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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챙긴 뒤 페낭과 작별인사를 하고 버터워스로 향하는 배에 올라 탔다. 공짜배를 타고 버터워스로 향하는데 문득 말레이시아도 이제 적응을 다 했는데 또 새로운 적응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었다. 


버터워스 기차역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다. 버터워스 기차역에서는 우리처럼 태국으로 넘어가려는 외국인들이 꽤 많이 보였다.  버터워스에서 태국으로 향하는 기차는 14시 20분에 딱 한번 있었는데 다음날 9시 50분에 도착하기 때문에 거의 20시간이 걸리는 기차를 타는 셈이었다. 

이 기차를 예매할 때 특이한 사항은 윗칸과 아랫칸을 선택할 수 있는데 윗칸이 3링깃정도 더 쌌다. 싱가폴에서 타고 올 때는 위와 아래에 대한 구분이 없었는데 여기에는 고를 수 있기에 우리는 그냥 더 싼 윗칸으로 선택을 했다. 나중에야 왜 더 싼지 알게되었는데 윗칸이 잘 때 더 좁았고 아랫칸보다는 불편하다. 하지만 3링깃정도 아끼고싶다면 위도 나쁘지는 않았다. 


드디어 방콕으로 향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도 안녕!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이 기차에 몰려들었다. 새로운 나라 방콕으로 향하는 KTM에 올라탔다. 배낭여행자들의 중심지라 불리는 태국은 과연 어떤 곳일까? 이렇게 국경을 넘어갈 때 흥분되는 기분은 배낭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우연찮게 PMP보면서 찍은 사진인데 절묘하게도 자막이 나의 상황과 딱 맞다. '이것은 당신이 기다려온 것입니다' 라는 말은 내가 그렇게 기다려온 여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열차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깔끔했다. 에어컨도 나오고 밖에는 비가 오고 있어 은근히 춥다는것 빼고는 괜찮았다. 의자도 두 사람이 앉을 줄 알았지만 한사람만 앉아서 가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버터워스에서 방콕까지 가는 KTM은 싱가폴에서 넘어올 때의 기차와 구조가 틀렸고,  한 사람이 한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어 매우 넓었다. 출발할 때쯤 내 앞자리에 어느 아저씨가 앉았다. 자연스럽게 내 앞자리에 앉았던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싱가폴 국적을 가지고 있었던 중국계 사람이였다. 그리 깔끔해보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기차가 출발하면서 우리는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 아저씨는 아시아를 육로로만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즉, 육로아니면 배를 이용해 다니고 있는데 자신이 다녔던 여행 이야기를 하거나 그와 관련된 사진을 보여줬다.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시아의 물가, 라오스에서 팔던 이상한 생물을 비롯해서 심지어 한국의 군대와 싱가폴의 군대이야기까지 했다. 여기서까지 군대이야기가 나오다니 놀랍기만 했다. 

당시 나는 영어도 잘 못했는데 무려 2시간을 넘도록 지치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영어가 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면 이야기를 오래할 수 있고, 아무리 영어가 되도 5분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던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배낭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승우의 맞은 편에 앉으신 분은 말레이시아 사람으로 방콕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가족을 만나러 국경을 넘어가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신기하게 느껴졌다.

저녁이 되기 전 말레이시아 국경에 도착했다. 여권을 꺼내 입국심사대에 오르는 순간 출국카드를 달라는 것이었다. 순간 싱가폴에서 넘어올 때 입국카드와 출국카드를 써 놓기는 했지만 쓰지 않고 방치해놨던게 기억났다. 열차 안에 있다고 이야기를 한 뒤 들어가서 배낭을 풀어 깊숙한 곳에 넣어놨던 출입국카드를 찾아 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입국카드와 출국카드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던 탓에 아무렇게나 집어 넣어던 것이다. 

출국을 하자마자 곧바로 옆으로 이동해 태국 입국심사에 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바로 타국으로 향하는 입국심사 장면이었다. 양쪽 나라의 경찰들도 있고, 출국하자마자 곧바로 입국심사하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태국도 비자가 필요없는 국가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입국할 수 있었다.

열차에 타자마자 바로 뒤쪽에서 "한국 사람이시죠?" 라는 말이 들렸다. 놀랍게도 우리가 탔던 기차에 한국사람이 있던 것이었다. 깜짝 놀라서 보니 전혀 한국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머리는 풍성했고, 수염도 어느정도 길러서 일본 사람처럼 보였다. 알고보니 입국심사에서 한국말로 대화를 나눴던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고, 그걸 보고 한국 사람이라고 알아 본 것이었다. 

우리끼리는 싱가폴에서 중국으로 육로로만 올라가는 배낭여행도 특별하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는 더 대단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이때 만났던 철호형도 그런 부류였는데 이미 자전거로 중국을 여행하고 동남아로 내려온 상태였다. 그 당시 여행을 떠난지 5개월이 지난 상태였으니 우리가 한국 사람으로 알아보지 못한게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철호형과는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나중에 다시 보자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기차는 얼마나 달렸는지 이제 사방은 어두워진 상태라 밖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부터 승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좌석을 뜯어고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 이 기차를 탔을 때 침대칸인데 대체 침대는 어디있는지 궁금해 했는데 놀랍게도 현재 있는 좌석이 전부 2층 침대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일일히 수작업으로 해줬는데 아래 좌석은 붙이고 위에 숨어져 있던 침대를 펼치고 나면  하얀 천과 베개를 전부 깔아줬다.


전부 침대칸으로 변신 완료했는데 확실히 윗칸이 좁았고, 올라갈 때마다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데서나 잘 수 있는 나로서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렇게 청결해 보이던 이불도 줘서 그런지 그냥 다 괜찮았다. 조금씩 배가 고프다는걸 느끼긴 했지만 피곤했는지 저녁 8시정도에 잠이 들어버렸다. 기차는 내가 자는 동안에도 방콕을 향해 열차는 계속 덜커덩거리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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