 스위스 친구들과 나는 죽이 잘 맞았는지 "그래? 그렇다면 우리는 걸어가지 뭐..." 라고 했다.
우리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계속 따라오면서 여기는 도저히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니 꼭 마차를 타야한다며 집요하게 설득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5000짯이 아니면 타지 않겠다고 했다.
"좋아. 5000짯에 해주지." 이렇게 말하는 꼬마녀석이 매니저인가 보다.
"3명에 5000짯?"
"아니. 2명에 5000짯!" 이녀석 아주 질길 정도로 깎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협상에 능한 녀석이었다.
"우리는 3명에 5000짯이 아니라면 탈 생각이 없어. 그냥 잉와쯤이야 걸어다녀 보면 되지."
이렇게까지 우리가 완강하게 나오자 꼬마는 나무 위에 걸려있던 팻말을 가리켰는데 거기에는 '2명에 5000짯'이라고 적혀있었던 것이다. 아예 흥정을 못하도록 일정의 가격을 정해버린 것이었다. 우리는 7500짯이나 내고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걸었다. 꼬마도 너네 마음대로 하라며 우리에게 말하더니 관심을 끊은듯 했다. 하지만 우리가 길을 벗어나 우측으로 사라질 때 뒤에서 "좋아 좋다고! 3명에 5000짯으로 해줄게!" 라고 외치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마차에 올라타고 잉와에 돌아보게 되었다. 따가닥~ 따가닥~ 소리에 맞춰서 몸은 덩실덩실 움직여야 했다. 이미 바간에서 마차를 타고 돌아다녀 본 적이 있어서 그렇게까지 신기하지는 않았다. 마차를 빌려 타고 다니면 3군데 잉와의 유적지를 둘러보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형태였다.
잉와는 정말 시골 마을이었다. 이런 곳에 과거의 왕국이 있었다는게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사실 잉와는 과거 북쪽에 있었던 잉와 왕조의 수도였다. 하지만 망한 뒤 계속 폐허로 남아있어 잊혀진 도시로 기억되어 버렸다.
마차는 어느 유적지에서 멈춰섰다. 내가 가지고 있던 가이드북에는 나와 있지 않았던 곳으로 이름도 알 수 없었던 곳이었다.
잉와에서는 이렇게 마차를 타고 둘러보고 있었던 여행자들을 몇 명 볼 수 있었다.
이런 불탑과 부처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내가 주변 사람에게 이곳의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YADANASEME'라고 알려줬다. 사실 여기는 특별히 볼만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저 한 바퀴 돌아보고는 밖으로 나왔다.
잉와에서도 역시 주요 관광지 앞에는 뭔가를 팔고 있었는데 사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마차에 올라타고 폼을 잡아보던 스위스 친구들과 함께 잉와에 돌아봤는데 이들의 성격이 무척 유쾌해서 그런지 몰라도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혼자했던 배낭여행이었지만 항상 이렇게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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