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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신기하게 다가오는 곳이 바로 신사였다. 아마도 신사가 특정 종교를 위한 장소도 아니기도 하고, 우리나라 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사는 일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데 대마도라고 예외가 아니다. 대마도 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와타즈미 신사였다. 이미 에보시타케 전망대를 보러 가기 전에 살짝 지나쳤던 곳이라 어떤 신사인지 기대가 됐다.

와타즈미 신사에 도달하기 전에 가이드님으로부터 약간의 설명을 들었는데 일본의 건국 신화와 연관이 있을 정도로 무척 신성시 되는 곳이라고 했다. 본토와는 떨어진 작은 섬 대마도에서 일본의 건국 신화가 숨어져 있다니 무척 흥미로웠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천신의 아들 히코호호테미노코토가 용왕의 딸인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와 만나 결혼을 하게 됐다. 3년 후 그녀는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출산 장면을 보지 말라는 부탁에도 남편이 보고 말았다. 화가 난 그녀는 아이를 버리고 용궁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 아이를 이모가 돌보게 된다. 나중에 성장한 아이는 이모와 결혼을 해서 아들을 낳게 되는데 그가 바로 일본의 초대 천황 진무 텐노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하늘의 자손과 바다의 자손이 만나 신성시되는 왕족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왕족이 있는 일본에서 당연히 와타즈미 신사는 신성시되는 장소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일본의 천황이 조상이라고 믿는 천신의 아들 히코호호테미노코토와 용왕의 딸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를 모시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왕족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와타즈미 신사를 방문한다고 한다. 나는 대마도는 물론 일본 건국 신화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척 흥미로웠다. 


우리는 와타즈미 신사의 정면이 아닌 뒤쪽부터 먼저 탐방했다. 여전히 날씨는 흐렸지만 빼곡하게 솟아 오른 나무 숲으로 들어가니 상쾌한 공기가 느껴져 무척 좋았다. 잠시 후 입구라는 표식이라도 하듯이 나무 사이에 우뚝 서 있는 녹색 도리이가 나타났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도리이지만 오랜 세월을 보낸 나무 사이에 있다 보니 신비감을 연출하기 충분했다. 이 도리이 앞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도리이 속으로 들어갔다. 하얀 조약돌을 밟으며 이 도리이를 지난다는 것은 신화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와타즈미 신사로 가기 전에 또 하나의 도리이가 보였다. 안에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는데 사실 여기가 바로 용왕의 딸인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의 묘다.


도리이 위쪽에는 새끼줄과 하얀 종이가 걸려 있었는데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의 무덤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커다란 바위에 글자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신화 속 인물이다 보니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여야 하는데 생각보다 좀 초라해 보인다. 돌무덤 앞에 있는 철제망이 있었는데 여기에 사람들이 돈을 넣어놨다. 신사에서 돈을 넣고, 소원을 비는 것처럼 여기에도 그런 모양이다. 근데 한국 관광객이 확실히 많아서 그런지 한국돈이 많았다. 이상하게 난 일본에서 신사를 가게 되면 돈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도 10엔을 살짝 넣어봤다.


뒤쪽에 높게 솟은 나무를 한참 바라보다가 신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일본의 신사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동전을 던지고, 커다란 방울이 달린 줄을 여러 번 흔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신사를 방문하는지 그리고 잠깐 기도를 할 때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그러고보니 난 저 방울 달린 줄은 왜 흔드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신사의 풍경이 재밌기만 하다.


신사의 한켠에는 소원을 적어 넣는 곳도 있는데 역시 한글로 적힌 것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신사와 크게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물론 일본의 1대 천황이 태어난 배경이 되는 곳인데 와타즈미 신사가 이렇게 간단한 구조일리가 없다. 신사를 나와서 살펴봐야 독특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데 그건 연속된 5개의 도리이다.


와타즈미 신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독특한 풍경이 바로 바다에 잠긴 도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물이 빠진 상태였다. 다른 시간에 갔다면 물에 잠긴 도리이를 볼 수 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신화에 걸맞는 아름다운 풍경은 쉽게 볼 수 없나 보다.

아무튼 도리이가 바다에 있는 이유는 바로 용궁에서부터 올라오는 길을 의미하한다고 보면 된다. 바다에서부터 세워진 도리이는 총 5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2개는 바다에 있고, 2개는 육지, 그리고 1개는 그 사이에 위치해 있다.


대마도를 여행하면 와타즈미 신사는 꼭 들리는 곳이지만 생각보다 숨어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일본의 건국 신화를 대마도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늘의 신과 바다의 신이 만난 곳이라고 하니 더욱 신비했던 장소같았다.

이 여행은 쓰시마시, 여행박사, 시그마 협찬과 도움으로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