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이르마
카우치서핑으로 여행을 시작하려던 나의 계획은 출발부터 무너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거의 10명에게 요청을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일부는 어렵다는 답장을 보내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답장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프로필에 요즘은 무척 바쁘다고 강조했던 이르마에게 호스트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친척이 집에 머물고 있어 어렵다고 했다. 대신 카카오톡으로 계속해서 연락을 하며, 나를 최대한 도와주려고 했다. 호스텔을 추천해주고, 다른 카우치서퍼와의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실 난 아주 오래전부터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면 이르마에게 카우치서핑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심심할 때마다 도시별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검색해보곤 했는데) 프로필을 봤을 때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구사할 줄 알고, 한국인을 호스트한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았다.
여행 첫날 이르마와 만나 블라디보스토크 중심부를 돌아다니고, 저녁을 먹었다. 원래는 다른 카우치서퍼도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애석하게도 ‘월요일’인 관계로 못 온다는 연락이 왔다. 이르마는 나에게 한국어로만 대화를 해보라며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시험해 보기도 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무척 즐거웠다. 온라인상으로는 살짝 까칠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카카오톡으로 계속 나의 위치를 파악했을 정도로 매우 친절했다. 정말 고마웠다.
이르마는 지역 내에서 카우치서퍼들의 모임도 무척 자주 하는 것 같다.
옵티멈 호스텔
여행 첫날부터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과 술을 마시며 늦은 새벽까지 놀았다. 비록 영어는 거의 안 통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사실 그건 아주 작은 문제였을 뿐이다. 우리에겐 구글 번역이 있었으니까. 요즘은 스마트폰이 있어서 굳이 글로 쓰고 번역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입에 대고 말만 하면 실시간 번역이 된다!
러시아 사람들이 이렇게 유쾌한 줄 몰랐다. 강인한 인상의 소유자도 어찌나 순박하던지. 주는 음식과 술을 넙죽넙죽 마셨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는데 여기서 이 친구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카우치서핑 호스트 해주는 친구를 만날 때 사진을 선물로 주려고 포토프린터를 준비해갔는데, 사진을 이 친구들 앞에서 뽑아주자 아주 환장을 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신기술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진 좀 더 뽑아달라고 애원하질 않나, 얼마면 되냐고(?) 나에게 종이를 들이 대기도 했다. 나를 조용히 밖으로 데려가서는 지갑에서 1,000루블을 꺼내 주려고 할 때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으나 친구한테 주는 거라 절대 돈을 받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여하튼 블라디보스토크의 첫날이자 세계여행의 첫날에는 이 친구들 꽐라되는 그 순간까지 침대로 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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