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식당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가다보니 대형화면에서 축구경기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여행중이라 전혀 몰랐지만 그날은 아시안컵 3, 4위전(한국 vs 일본)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이미 밥을 먹은 상황이라서 좀 망설이긴 했지만 바로 들어가 맥주만 주문하고 앉아 있었다. 안주도 시장에서 사온 과일로 대신했다. 좀 눈치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거야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는 일이었고, 외국에서는 맥주만 시켜서 먹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편이었다.


라오스에서 축구를 보고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는데 우리는 들어가 앉자마자 더 놀랐다. 우리 앞에 있던 테이블에는 한국말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충 남자 몇명과 여자 한명 정도였는데 조금 떨어져있었고 축구를 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부러 다가서지는 않았다.

아시안컵은 정말 재미가 없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경기력 떨어지는 까닭에 지루하기만 했던 것이다. 승부차기까지 가서 겨우 겨우 이겼지만 나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뒤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일본 사람도 있던 무리도 보였다. 그런데 뒤쪽에 있는 일본인 2명은 우리가 환호하고 있을 때마다 그 기세에 눌려서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티비만 볼 뿐이었다. 가끔 일본이 과격한 태클을 하거나 밀치거나 할 때면 한국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야유를 보내면서 화를 냈다. 그리고 승부차기로 겨우 겨우 이겼을 때 일본인들의 표정이란 참 안쓰럽기까지 했다.

동남아를 여행하다보면 일본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는 무시하고 깔보기까지 하지만 세계 경제 2위라는 일본의 거대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의 자동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고, 모든 가전 제품들은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동양인만 보면 무조건 일본사람이라고 묻곤 한다. 하지만 그 일본을 유일하게 무시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 아닌가 싶다.

일본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는 것 동시에 난 한국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스포츠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부문에서도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이 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무의식 속에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일본에게만큼은 절대 지면 안된다라는 생각이 자리잡혀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보다 너무 재미없어서 딴 생각이 났던 순간이었다. 어쨋든 축구를 이기고 일본을 이겼다는 것에 통쾌하기만 했다.

반응형