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여행자
기분이 안 좋은 날이었다.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뭐든 안 되고, 뭐든 꼬이는 그런 날 말이다. 여행을 할 때는 절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사람은 어쩔 수 없나보다. 정말 별 것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아마 예레반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난 며칠 간 이란 비자를 받기 위해 몇 차례 시도를 해봤으나 결국 체류 기간 내에 비자 받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르메니아 비자를 연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이란을 갈 이유는 사실 없었다. 문제는 이란 비자만이 아니었다. 살짝 늘어진 이곳의 생활이 여행자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나보다. 어제는 카우치서퍼로부터 처음으로 거부 메시지를 받았는데, 내가 한국인이라 싫다는 거다. 예전에 한국인과 같이 일을 한 적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