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제 독일로 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늦게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하니 어느새 11시가 되어버려 떠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됐다. 뮌헨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정하지도 않은 상황인데다가 부다페스트에서 너무 늦게 출발해 '개고생'했던 경험이 떠올라 결국 하루 더 머물게 되었다. 사실 프라하를 떠나면 물가가 비싸지는 독일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카우치서핑 호스트는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으니 결국 일찍 가도 돈을 더 쓰게 될 게 뻔했다.
다시 히치하이커로 돌아가기 위해 플젠과 뮌헨을 각각 체코어와 독일어로 썼다.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 난 히치하이킹을 하기 위해 호스텔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 트램을 타고 시내로 향했고, 다시 그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외곽으로 나갔다. 프라하에서 무려 9일이나 있었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없다. 게을러지기 시작했으니 떠나야만 했다.
D5 고속도로를 타기 위해 도시 끝까지 이동했다. 여기서 히치하이킹을 시도 10분 뒤 차가 한 대 멈췄다. 피터라고 소개했던 체코인은 멀리 가지는 않지만 더 좋은 히치포인트로 데려다 주겠다며 5km 뒤에 있는 주유소에서 내려줬다. 자신도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많이 해봤고, 몇 달전에도 다른 히치하이커를 태워줬을 때도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이 주유소에 내려줬다는 거다. 정말 짧았던 5분간의 만남이었지만 성격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심지어 내 연락처를 달라고 해서 받아갔다.
비록 5km만 이동했을 뿐인데 금방 히치하이킹을 성공해 괜찮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차가 많이 들어오지 않아 2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어느 아저씨의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안타깝지만 독일이 아닌, 플젠(Pilsen)까지만 간다고 했다. 몇 마디 나누다가 이름을 물어봤는데 피터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방금 전에 태워줬던 사람의 이름도 피터였다고 하니 체코인에게는 무척 흔한 이름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1시간 정도 달리니 플젠에 도착했다. 여기서 피터 아저씨는 플젠을 지나기 전에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나 때문에 플젠 근처에 있는 주유소까지 갔다. 플젠까지는 무사히 오긴 했으나 아직 뮌헨까지는 반도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었다.
다만 여기서 히치하이킹을 하려니 막막했다. 주유소로 들어오는 차가 여긴 더 없었던 것이다. 아마 25분 가량 기다리니 차가 한 대 멈춰섰다. 내가 뮌헨으로 간다고 하니까 뭐라고 대답했는데 지도를 확인해 보니 레겐스부르크(Regensburg)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딱 뮌헨으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렇게 난 3번째 차에 올라탔다.
나를 태워준 사람들은 독일인이 아니라 루마니아 사람들이었다. 차 안에는 기타와 나팔 소리가 주를 이루는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어떤 거리에서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12시 45분에 독일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1시 반쯤에 러겐스부르크에 도착했다.
나를 태워줬던 아저씨는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소세지와 빵을 억지로 주면서 먹으라고 했다. 입에 꾸역꾸역 넣으니 또 빵을 줬고, 다 먹으니 카스테라까지 줬다. 여기서 점심을 해결한 후 원래 40km를 더 간 뒤에 내려주려고 하다가 뮌헨(Munich) 표지판을 보더니 휴게소 앞도 괜찮겠냐고 물어봐서 내리게 되었다.
여러 차례 손을 흔들면서도 출발 직전에 경적을 울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행운을 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뮌헨까지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15분 정도 기다리다가 차가 너무 안 와서 도로 끝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걷기 시작한지 1분도 안 돼 멀리 차가 오길래 손을 들었더니 바로 멈췄다. 뮌헨으로 가는 차였다. 하긴 휴게소에서 이 방향으로 가는 차는 뮌헨으로 가는 게 당연하니 물어보나 마나였다.
이 차는 날 태우기 위해 좀 더 앞에 있는 공터에서 멈췄고, 난 기쁜 마음에 차가 있는 방향으로 뛰었다. 날 태운 차는 아우토반을 달리기 시작했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200km를 찍었다. 그렇게 난 4번의 히치하이킹 끝에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본 이상한 광경은 한 겨울에 운하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어딘지 몰라도 뮌헨이다. 헝가리나 체코나 3시 반만 되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 뮌헨은 해가 아직 떠있었다. 도시 분위기가 바뀐 것 이상으로 상당히 다른 날씨를 보며 여기가 독일에 왔음을 실감했다. 4개월 전 러시아를 여행할 때만 해도 서유럽까지 언제 가나 싶었는데 결국 오긴 왔다.
지하철을 타고 카우치서핑 호스트의 집으로 이동했는데 여기서 놀랐던 점은 지하철 타는 법을 물어보니까 영어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었다. 여태까지 만났던 외국인 중 모국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은 대부분 독일인이었기 때문이다. 고작 2명에게 물어봤기 때문에 다수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큰 어려움 없이 뮌헨에 도착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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