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몇 명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설마 없나요? 있으면 한 명이라도 손 좀…) 항상 블로그를 보는 분들께 인사 드리고 싶었거든요. 물론 페이스북과 카카오를 통해 계속 여행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정제된 글은 블로그에 올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랜만에 밀린 여행기는 제쳐두고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언제부턴가 블로그에 올라오는 여행기는 이미 '실시간 여행기'가 아니게 되어버릴 정도로 밀려 버렸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밀려 버렸는지 감당이 되지 않네요. 물론 저 역시 여행기를 후다닥 해치우고 싶지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네요. 역시 말라리아 걸렸던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밀린 여행기를 다 써서 현재 시점까지 따라 잡기 전에 최근 이야기를 조금 꺼내볼게요. 며칠 전에 올린 마지막 여행기가 아프리카 보츠와나였네요. 하지만 저는 지금 보츠와나에도, 아프리카에 있지 않아요. 심지어 아프리카를 한 달 전에 떠났죠.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애초에 제 여행은 한국에서부터 아프리카까지 비행기를 타지 않고 여행하자는 것이었어요. 남아공에 도착하기 전,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말라리아로 개고생했던 것도 있고, 이제는 아프리카가 지겹다 생각했고, 또 집에도 가고 싶고, 그래서 이제 여행을 끝내자고 말이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며, 스스로 만족하려 했죠.
그런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1년 8개월 동안 여행했는데, 아프리카 최남단 남아공까지 왔는데, 여기서 여행을 마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게으른 저도 역시 여행자인가 봅니다. 갑작스런 여행자 정신에 저도 놀랐습니다. 이럴 때는 방랑병이 조금 오래 가도 괜찮지 않나, 이런 최면을 걸면서까지 여행을 이어가기로 했죠.
그렇게 해서 지난 달(5월 13일)에 대서양을 건너왔습니다. 여기는 아르헨티나입니다.
처음 아르헨티나에 왔을 때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 지겹다 생각했던 아프리카가 내 고향이고, 내 동네라고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많이 달랐거든요. 추운 겨울(남아공)에서 다시 추운 겨울의 나라(아르헨티나)로 이동한 것도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되었고요. 다행히 여러 사람을 만났고, 또 여행을 하다 보니 지금은 조금 적응이 됐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제 스페인어는 전혀 늘지 않았지만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조금 늘어져 지내다가 우루과이와 파라과이를 잠시 여행했고, 며칠 전에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습니다. 어째서 한 달 전에도 부에노스아이레스였는데, 여전히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지 이해는 안 되지만.
남미까지 온 건 좋았지만 뭐든지 귀찮아졌습니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자유분방하게 늘어지는 것도 잠시, 가끔은 너무 게을러져 내가 정말 여행을 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더라고요. 여행 출발할 때 가졌던 다짐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래서 이제는 다시 모험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배낭여행자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 나른한 기분으로 여행하는 건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각오로 떠나려 합니다.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앞으로 기대해 주세요.
★특별 부록★
밀린 여행기 대신 1년 8개월 간 이동한 루트(한국에서 아프리카까지)를 그려봤어요! :D
한국에서 남아공까지
캅카스(Caucasus)
동유럽(Eastern Europe)
서유럽(Western Europe)
반칸반도(Balkan Peninsula)
중동(Middle East)
북아프리카(Northern Africa)
동아프리카(Eastern Africa)
남아프리카(Southern 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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