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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여행하면서 깊게 잠든 적은 별로 없었다. 특히 이렇게 덜컹거리는 기차 속에서 쉽게 잠든다는게 불가능했는데 나는 수시로 깨면서 시간을 확인하고는 다시 잠이 들곤 했다. 

 
아침이 되자 또 직원이 와서 침대를 원상태로 만들어주고 갔다. 날은 밝아 이제 밖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여전히 기차는 달리고 있었다. 정말 국경을 넘어 태국에 와 있다는게 아직은 실감이 되지 않았다. 어제 저녁부터 계속 빵만 먹고 오늘 아침도 물만 먹은 탓인지 너무 배가 고팠다. 태국에 도착하면 뭔가 맛있는걸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방콕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우리는 어제 만난 철호형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5개월이 지났다는 여행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1년은 채울거라는 앞으로의 일정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일정을 말하자 철호형은 앞으로 갈 나라들에 대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기차에 있는 시간이 점점 지겨워질때 드디어 방콕에 도착했다. 많은 가옥이 어지럽게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좀 틀리다라는 느낌이었다. 기차 안에서 봐서 자세히 볼 수도 없었지만 기차가 지나다니는 주변은 꽤 낙후된 곳처럼 보였다.


드디어 방콕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온 기차는 처음 탔을 때보다 훨씬 길어져있었다. 언제 길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앞쪽에는 일반칸이었고 뒤쪽에는 말레이시아부터 왔던 침대칸이었다. 

항상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방콕도 역시 상당히 더웠고, 복잡한 도시였다. 우리는 우선 철호형을 따라 배낭여행자의 거리였던 카오산로드로 향하기로 했다. 배낭을 메고 더운 방콕 시내를 이곳저곳 걸었는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고, 아마 배가 고파서 그런지 더욱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방콕역에서부터 차이나타운을 거쳐 수상버스를 타는 곳으로 왔다. 


방콕에는 짜오프라야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 강에 수 많은 수상버스가 지나다니고 있었다. 태국을 오기 전에도 미리 글을 읽어봐서 알고 있었는데 첫날부터 수상버스를 타게 된 것이다. 수상버스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각기 다른색으로 표시되었다. 우리는 태국의 화폐인 밧Bat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철호형에게 약간 빌려서 나중에 갚기로 했다. 


수상버스에 오르자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꼬마아이는 재빨리 묶어뒀던 밧줄을 풀었다. 수상버스는 시끄러울 정도로 짜오프라야강으로 미끄러져 달려갔다. 수상버스를 타고 짜오프라야강을 이곳저곳 달리는 모습은 이전 나라들과는 또 다른 특별함이 느껴졌다. 같은 동남아시아였지만 나라를 넘어올 때마다 그 나라의 사는 모습은 전부 다르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잠시 후 우리는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카오산로드에 도착했다. 세계배낭여행자의 중심지라 불리는 태국의 카오산로드는 태국이 아니라 그냥 카오산이라고 불려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카오산에 도착하자마자 철호형과 헤어지고 곧바로 환전을 한 후 엘레나와 아르좀을 찾으러 갔다. 이미 우리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인 12시가 넘어버렸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우리는 민주기념탑으로 걸었는데 너무 배고프고 더운 날이라 짊어지고 있던 배낭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힘겹게 민주기념탑에 도착을 했는데, 엘레나와 아르좀이 보이지 않았다. 민주기념탑 주변을 돌아봤지만 보이지 않아 혹시 잘못되어서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10분정도 민주기념탑 주변을 돌고 있을 때 누군가 멀리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손을 흔들면서 소리를 질렀던 사람은 다름아닌 엘레나였다. 길을 건너 엘레나가 있는 곳으로 가니 맥도날드에 있었다며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에어컨때문에 너무 시원했다. 너무 배고팠기 때문에 우선 허기부터 채워야했다. 햄버거와 콜라를 거의 들이키다시피 했는데 그제서야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더운 날 마시는 콜라는 정말 신의 음료라 불릴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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