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의 궁전(Taman Sari)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냥 발길 가는데로 가다보니 정작 내가 물의 궁전으로 잘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걷다가 목이 말라서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물 한병을 구입해서 벌컥벌컥 마신 후 또 걸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당시 적어 놓은 메모에는 물의 궁전을 가는 도중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누군지 모르겠다.)
물의 궁전으로 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 모르는 채로 걷고 있으면 항상 베짝 아저씨들이 접근해 온다. 술탄 왕궁을 가고 싶으면 내 베짝을 타라면서 말이다. 족자카르타에는 이렇게 영업 중인 베짝이 너무 많다. 한 블럭을 지날 때마다 베짝 아저씨 두세 사람을 만나니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아무튼 이상한 곳에 도착했다. 지도를 봐도 도로명이 잘 나온 것이 아니니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기란 어려웠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의 궁전의 위치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접근했다. 물의 궁전을 찾냐는 물음과 함께 나는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이 아저씨는 가이드를 해준답시고, 돈을 요구할 것이라고 느꼈다. 안내는 괜찮다고 수십 번을 얘기하고 나서야 그 아저씨는 그냥 가는 길을 알려줬다. 그것도 지름길이라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로 들어가는 길로 보여서 반신반의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물의 궁전이라고 정확하게 이정표가 있었다. 좀 신기했다. 물의 궁전처럼 유명한 관광지라면 커다란 건물이 떡하니 보일 줄 알았는데 정말 이 길로 가면 물의 궁전이 나올까?
걷는 동안 나는 물의 궁전으로 갈 수 있는지 계속 의심을 했다.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길을 따라 집이 있는데 지나가는 와중에 바로 옆에 있는 가정집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였다.
빨래도 걸려 있고, TV를 보는 가족들도 보인다. 가끔 훌러덩 벗은 아저씨가 집안에서 나오면서 나를 빤히 쳐다볼 때는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물의 궁전을 찾아 갈 뿐인데 괜히 민망했다.
좁은 길을 벗어나자마자 유적지처럼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여기가 물의 궁전일까 싶어서 근처에 있던 여행자에게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보이지도 않은 먼 곳을 가리켰다. 일단 물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물의 궁전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어떤 유적지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밖으로 나갔다. 어쩌면 이곳은 유적지라기 보다 아이들의 놀이터일지도 모른다.
바로 옆에서는 무언가 팔고 있는 아저씨, 그 앞에서는 기다리는 꼬마가 보였다. 막대기에서 쭈욱 늘어나는 그것은 꼭 엿처럼 보였다.
마치 비밀통로처럼 생긴 어두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또 다른 마을이 등장했다. 근데 여기 마을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초록빛 나무나 화단이 주택과 어우러져 있는데 한눈에 봐도 오래된 동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이 참 예쁘다. 관광객이 마을을 침범하는 누를 범하는 셈이지만 물의 궁전은 이 마을을 거쳐야 갈 수 있었다. 꼭 물의 궁전이 아니더라도 예쁜 마을을 걷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매력적인 거리였다.
물의 궁전은 앞문과 이 마을을 거쳐가는 뒷문이 있는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뒷문으로 통하면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원래 입장료는 없는데 앞에서 가이드를 빙자한 사람들이 요금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뒤쪽의 계단을 통해서 물의 궁전으로 들어가면 입장료는 없다.
어렵게 찾아오기는 했지만 결국 아름다운 물의 궁전, 타만사리(Taman Sari)에 도착했다. 타만사리의 뜻은 아름다운 정원, 혹은 꽃의 정원이라고 불린다. 뭐가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정원은 근처에 있는 호수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고, 꽃의 정원은 왕(술탄)이 이곳에 놀고 있는 후궁에게 꽃을 떨어뜨려 왕비를 맞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목욕을 하며 후궁들과 놀았던 왕을 생각하면 이곳이 아름다움을 넘어 상당히 요염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상상이 가는가? 목욕을 하는 후궁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왕을 위한 장소가 바로 물의 궁전이었던 것이다.
후궁들이 목욕했다는 것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물의 궁전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볼만했다.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분수는 없었지만 바닥이 보이는 초록빛깔의 물이 궁전을 제법 아름답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물의 궁전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에 참 좋았다.
마침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인니 사람을 보게 되었는데 참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나도 옆에서 찍자 내 카메라를 보며 마치 구걸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나와 주변 사람들은 폭소가 터졌다.
물의 궁전을 구석구석 살펴본 후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물의 궁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 나온다. 근데 이 나무 계단이 너무 불안했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는 둘째치고, 대충 만든 흔적이 느껴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괜한 염려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계단의 안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니 특별한 것은 전혀 없었고, 창가쪽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반갑게 맞이하며 몇 마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부끄러운지 웃으면서 얼굴을 가렸다.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내 행동에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좁은 틈 사이로 펼쳐진 물의 궁전을 바라봤다. 카메라의 좁은 화각으로 담을 수 없었던 물의 궁전이 여기에서는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아름다웠다. 어쩌면 왕은 여기에 올라 묘한 미소를 지은 채 후궁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다시 나는 삐거덕 소리를 내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물의 궁전 앞에서 공예를 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비록 목욕하는 후궁들을 더이상 구경할 수 없지만 원래 물의 궁전의 뜻처럼 참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기대했던 술탄 왕궁(크라톤)보다 볼만했고, 사진 찍기에도 더 좋았다.
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냥 발길 가는데로 가다보니 정작 내가 물의 궁전으로 잘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걷다가 목이 말라서 작은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물 한병을 구입해서 벌컥벌컥 마신 후 또 걸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당시 적어 놓은 메모에는 물의 궁전을 가는 도중 친절한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누군지 모르겠다.)
물의 궁전으로 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 모르는 채로 걷고 있으면 항상 베짝 아저씨들이 접근해 온다. 술탄 왕궁을 가고 싶으면 내 베짝을 타라면서 말이다. 족자카르타에는 이렇게 영업 중인 베짝이 너무 많다. 한 블럭을 지날 때마다 베짝 아저씨 두세 사람을 만나니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아무튼 이상한 곳에 도착했다. 지도를 봐도 도로명이 잘 나온 것이 아니니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기란 어려웠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의 궁전의 위치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때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접근했다. 물의 궁전을 찾냐는 물음과 함께 나는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이 아저씨는 가이드를 해준답시고, 돈을 요구할 것이라고 느꼈다. 안내는 괜찮다고 수십 번을 얘기하고 나서야 그 아저씨는 그냥 가는 길을 알려줬다. 그것도 지름길이라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동네로 들어가는 길로 보여서 반신반의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물의 궁전이라고 정확하게 이정표가 있었다. 좀 신기했다. 물의 궁전처럼 유명한 관광지라면 커다란 건물이 떡하니 보일 줄 알았는데 정말 이 길로 가면 물의 궁전이 나올까?
걷는 동안 나는 물의 궁전으로 갈 수 있는지 계속 의심을 했다. 한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길을 따라 집이 있는데 지나가는 와중에 바로 옆에 있는 가정집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였다.
빨래도 걸려 있고, TV를 보는 가족들도 보인다. 가끔 훌러덩 벗은 아저씨가 집안에서 나오면서 나를 빤히 쳐다볼 때는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물의 궁전을 찾아 갈 뿐인데 괜히 민망했다.
좁은 길을 벗어나자마자 유적지처럼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여기가 물의 궁전일까 싶어서 근처에 있던 여행자에게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보이지도 않은 먼 곳을 가리켰다. 일단 물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아 물의 궁전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어떤 유적지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밖으로 나갔다. 어쩌면 이곳은 유적지라기 보다 아이들의 놀이터일지도 모른다.
바로 옆에서는 무언가 팔고 있는 아저씨, 그 앞에서는 기다리는 꼬마가 보였다. 막대기에서 쭈욱 늘어나는 그것은 꼭 엿처럼 보였다.
마치 비밀통로처럼 생긴 어두운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또 다른 마을이 등장했다. 근데 여기 마을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초록빛 나무나 화단이 주택과 어우러져 있는데 한눈에 봐도 오래된 동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을이 참 예쁘다. 관광객이 마을을 침범하는 누를 범하는 셈이지만 물의 궁전은 이 마을을 거쳐야 갈 수 있었다. 꼭 물의 궁전이 아니더라도 예쁜 마을을 걷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매력적인 거리였다.
물의 궁전은 앞문과 이 마을을 거쳐가는 뒷문이 있는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뒷문으로 통하면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원래 입장료는 없는데 앞에서 가이드를 빙자한 사람들이 요금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뒤쪽의 계단을 통해서 물의 궁전으로 들어가면 입장료는 없다.
어렵게 찾아오기는 했지만 결국 아름다운 물의 궁전, 타만사리(Taman Sari)에 도착했다. 타만사리의 뜻은 아름다운 정원, 혹은 꽃의 정원이라고 불린다. 뭐가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정원은 근처에 있는 호수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고, 꽃의 정원은 왕(술탄)이 이곳에 놀고 있는 후궁에게 꽃을 떨어뜨려 왕비를 맞았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목욕을 하며 후궁들과 놀았던 왕을 생각하면 이곳이 아름다움을 넘어 상당히 요염한 장소처럼 느껴진다. 상상이 가는가? 목욕을 하는 후궁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왕을 위한 장소가 바로 물의 궁전이었던 것이다.
후궁들이 목욕했다는 것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물의 궁전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볼만했다.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분수는 없었지만 바닥이 보이는 초록빛깔의 물이 궁전을 제법 아름답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물의 궁전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에 참 좋았다.
마침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인니 사람을 보게 되었는데 참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나도 옆에서 찍자 내 카메라를 보며 마치 구걸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나와 주변 사람들은 폭소가 터졌다.
물의 궁전을 구석구석 살펴본 후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물의 궁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 나온다. 근데 이 나무 계단이 너무 불안했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는 둘째치고, 대충 만든 흔적이 느껴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괜한 염려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계단의 안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며 위로 올라갔다.
위로 올라가니 특별한 것은 전혀 없었고, 창가쪽에는 학생들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반갑게 맞이하며 몇 마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자 부끄러운지 웃으면서 얼굴을 가렸다.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도 내 행동에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좁은 틈 사이로 펼쳐진 물의 궁전을 바라봤다. 카메라의 좁은 화각으로 담을 수 없었던 물의 궁전이 여기에서는 제대로 담을 수 있었다. 아름다웠다. 어쩌면 왕은 여기에 올라 묘한 미소를 지은 채 후궁들의 목욕하는 모습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다시 나는 삐거덕 소리를 내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물의 궁전 앞에서 공예를 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비록 목욕하는 후궁들을 더이상 구경할 수 없지만 원래 물의 궁전의 뜻처럼 참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기대했던 술탄 왕궁(크라톤)보다 볼만했고, 사진 찍기에도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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