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휴일의 햇살이 너무도 따사로워 보였다. 마침 대전에 내려온 이후로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 산책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대전에 내려올 때마다 보고 싶었던 엑스포 다리의 야경이 떠올라 무작정 갑천으로 향했다.
갑천은 대전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줄기이지만 깊이는 생각보다 훨씬 얕다. 예전부터 갑천은 대전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대전광역시나 유성구에서 사업을 추진해서 그런지 미관이 훨씬 더 좋아졌다. 풍경이나 시설만 놓고 본다면 여의도 한강 공원 못지 않다.
군대에 가기 전에 난 친구와 함께 갑천에 달리기를 한 적이 있어서 엑스포 다리까지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있다. 이미 몇 년 전에도 바닥에 구간별로 거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는 유성구청에서부터 둔산대교까지는 약 2.3km였고, 엑스포 다리까지는 약 3.2km였다. 먼 거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걷는데 아주 짧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사실 밖이 따뜻해 보여서 나갔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강바람도 맞으니 추위에 몸이 저절로 움츠려 들었다. 아직까지는 산책하기에 마냥 좋은 날씨는 아닌 것 같다. 봄은 왜 이렇게 늦게 찾아오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역시 과학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갑천의 가로등도 뭔가 범상치 않다. 100%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가로등의 불을 켜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제부턴가 갑천에서 돌아가는 프로펠러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갑천 조경사업의 일환으로 몇 개의 다리가 놓였는데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는 다리는 물론이고, 예전처럼 돌다리를 건널 수 있는 곳도 몇 개 있다. 내가 어렸을 때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놓여져 있는 돌다리를 건넜던 추억도 있는데 이제는 그 추억을 간직하면서도 안전하게 건너게끔 만든 것이다.
이날 춥다는 것 말고도 날씨가 그리 좋지 않긴 않았나 보다. 뒤를 돌아 보니 안개처럼 뿌연 게 건물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사진 찍기에 참 안 좋은 날이었던 것 같다.
예상은 했지만 엑스포 다리까지는 꽤 멀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은 채 한참을 걸어간 끝에 둔산대교를 지나 드디어 엑스포 다리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엑스포 다리는 당시 남문의 입구 쪽에 위치한 다리로 한빛탑과 더불어 엑스포의 상징과도 같았다. 밤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아치에 야경도 들어오고, 이 뒤로는 불꽃도 엄청나게 쏘아 올려서 장관을 이뤘었다.
가까이 가보니 엑스포 다리를 관람하라고 만들어 놓은 별도의 공간도 보였다. 아마 여기에서 야경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근데 눈앞에서 엑스포 다리를 보니 뭔가 초라했다. 다리는 심심했고, 갑천은 겨울이라 그런지 메말라 있었던 것이다.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너무 황량했다.
일단 엑스포 다리까지 왔으니 야경은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엑스포 다리 위로 올라가 주변을 더 걸었다. 엑스포 다리 입구에는 야경 사업을 진행했던 내역과 언제 야경이 들어오는지 시간도 적혀있었다. 3월이니까 7시에 점등이라니!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다. 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버티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늦게 점등이 되는 것 같다. 엑스포 다리에서 둔산대교 방면으로 쳐다보니 해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근데 풍경이 좀 심심했다.
앞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엑스포라도 둘러보고자 들어갔다. 예전과는 달리 입장료도 없었는데 아무리 저녁 시간이고, 엑스포를 구경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너무 썰렁했다. 꼬꼬마 시절에 엑스포를 구경하기 위해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관람을 했던 여러 전시장은 이제 흉물처럼 변해버렸다. 게다가 엑스포 재창조 사업을 하기 위해서인지 휴관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전시관을 바꿔 이제 내가 기억하는 엑스포는 없었다.
엑스포 과학공원 옆에 있는 꿈돌이 동산도 마찬가지였다. 겨울이니 놀이동산에 사람이 없는 것은 이해를 하겠지만 너무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저 몇몇 사람이 즐기는 동네 놀이터처럼 보였다. 초라해진 엑스포를 보니 많이 아쉽고, 그리웠다.
지금의 엑스포는 관리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다양한 볼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무척 크다. 아마 나중에 들어설 롯데월드나 엑스포 재창조 사업으로 다시 관심을 받게 되면 더 좋아지려나 모르겠다. 그때는 지하철 2호선도 개통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워질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엑스포 다리 야경을 보러 이동했다. 추운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기다리는데 문득 7시에 점등이 과연 될까 의심을 했다. 그만큼 불안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7시가 되자 엑스포 다리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야경이 심심했다. 완전히 들어와야 할 불이 군데군데 전구가 나간 것처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계속 기다렸는데도 그대로다. 환상적인 엑스포 다리의 야경은 어디로 가고, 내 눈앞에는 밋밋하고 초라한 다리만 있었다.
예전부터 에너지절약을 한다고 엑스포 다리 점등을 안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설마 그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가 되지 않아 고장이 난 것이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실망이었다. 대전의 8대 명소라고 소개할 만큼 자랑하면서 이런 야경이라니 실망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난 추운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담았다. 삼각대도 없으니 주변에 있던 기둥을 이용해 겨우 찍었지만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항상 여행을 하면서 느끼지만 지자체는 축제처럼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쏟아 붓지 말고 이런데 돈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평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꾸며 놓는 것이 중요한데 항상 정부나 지자체는 되지도 않는 축제에 너무 열중한다.
엑스포 다리만 해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큰 돈을 들여서 조경사업을 했으면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전을 한다든지, 카페를 운영한다든지, 남문에 광장을 이용해서 데이트 코스를 만드는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뭐 하나 창의적이지 않다. 어쩌면 도시의 미관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요소인데 활용을 참 못하는 것 같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지만 관광객들로 항상 가득한 싱가폴의 머라이언 파크가 떠오른다.
갑천은 대전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줄기이지만 깊이는 생각보다 훨씬 얕다. 예전부터 갑천은 대전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대전광역시나 유성구에서 사업을 추진해서 그런지 미관이 훨씬 더 좋아졌다. 풍경이나 시설만 놓고 본다면 여의도 한강 공원 못지 않다.
군대에 가기 전에 난 친구와 함께 갑천에 달리기를 한 적이 있어서 엑스포 다리까지 거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있다. 이미 몇 년 전에도 바닥에 구간별로 거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는 유성구청에서부터 둔산대교까지는 약 2.3km였고, 엑스포 다리까지는 약 3.2km였다. 먼 거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걷는데 아주 짧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사실 밖이 따뜻해 보여서 나갔는데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강바람도 맞으니 추위에 몸이 저절로 움츠려 들었다. 아직까지는 산책하기에 마냥 좋은 날씨는 아닌 것 같다. 봄은 왜 이렇게 늦게 찾아오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역시 과학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갑천의 가로등도 뭔가 범상치 않다. 100%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가로등의 불을 켜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언제부턴가 갑천에서 돌아가는 프로펠러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갑천 조경사업의 일환으로 몇 개의 다리가 놓였는데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는 다리는 물론이고, 예전처럼 돌다리를 건널 수 있는 곳도 몇 개 있다. 내가 어렸을 때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놓여져 있는 돌다리를 건넜던 추억도 있는데 이제는 그 추억을 간직하면서도 안전하게 건너게끔 만든 것이다.
이날 춥다는 것 말고도 날씨가 그리 좋지 않긴 않았나 보다. 뒤를 돌아 보니 안개처럼 뿌연 게 건물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사진 찍기에 참 안 좋은 날이었던 것 같다.
예상은 했지만 엑스포 다리까지는 꽤 멀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은 채 한참을 걸어간 끝에 둔산대교를 지나 드디어 엑스포 다리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엑스포 다리는 당시 남문의 입구 쪽에 위치한 다리로 한빛탑과 더불어 엑스포의 상징과도 같았다. 밤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아치에 야경도 들어오고, 이 뒤로는 불꽃도 엄청나게 쏘아 올려서 장관을 이뤘었다.
가까이 가보니 엑스포 다리를 관람하라고 만들어 놓은 별도의 공간도 보였다. 아마 여기에서 야경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근데 눈앞에서 엑스포 다리를 보니 뭔가 초라했다. 다리는 심심했고, 갑천은 겨울이라 그런지 메말라 있었던 것이다. 차가운 날씨만큼이나 너무 황량했다.
일단 엑스포 다리까지 왔으니 야경은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엑스포 다리 위로 올라가 주변을 더 걸었다. 엑스포 다리 입구에는 야경 사업을 진행했던 내역과 언제 야경이 들어오는지 시간도 적혀있었다. 3월이니까 7시에 점등이라니! 아직 1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다. 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버티기엔 너무나 힘들었다.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늦게 점등이 되는 것 같다. 엑스포 다리에서 둔산대교 방면으로 쳐다보니 해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근데 풍경이 좀 심심했다.
앞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엑스포라도 둘러보고자 들어갔다. 예전과는 달리 입장료도 없었는데 아무리 저녁 시간이고, 엑스포를 구경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너무 썰렁했다. 꼬꼬마 시절에 엑스포를 구경하기 위해서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관람을 했던 여러 전시장은 이제 흉물처럼 변해버렸다. 게다가 엑스포 재창조 사업을 하기 위해서인지 휴관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전시관을 바꿔 이제 내가 기억하는 엑스포는 없었다.
엑스포 과학공원 옆에 있는 꿈돌이 동산도 마찬가지였다. 겨울이니 놀이동산에 사람이 없는 것은 이해를 하겠지만 너무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저 몇몇 사람이 즐기는 동네 놀이터처럼 보였다. 초라해진 엑스포를 보니 많이 아쉽고, 그리웠다.
지금의 엑스포는 관리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다양한 볼거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무척 크다. 아마 나중에 들어설 롯데월드나 엑스포 재창조 사업으로 다시 관심을 받게 되면 더 좋아지려나 모르겠다. 그때는 지하철 2호선도 개통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워질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엑스포 다리 야경을 보러 이동했다. 추운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기다리는데 문득 7시에 점등이 과연 될까 의심을 했다. 그만큼 불안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7시가 되자 엑스포 다리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야경이 심심했다. 완전히 들어와야 할 불이 군데군데 전구가 나간 것처럼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계속 기다렸는데도 그대로다. 환상적인 엑스포 다리의 야경은 어디로 가고, 내 눈앞에는 밋밋하고 초라한 다리만 있었다.
예전부터 에너지절약을 한다고 엑스포 다리 점등을 안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설마 그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가 되지 않아 고장이 난 것이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실망이었다. 대전의 8대 명소라고 소개할 만큼 자랑하면서 이런 야경이라니 실망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난 추운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담았다. 삼각대도 없으니 주변에 있던 기둥을 이용해 겨우 찍었지만 영 만족스럽지 않았다.
항상 여행을 하면서 느끼지만 지자체는 축제처럼 쓸데 없는 곳에 돈을 쏟아 붓지 말고 이런데 돈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평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꾸며 놓는 것이 중요한데 항상 정부나 지자체는 되지도 않는 축제에 너무 열중한다.
엑스포 다리만 해도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큰 돈을 들여서 조경사업을 했으면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전을 한다든지, 카페를 운영한다든지, 남문에 광장을 이용해서 데이트 코스를 만드는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뭐 하나 창의적이지 않다. 어쩌면 도시의 미관을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요소인데 활용을 참 못하는 것 같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지만 관광객들로 항상 가득한 싱가폴의 머라이언 파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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